코스모닝 라운지-시각 장애인에게 메이크업 전수하는 임천수 립바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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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는 동사다” 심장을 데우는 36.5℃ 착한 손

눈과 눈이 포개어지고 손과 손이 만날 때 전기가 인다. 사랑의 스파크.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움직인다. 체온을 전하는 일이다. 뷰티로 온도를 나누는 남자. 임천수 립바이 원장이다.

이 남자 독특하다. 시각 장애인에게 메이크업을 가르친다. 27세부터 12년 동안 해온 봉사 활동이다.

“군대 제대 후 2년 동안 돈을 모아 26세 때 미용학원을 다녔어요. 메이크업을 배웠죠. 인터넷 커뮤니티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임을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번 정모를 했는데 만나서 술만 먹는 게 지겨웠어요. 자원봉사를 해보자고 말을 꺼냈죠. 봉사에 동참하기로 한 이들 태반이 약속을 깨더라고요. 혼자라도 해보자, 마음 먹은 일이 여기까지 왔네요.”

소박한 결심이었다. 그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것. 그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장애인 센터를 찾았다. 시각 장애인 복지관이었다. 산책 봉사나 집안 일 돕기 정도를 생각했다. 그에게 복지관 직원은 재능기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시각 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뷰티 클래스를 진행했어요. 복지관에서 무료하게 앉아 자녀를 기다리는 그들은 자식의 수족 역할을 하잖아요. 여자를 포기한 채로요. 제가 화장으로 말을 걸었더니 숨어 있던 소녀의 모습이 나왔어요. 화장품을 발라보며 달뜬 얼굴로 수다를 떠시더라고요. 그 분들도 엄마 이전에 여자였던 거에요.”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해맑게 웃는 엄마들. 임천수 원장은 여기서 힘을 얻었다. 뷰티가 가진 작지만 확실한 치유 효과. 이제는 시각 장애인에게 다가갈 차례였다. 과연 효과가 있었다.

“대다수 시각 장애인은 서비스직에 종사해요. 뷰티가 꼭 필요하죠. 스스로를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기 시작하니 자아 존중감이 높아졌어요. 업무 능률도 올랐고요. 자기관리 개념에 눈뜨니 메이크업 수업에 더 의욕을 보이더라고요. 표정도 서서히 밝아지고요.”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뷰티란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메이크업을 가르치나.

“보인다, 안 보인다는 사실을 떠나 ‘화장을 한다’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봐요. 메이크업을 하는 행위 자체에 자신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녹아 있으니까요. 화장품을 이야기거리 삼아 일반인과 소통하고 융화하려는 분들도 늘었고요.”

최근 그는 한국점자도서관‧롭스와 손잡고 시각 장애인 뷰티 클래스를 개최했다. 복지관에서 시각 장애인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메이크업 강좌를 열 던 데서 한 발 더 나온 것이다.

그가 시각 장애인 뷰티클래스를 돕는 이들에게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절대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말 것. 도움을 요청할 때만 손을 내밀 것. 동정 금물.

상대를 시각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뷰티를 배우러 온 이 가운데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생에 도움 되지 않을 동정심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당근보다 채찍을 가할 때도 있다.

다만 시각 장애인 특성에 맞게 가르친다. 오랜 뷰티 봉사로 나름의 비결을 터득했다. 피부미용 기본기를 전수하고, 실수해도 티 안 나는 메이크업 노하우를 알려준다.

한계를 상정하기 않는다. 파운데이션 바르기부터 아이라인 그리는 법, 마스카라‧블러셔‧립스틱 사용법까지 일반인 뷰티 클래스와 내용은 같다. 방법만 달리 한다. 쉽게, 명확하게, 실패가 적게.

임천수 원장은 앞이 안보이지만 해보려는 의지를 반짝이는 이들을 보며 그 자신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초보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박봉이잖아요. 뷰티숍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루 14시간씩 서서 일하다보면 지치고 예민해지죠. 복지관 뷰티봉사를 다녀온 날은 날카로운 마음이 버려지더라고요. 저는 공고 출신이라 책을 잘 안 봐요. 뭐든 경험으로 배우거든요. 봉사가 인생 선생님이 됐죠.”

수풀 림(林), 하늘 천(天), 목숨 수(壽). 이름이 맑다. 그리고 가만히 보니 손이 참 예쁘다. 고운 손이다. 임천수 원장의 착한 손 덕분에 세상이 한 뼘 밝아졌다.

그의 손은 오늘도 움직인다. 36.5℃로 뜨겁게. 그에게 뷰티는 동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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