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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대영 한국분장 대표 "자신과 싸워라, 세상과 겨루지 말고"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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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분장 전문가 외길 인생…나를 키운 건 8할이 집념

 

 

‘예술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대학교 1학년 교양과목 ‘예술의 이해’ 첫 중간고사 시험에 나올듯한 질문이다.

 

강대영 한국분장 대표는 늘 이 물음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에게 예술은 무엇이고, 대중문화란 어떤 의미일까.

 

“집념이죠. 순수한 집념. 예술은 집념입니다. 그런데 그 집념이란 게 이익과 타협이 없는 순수한 집념이어야 해요. 전문가는 자신과 싸우는 사람이에요. 남들이나, 세상과 싸우지 말고.”

 

그를 키운 건 8할이 집념이다. 45년 분장업계 외길을 걸어온 그는 집념으로 살았다. 다만 그 집념이 자신을 삼키게 놔두지는 않았다.

 

“나눠야 합니다. 저는 나눠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 패를 먼저 꺼내요. 남의 저금통을 먼저 털지 않죠. ‘타인은 전쟁’이 아니에요. 듬직한 존재죠. 이런저런 사연을 안은 모든 타인과 친구로 지내니 외로울 일 없고, 먼저 술친구를 구할 일도 없잖아요?”

 

45년 분장업계 경력이면 노하우가 태산처럼 쌓였을 법하다. 태산을 먼저 푼다. 자신의 노하우를 밥처럼 삼아 누군가가 잘 되면, 그걸 다시 배우면 된다는 자세다. 주위에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산업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우리 시대의 크고 너른 사람이다.

 

“전문가나 예술가는 시기심이 있으면 절대 안돼요. 인간을 바라보는 직업이잖아요. 저는 KBS 방송국에서 분장 전문가로 20년을 일하면서도 남을 미워해본 적이 없어요. 이 직업을 바늘 끝 만큼 후회해본 적도 없고요.”

 

그에게는 분장이 삶이다. 삶 속에 묻혀 산다. 여행 한 번 제대로 동행해주지 못한 아내에게 미안하다. 나쁜 남자일 법도 한데 이 빚을 한 번에 다 갚았다.

 

“45년 동안 제게 아낌없이 얼굴을 맡겨준 방송인, 뮤지컬 배우, 연기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스탭들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45년 동안 분장에 '미친' 나를 이해해준 딸과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그가 이 고백을 한 것은 지난 10월 24일이다. 강 대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분장업계에 몸담아 온 45년 세월이 상에 담겼다. 상 안에 그가 가진 재능, 학식, 인맥, 성품이 오롯이 담겼다. 

 

강 대표는 KBS에서 20년 몸담으며 분장 특별상을 두 번 탔다. 또 88올림픽조직위원장상과 서울특별시 교육감 특별상, 교육부총리 장관상, 대종상영화제 분장기술상을 받았다. 삶에 저절로 상이 찾아든 인생이었다.

 

“65세가 되면 분장 차를 몰 겁니다. 고아원‧양로원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꿈꾸는 모습으로 분장을 해서 사진으로 남겨주려고요. 여자아이를 공주로, 노인을 젊은이로 만들어서 꿈을 찾아주는 거죠. 어때요? 희망이 보이잖아요.”

 

어머니는 39세에 그를 낳았다. 희망이었다. 6남매 중 귀한 막내로 태어나 밥과 국이 꼭 놓인 밥상 아래 컸다. 생선 가운데 토막만 먹었다. 그는 소중한 생선의 마음으로 새벽마다 시를 쓴다.

 

“두려움이 가득한/어둠의 길을 걸었네//내가 가야 할 길/어느 누구도 몰랐네//언젠가는 누구나/가야할 길/나 먼저 나섰네//고독과 외로움/친구되어/나 여기 왔네”.

 

두려움이 없었으랴, 허무함이 없었으랴. 그는 외롭다는 말 대신 유독 ‘사람이 좋다, 술이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대추나무 아래서 술 한 잔 하자.”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가 오늘 헤어질 때 건넨 말이었다.

 

9년 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작은 거인’으로 칭했었다. 표현이 진부하다. 강 대표는 열심과 자유를 오가는 조르바다. 분장하고 책 읽고 사람 만나는 한국인 조르바.

 

“나 ‘분장, 분장’하고 살았지요. 저 세상에서도 분장을 할 걸요...”

 

문득, 가을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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