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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사/기업정책

편집인 칼럼-역사의식이 뚜렷한 기업인의 역사인식 오류에 따른 결과

‘윤동한 회장의 과오’ ‘한국콜마의 과오’가 빚은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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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했다.

많이 고민했다.

필자의 생각을 화장품업계 종사자들과 공유하고자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돌이켜 보면 15년 전 화장품신문 편집국장 시절 썼던 데스크 칼럼을 끝으로 펜을 놓았다.

 

전문 언론사의 대표이사 겸 편집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이사가 직접 글을 쓰게 될 경우 언론의 역할을 굴절시킬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코스모닝의 편집인으로서 펜을 든 것은 요 며칠 사이 특정 기업과 특정 기업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서다.  그것도 아주 세게 말이다.

 

필자는 중견기자 시절부터 그 기업인과 교류하고 그 기업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지켜보아온 사람 중 하나다.

 

행여 이 같은 인연을 이유로 그 기업을 미화시키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면 빨리 거두시기 바란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름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콜마의 이번 사태는 역사의식이 뚜렷한 기업인이 역사인식의 오류를 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께서는 기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있는가?

직원은 회사가 싫으면 그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회사를 창업한 오너는 자나 깨나 회사가 잘못될까 전전긍긍 한다.

한마디로 피가 마른다고 한다.

 

회사가 망하면 직원들도 힘들지만 창업자의 가족은 더 힘든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소자본 창업자나 중소기업 창업자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도 그랬다.

40대 후반 아들딸을 한창 뒷바라지해야 할 때 창업한 그도 몇 차례 회사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겪어야 했다.

 

시작부터 우보천리를 좌우명으로 우직하게 기업을 경영해온 결과 오늘의 한국콜마그룹을 일궜다. 그것도 콜마의 원조격인 미국콜마와 일본콜마보다 더 큰 세계적인 화장품 OEM/ODM 기업으로 키워낸 경영인이다.

나아가 화장품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인들 중 정도경영을 실천한 몇 안 되는 경영인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기업인으로서 보기 드물게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순신학교를 운영하는 등 역사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성찰해 온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꼭 한국콜마에서 만든 제품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또한 그가 회장 직을 사퇴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한 것일까?

 

필자는 지금부터 이 두 가지 질문을 놓고 하나하나 따져볼 셈이다.

 

먼저, 왜 불매운동의 대상이어야 하는 가다.

창업 때 일본콜마가 자본 참여를 했다고 해서 일본기업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

 

그렇다면 상장회사 중 일본인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모두 일본기업이라는 말과 같다.

설혹 일본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그 이유로 불매운동 운운은 다소 무리다.

 

무엇보다 윤동한 회장은 창업 당시 자금의 조달도 조달이었지만 한국의 화장품기업에 앞선 일본콜마의 R&D와 기술, 수탁개발회사로서 축적한 경영 노하우가 필요했다.

 

이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했다면 오늘날 한국콜마가 세계적인 화장품 수탁개발 회사로 우뚝 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불매운동을 하는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의 회장이 여성을 비하해서라고 한다.

본지 기자들의 취재 결과 직원 조회에서 윤동한 회장이 여성을 비하한 사실은 없다. 필자 또한 윤 회장을 만나면서 한 번도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윤 회장이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본인의 불편한 생각을 직원들에게 이입시키려는 의도로 극우성향의 유튜버를 선택해 전 직원들에게 보게 한 과오를 범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는 그의 과오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언론의 보도태도에서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많은 언론이 앞 다퉈 극우성향의 유튜버 이야기를 윤 회장의 주장인 듯 제목을 뽑고 기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시류에 편승한 언론사 간의 보도경쟁이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다 직원조회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한국콜마가 말 못하는 사람이 냉가슴 앓듯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국민정서와 다르게 회사의 입장문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요지는 역사의식이 뚜렷한 한 기업인이 현 정부의 경제 및 외교정책에 대한 현실정치를 우려한 결과 빚은 과오다.

 

오너의 사상과 신념을 직원들에게 이입시키려는 했던 과오가 정치권력이라는 무서운 괴물을 비켜 가려다가 더 큰 과오를 빚게 된 것이다.

 

과장된 표현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만나 본 기업인 중 최저임금에 이어 52시간 근무제로 이어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환영하는 기업인은 없었다.

 

윤 회장 또한 이들 기업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특히 그의 출생지나 성장과정 등을 미루어 볼 때 이 같은 전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헤아려진다.

 

그렇다고 필자가 이들 기업인들의 생각이 다 맞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기업인 치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지 않는 기업인은 몇 명 없다.

그뿐이랴. 틈만 나면 골프에다 해외출장은 왜 그리도 많은지 참 바쁜 사장님 그리고 회장님들이다.

 

생각과 관점의 차이다. 신념과 가치의 차이다. 생각과 관점이 다를 수 있고, 신념과 가치가 다를 수 있다.

 

오너라고 자신의 생각과 관점, 신념과 가치를 직원들에게 이입시키려는 것은 직원들의 입장에선 또 다른 갑질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세대가 달라졌다.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직원도, 소비자도 설득할 수 없다.

 

윤 회장이 자신의 생각과 관점, 신념과 가치를 직원들에게 이입시키려고 한 과오는 범했다.

하지만 이 일로 한국콜마 제품이 불매운동의 표적이 돼서는 안된다. 소비자 스스로가 키운 우량 화장품기업을 사지로 몰아내는 꼴이다.

 

이는 당사자인 한국콜마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회사에 원료나 부자재를 납품하는 전방기업들과 한국콜마에 제조를 의뢰해 판매하고 있는 수많은 후방기업들의 생사 또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부 정책수행의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는 투표를 통해 행사하거나 역사에 맡겨야 한다.

필자는 이 칼럼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돼 이번 한국콜마 사태의 옳고 그름을 파악하는 잣대로 활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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