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서, 주인공 뒤에서 빛을 만드는 사람. 붓 하나로 세상을 창조해온 이가 있다. 한국분장 강대영 대표다. 그가 붓 대신 펜을 들었다. 매일 새벽 서울 신사동 하늘정원에서 시를 썼다. 새벽 이슬 속에 탄생한 시를 모아 시집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을 펴냈다. 청어시인선 319번째로 나온 이 시집은 작은 것, 소중한 순간을 일깨운다. 시인이 맑은 눈으로 찾아낸 찰나의 진실이 행간마다 숨 쉰다. 시 속에는 ‘바다 위 섬 하나 / 나의 꿈이 자란 곳 / 올망졸망 사연 쌓아 / 살아가는 고금도’가 살아 있다. ‘생선 한 토막도 아껴 / 자식의 살이 되게 하신 어머니’와 ‘볏짚으로 엮어진 도란도란 버섯 집들’도 보인다. 누군가의 그리움이 되고 싶은 시인은 시로 다른 이의 마음에 다가선다. 내 옆에 선 이의 가슴이 보기 좋은 색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고 속삭인다. ‘삶이란 / 살아갈수록 / 겹겹이 쌓인 수수께끼’라고 바라본다. 코로나19 속에서 익숙한 체념 대신 새 마음과 새 눈을 가질 줄 안다. 시인은 어느새 ‘겨울 앞에 서보니 / 어느덧 가버린 세월이 / 야속하지만 / 나의 펜은 아직 / 녹슬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의 생을 살아온 그는 낮은
45년 분장 전문가 외길 인생…“나를 키운 건 8할이 집념” ‘예술이란 무엇인가’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대학교 1학년 교양과목 ‘예술의 이해’ 첫 중간고사 시험에 나올듯한 질문이다. 강대영 한국분장 대표는 늘 이 물음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에게 예술은 무엇이고, 대중문화란 어떤 의미일까. “집념이죠. 순수한 집념. 예술은 집념입니다. 그런데 그 집념이란 게 이익과 타협이 없는 순수한 집념이어야 해요. 전문가는 자신과 싸우는 사람이에요. 남들이나, 세상과 싸우지 말고.” 그를 키운 건 8할이 집념이다. 45년 분장업계 외길을 걸어온 그는 집념으로 살았다. 다만 그 집념이 자신을 삼키게 놔두지는 않았다. “나눠야 합니다. 저는 나눠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 패를 먼저 꺼내요. 남의 저금통을 먼저 털지 않죠. ‘타인은 전쟁’이 아니에요. 듬직한 존재죠. 이런저런 사연을 안은 모든 타인과 친구로 지내니 외로울 일 없고, 먼저 술친구를 구할 일도 없잖아요?” 45년 분장업계 경력이면 노하우가 태산처럼 쌓였을 법하다. 태산을 먼저 푼다. 자신의 노하우를 밥처럼 삼아 누군가가 잘 되면, 그걸 다시 배우면 된다는 자세다. 주위에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산업이
44년동안 신이 내린 손으로 인간을 빚어왔던 '인간 조물주' 강대영 한국분장 원장의 손이 색다른 것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문학지 한울에서 바다와섬, 꽃님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 기다림 세작품으로 제157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강 원장은 평생의 꿈을 이뤘다며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한눈 팔지 않고 분장 외길 인생만 40여년 걸어왔다. 분장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종합예술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오롯이 분장사의 몫이지만 주어진 큰 주제 안에서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를 온전히 표현하고 싶은 목마름이 항상 있었다.” 강 원장이 틈날 때마다 쓴 시는 3,4천여 편에 달한다. 출강과 후배양성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강 원장이 다작을 할 수 있었던 영감의 원천은 바로 자연이다. 그의 사무실 옥상에는 5년 전부터 정성스레 가꿔온 옥상 정원이 있다. 척박한 도심 생활에서도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은 노력이 담긴 소산물이다. 바쁜 일상을 끝내고 4시간의 쪽잠을 자면서도 강 원장은 새벽이면 이 곳을 찾아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신인문학상을 받았지만 정식 시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분장 전문가로서 느껴온 것을 시적으로 담아 분장인들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