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새해특집II-쟁점과 전망 ① 법·제도·정책 부문

  • 등록 2018.01.02 14: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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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 한국 화장품 산업을 멍들였던 차이나리스크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제 2의 르네상스를 기대케 하는 2018년이 열렸다. 올 한해는 또 어떠한 변수와 변화들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 동시에 이 같은 천변만화의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어떠한 전략과 생존법을 만들어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코스모닝은 2018년 개막과 함께 맞이하게 될 화장품산업의 쟁점과 과제, 그리고 그 전망을 △ 법·제도·정책 △ 지방자치제 화장품 육성전략 △ 기업 인수합병 등의 영역별로 나눠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이 기획은 연초의 전망이 연말의 결산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느냐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준비하고 강구해 나아가야할 과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진단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안전성 관리 강화” VS "자율 규제“ 최대 논점

 

업계 “원료목록 사전 보고 전환은 시대역행 조치” 반발

 

 

올해 화장품 산업에 있어 법·제도·정책 부문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크게 △ 원료목록 사전보고제 전환 △ CGMP 도입 의무화 △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과 화장품산업진흥원 설립 △ 기능성화장품 확대 적용과 이에 따른 심사 관련 사항 △ 제조업·책임유통관리업·전문판매업 등 업종 재분류 등으로 나타난다.

 

원료목록 사전보고제 전환, 업계 반발

 

지난 2016년 12월 29일 발의된 화장품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원료목록 사전보고 전환과 관련한 사안은 현재 업계의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다.

 

동시에 매년 10월에 시행되는 정기 국정감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생활밀착형 제품(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이후부터 화장품 역시 이 같은 유형에 포함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남으로써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게 된 것.

 

현 화장품법 제 5조 제조판매업자 등의 의무 조항 중 제 3항에 해당하는 ‘…사용된 원료의 목록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는 원료목록의 사후 보고를 사전 보고로 전환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에 사용된 원료를 사전에 파악, 안전문제 발생에 선제적으로 대응토록 하고 원료목록의 사전 보고를 위반하는 경우 품목제조 정지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화장품 업계의 반발은 당연하다. 이는 화장품법 제정 이전 약사법 아래 관리받던 ‘화장품 품목별 허가’ 시절로 퇴보한다는 주장이다. 즉 이미 기능성화장품의 경우 심사기준에 의해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원료 안전성 부분은 검증이 끝나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 화장품에까지 사전 원료목록 보고제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해야 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화장품은 사용금지 원료, 사용배합 한도 지정 원료 등의 안전장치를 이미 마련해 둔 상태인데다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를 준수하고 있음에도 관련 법과 제도를 개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이 사안과 관련해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업계의 의견 수렴과 검토과정에 있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으며 기능성화장품 심사 등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평가원 화장품심사과의 경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련 예산 삭감한 채 CGMP도입 의무화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산정책처)의 ‘2018년도 예산안 보건복지위원회 분석’에 의하면 화장품GMP 등 국제경쟁력 강화와 국제협력사업을 포함한 화장품 안전관리 강화사업에 대한 올해 예산은 총 11억3천100만 원으로 지난해 예산 12억8천200만 원보다 1억5천100만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사업의 세부 사업인 △ 화장품GMP 인증 △ 수입화장품 품질검사 면제업체 현지 실사 △ 할랄·화장품GMP 인증 컨설팅 △ 국제회의 참석과 개최를 위한 사업 부분의 새해 예산은 3억2천900만 원으로 지난해의 3억4천만 원보다 역시 1천100만 원이 줄었다.

 

예산정책처는 분석 의견을 통해 “화장품을 제외한 식품·축산물·건강기능식품·의약품·의약외품·한약재·의료기기·생물학적제제 등 대부분이 GMP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고 국내 소비자의 안전한 화장품 사용을 위해 화장품도 의무 인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현행 자율 참여로 시행하고 있는 화장품 GMP 인증은 화장품 기업의 참여가 매우 저조한 상황이며 1천925곳의 제조업체 가운데 화장품 GMP 인증업체 수는 2017년 6월 말 기준 123곳에 그쳐 6.4%에 불과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GMP 의무화를 두고 세계적인 추세와 타 업종과의 균형 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정작 정부의 올해 화장품 안전관련 예산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화장품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시에 “의약외품의 경우에는 약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GMP 인증을 받아야 하며 식약처에서 관리하고 있는 식품·의약품·한약재·의료기기 등 대부분이 GMP 인증을 의무화고 있다”고 밝히고 “건강기능식품도 지난해 2월부터 영업허가를 받는 신규업체에 대해서 의무적용하고 있고 기존 업체에 대해서도 단계별로 의무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과 동시에 “EU의 화장품 GMP 의무화(2013년 7월), 중국과 아세안 국가의 수입화장품에 대한 화장품GMP 요구 등 화장품 GMP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한 화장품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식약처는 소비자의 인식·화장품 업계의 상황·화장품에 대한 GMP인증 확대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화장품 GMP 인증 확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 역시 올해 쟁점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출전문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화장품의 안전과 품질에 대한 중요성은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소비자들보다 더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지난 한해 차이나리스크에 시달리면서 힘겨운 경쟁을 펼쳐 온 화장품 업계에 대해 과연 화장품 안전성 문제와 화장품GMP 의무화 도입을 주장하면서 예산 삭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위생행정허가를 포함한 법적 규제의 강화와 비관세 부문의 보호무역조치 장벽을 뚫기 위한 화장품 기업들의 노력을 알게 된다면 이 같은 수준의 예산을 내놓고 오히려 기업들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조치를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2천여 곳을 넘어선 화장품 제조업체에 대해 단순히 식약처 관리 하의 타 업종과의 형평성, 외국의 사례 등만을 적용해 CGMP 도입을 의무화한다면 이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될는지 과연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면서 연말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경색국면이 서서히 풀려가려는 움직임을 감지하기도 전에 우리 스스로가 이 같은 의무화를 전제한 규제 중심의 제도도입을 한다는 것은 자기 손으로 자기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만 지고 있다.

 

CGMP의무화·품질안전관리원 설립도 싸늘한 시선

 

업종 세분화 실효성에 의구심…“안전성, 기업 몫” 한 목소리

 

현 제조업자, 제조판매업자 등에 대한 정의의 혼란스러움을 명확히 하고 맞춤형화장품 제도의 시행과 맞물려 화장품 업종을 세분화하겠다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화장품산업진흥원 설립

 

화장품산업진흥원의 설립은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화장품산업 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화장품산업진흥법’ 제정과 연관된 사안이며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 설립은 지난해 말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포함된 것이다.

 

화장품산업진흥원 설립의 경우에는 화장품산업진흥법의 제정 이후에나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논쟁의 중심에서 한발 비껴선 상태다.

 

다만 화장품산업진흥원의 설립은 기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과의 영역과 역할 관계, 설립 근거 등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도 선결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결국 화장품 산업계에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쟁점이 될 가능성은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 설립이다.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의 경우에는 화장품법 개정이 안대로 통과될 경우에는 그 진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쟁점이 생겨나고 있다.

 

송기석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의 설립 근거를 밝히면서 “최근 ‘케미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소비자들의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면서 화장품 시장에서도 천연, 무방부제, 유기농 등 화학물질의 사용을 최소화한 제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렇지만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관련 사항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이와 관련해 안전성과 품질 관리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화장품 품질안전관리원 설립과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화장품 업계의 시각은 냉담하다.

 

특히 화장품산업진흥원 설립에 대한 부분보다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 설립에 대한 부분이 더 그렇다. 설립 취지만 보면 화장품 안전에 대한 관리 강화와 함께 향후 맞춤형화장품 제도의 시행,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의 실시 등을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장품 업계의 반응은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쟁점의 핵심이다.

 

결국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의 설립은 ‘규제’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원료목록 사전보고제 전환, CGMP 의무화,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의 설립 등은 일관되게 최종적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의미지 그 이상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다 업계의 일부에서는 화장품산업진흥원은 보건복지부, 화장품품질안전관리원은 식약처 출신 공무원들의 ‘자리 만들기’ 의도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에 대한 취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조업·책임유통관리업·전문판매업 등 업종 세분화

 

현재 제조업자·제조판매업자로 규정돼 있는 업종을 제조업·책임유통관리업·전문판매업 등으로 세분화해 재분류하겠다는 개정(안)도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제조판매업자’라는 단어가 일부 혼동을 유발할 수 있고 맞춤혐화장품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용어의 규정과 정의가 보다 명확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화장품 업계의 반응은 “새롭게 규정하겠다는 업종 세분화가 이전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가 되고 명확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현재 제품에 표기되고 있는 제조업자·제조판매업자의 구분없이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한 곳만을 표기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 왔음에도 실현되지 않았는데 개정(안)에서는 이를 다시 세분화하겠다니 진의를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개정(안) 공개 때부터 일관된 것이었다.

 

제조업에 대한 정의는 분명하지만 책임유통관리업과 전문판매업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또 이와 관련한 표시사항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잣대도 여전히 논란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제조원, 판매원 등으로 이원화만 해도 관리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며 특히 표시의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책임을 질 한 곳만 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례로 외국 전시회에 나갔을 때, 또는 국내 전시회에서 바이어와 상담할 때 제조원 표기를 보고 직접 그 제조업자와 미팅하고 거래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겪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브랜드나 제품 콘셉트를 제대로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외국 기업에 그 가치를 고스란히 빼앗기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오는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맞춤형화장품 제도의 시행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 또한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한다는 측면에서 IoT(사물 인터넷)·AR(증강현실)·VR(가상현실)·AI(인공지능)·유전자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이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몇 군데가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결국 자본과 기술력에서 최정상에 있는 상위 몇 군데 이외에 “‘맞춤형 화장품’이란 의미는 ‘닿을 수 없어 동경할 수밖에 없는 저 밤하늘의 별’과 다를 바 없다”는 한 중소기업 연구책임자의 비유가 오히려 현실을 반영하는 목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이밖에 기능성화장품 확대 적용과 이에 따른 심사·안전·성분·시험방법 등 관련 전반적 사항도 쟁점화될 소지를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다.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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