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쟁점&트렌드 2020] 인플루언서 마케팅

  • 등록 2020.01.14 09: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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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잘 알려주는 예쁜 언니
‘뷰티 크리에이터’ 빛과 그림자

신선함‧새로움 무기로 1인 인디 브랜드 창조
협찬 숨기고 과대광고…탈세‧전문성 결여 도마 위에

 

한국인은 병에 걸리면 가장 먼저 누구를 찾을까. 병원이나 약국이 아닌 ‘친한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친밀한 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성향은 화장품을 고를 때도 나타난다. TV 광고 속 이영애보다 스마트폰 일반인이 추천하는 화장품을 더 믿는 것이다. 70~80년대 엄마 세대는 화장품도 팔고 ‘콜드크림’으로 ‘마사지’도 해주는 방판 아줌마를 언니 삼아 지냈다. 언니가 돌아왔다. ‘뷰티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을 달고서.

 

외로운 현대인을 다독이는 랜선 언니

 

‘말에 속고, 돈에 울고….’ 언론과 거대 자본에 속아온 소비자는 믿을 만한 옆집 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뷰티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는 과거 방판 아줌마의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화장품 상담‧판매는 물론 메이크업도 알려준다. 화장품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들어갔다. 화장품에 일상을 버무려 웃기게, 재밌게, 생생하게 들려준다. 제품이 아닌 일상 스토리를 공유한다. 영상 시청자는 ‘나와 같은 일반인’에 공감한다. 바쁘거나 귀찮은 나 대신 제품을 하나하나 테스트하고, 아이섀도를 색깔별로 발색해주는 랜선 언니가 미덥다. 친절한 랜선언니에 익숙해진 밀레니얼 세대(1980년에서 2000년대 사이 출생한 이들)는 포털에서 단어를 검색하는 대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검색한다.

 

뷰티 크리에이터는 뷰티를 예능으로 끌어올리며 K뷰티를 세계화한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는 SNS를 타고 전 세계에 빠르게 확대 재생산된다. 일부는 연예인 반열에 올라섰다. ‘워너비 스타’로 등극한 메가 인플루언서의 몸값은 유명 연예인에 맞먹는다. 여기서 권력이 탄생한다.

 

인플루언서, 또 하나의 권력인가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SNS 마켓 피해상담 건수는 지난 2013년 71건에서 2016년 892건, 2018년 869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사례가 해마다 늘지만 개인 간 거래 특성상 규모 파악이나 피해 구제가 힘든 상황이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의 탈세 문제는 계속 도마에 오른다. SNS 비밀댓글 등으로 제품을 판 뒤 현금결제만 받고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경우다. 1인 세포마켓 특성상 탈세 현황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다.

 

국세청은 지난 해 10월 연소득 10억 넘는 유튜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1월 인플루언서를 통해 인스타그램에 광고하면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은 LOK‧LVMH‧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가를 결정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9월 화장품과 다이어트 제품 등을 중심으로 광고주와 인플루언서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은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탈세나 표시광고 위반 행위는 SNS 분야 생태계를 흐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인플루언서에 열광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인 리뷰인줄 알았는데…’

거짓 광고에 등 돌리는 소비자

 

 

인스타그램을 포털에 치면 △ 인스타그램 팔로워 공짜로 늘리는 법 △ 인스타그램 좋아요 조작 △ 인스타그램 협찬에 대한 완벽폭로 △ 인스타그램으로 돈버는 법 등에 대한 글이 쏟아진다.

 

초창기 순수한 개인 간의 연대를 표방한 SNS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돈 앞에서 순수를 잃었고 연대를 내세워 거짓을 팔았다.

 

트렌드와 돈이 빠르게 도는 뷰티업계에서 크리에이터는 양날의 검이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팽팽하다. 크리에이터 기반 화장품은 인디 뷰티 시장에 신선함을 몰고 왔다. 반면 제2의 ‘임블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해 임블리(본명 임지현)는 곰팡이 호박즙 파문에 이어 화장품 품질 논란을 빚었다. 전문 화장품지식 없이 대중 인기에만 편승해 제품을 출시하고 임기응변식 소비자 대응에 나선 그에게 한 팔로어는 “지금이라도 인스타그램 할 시간에 화장품과 경영을 공부하세요”란 쓴 소리를 남겼다.

 

반 유튜버 정서가 확산되며 최근 ‘유튜버 출입금지’를 내건 음식점이 등장했다. “유튜버가 예전 블로거지(블로거+거지)처럼 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유튜버가 리뷰를 대가로 서비스나 제품을 요구해온 특정 블로거들과 닮았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자정 능력 강화…

SNS 플랫폼 신뢰도 높여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SNS 기반 전자상거래는 20조 원 규모다. 시장 외형에 비해 제도적 관리나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가 미비한 상태다.

 

정부는 2014년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인기 블로거 등이 대가를 받고 추천글을 올리면 해당 글 안에 경제적 대가‧현금‧상품권‧수수료 등 구체적인 표현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SNS 소비층은 90년대 생이다. 이들은 대중광고에 거짓 정보가 많다는 것을 경험한 세대다. 광고와 거짓리뷰라 생각하면 플랫폼 자체를 정보에서 배제한다. 주변 지인과 중첩한 평가에 의지한다.

 

일반인이 올리는 SNS 콘텐츠는 진실한 정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콘텐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날로 몸값을 키워가는 일부 뷰티 크리에이터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연심 기자 good@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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