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 많고 영리하다’ ‘생존과 번식 능력이 뛰어나다’ ‘세계 어디서나 살고 있다.’ 쥐의 특징이다.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를 맞아 화장품업계 로드숍은 쥐같은 생존력과 속도, 성장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2019년 원브랜드숍의 침체와 H&B스토어의 강세 속에 글로벌 뷰티 편집매장 세포라가 출사표를 던졌다. 올 한해도 이들 간 제품‧가격‧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며 로드숍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온라인 그늘에 가려진 오프라인업계
2020년 유통시장 시장에서 오프라인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할 전망이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력이 줄어든 데다 저가 온라인몰이 세를 넓히고 있기 때문. 오프라인도 초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전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소매시장 재고가 쌓이면서 초저가 경쟁이 확산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업태의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저성장세가 이어지며 소비심리가 약화돼 민간소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 전방위적인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지갑 닫는 소비자, 스마트 쇼퍼를 위해 특화‧세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올해는 고객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 ‘특화’ 전략이 생존 조건으로 떠올랐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촘촘한 그물로 많은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미끼를 매단 낚싯대로 소비자 한 사람의 한 순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소비자는 한 물건을 오래 소유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순간순간 느끼고 싶어 한다. AI 기반 초개인화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화&혁신 꾀하는 원브랜드숍
국내 원브랜드숍은 네이처리퍼블릭‧더페이스샵‧미샤‧스킨푸드‧에뛰드‧이니스프리‧잇츠스킨‧토니모리 등 8개다. 2000년대 초 ‘가격파괴’를 내세워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들 원브랜드숍은 뚜렷한 하향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2010년대 들어선 H&B 스토어와 세를 넓혀가는 온라인몰에 밀려서다.
이에 원브랜드숍은 지난 해 멀티 브랜드숍으로 전환을 모색하거나, 온라인‧오프라인 전용 상품 개발에 속도를 냈다. 타 유통 진출에도 나섰다. 올해도 변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이같은 움직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변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처컬렉션 500호점 개점을 눈앞에 뒀다. 에이블씨엔씨도 편집매장 눙크 40여개점을 선보였다. 토니모리는 색조 브랜드 ‘컨시크’를 홈쇼핑에, 더마 화장품 브랜드 ‘닥터 오킴스’를 롭스 전점에 론칭했다.
▲ 온라인 시장 성장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원브랜드숍과 일부 H&B스토어의 폐점율이 두자릿수로 늘고 있다.
옴니 채널 강화하는 H&B스토어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H&B스토어의 강세는 지속됐다. 트렌디한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잇점이 젊은층은 물론 4050세대까지 파고들었다.
지난 해 H&B스토어는 매장 1,200개점을 보유한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랄라블라와 롭스의 매장수 차이는 급속히 좁혀졌다. 2019년말 기준 랄라블라 매장수는 140개, 롭스는 131개다. 랄라블라는 2018년 4월 매장수 191개를 기록했으나 채산성이 낮은 매장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H&B스토어는 온‧오프라인 연동 옴니채널 구축에 힘 쏟았다.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통합 리뷰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 매장에 상담용 태블릿PC를 보급하고 고객 상담 앱을 개발했다. 11월 경기 용인에 통합 물류센터를 세우고, 3시간 내 즉시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6대 광역시와 제주도에서 확대 실시한다.
롭스는 올해 O4O(Online for Offline) 구축에 공들인다는 목표다. 2017년 모바일 커머스를 론칭한 롭스는 1030층을 위한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롭스를 비롯한 백화점(엘롯데)·마트·닷컴·슈퍼·홈쇼핑 등 7개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한 앱 ‘롯데ON’을 선보인다. 롯데ON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 상륙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가 지난 해 한국에 등장했다. 지난 해 10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명동 롯데영플라자점, 현대 유플렉스점을 잇따라 열었다. 2월에는 잠실 롯데월드몰점에 4호점을 낸다. 세포라코리아는 올해까지 온라인몰을 포함한 7개 매장,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세포라는 △ 글로벌 제품 소싱력 △ 독점 브랜드 △ 프리미엄 브랜드 샘플 판매존 △ 디지털 콘텐츠 △ 메이크업‧피부 측정 서비스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올해부터 합리적인 가격‧물류 정책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높여 두자릿 수 성장을 이룰 방침이다.
글로벌 자본력을 등에 업은 세포라가 H&B스토어나 시코르와 어깨를 견주며 시장을 선점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