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훈 변호사의 ‘알기 쉽게 풀어쓴 지식재산권’

  • 등록 2021.03.14 19: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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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롤렉스(ROLEX) VS 로렌스(Rolens), 그리고 상표법의 입법 목적

많은 법률에서는 그 법률의 제1조에서 해당 법률의 입법 목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도 제1조에서 '이 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의 입법 목적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법률의 적용 여부나 적용 방식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는 상표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도 상표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판단하기에 앞서, 문제되고 있는 사안이 상표법의 목적에 반하고 있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상표법의 목적이 문제된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유명한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가 국내 시계 브랜드인 로렌스(Rolens)를 상대로 상표등록의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상표법에서는 '선 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그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의 심판청구인 ‘몽트로 로렉쓰 쏘씨에떼 아노님’은  선 출원한 자신의 롤렉스(ROLEX)라는 상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심판청구인 로렌스시계공업 주식회사가 이와 유사한 로렌스(Rolens) 라는 상표를 등록한 것이 무효임을 주장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특허청항고심판소에서는 롤렉스(ROLEX)라는 상표와 로렌스(Rolens)라는 상표가 서로 외형이나 칭호에서 유사하지 않다고 않다는 이유로 심판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 두 표장(상표를 구성하는 기호나 문자 등을 지칭하는 표현)이 문자 부분만으로 관찰될 경우 외관과 칭호에 있어서 극히 유사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상표법의 목적을 근거로  심판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상표는 특정한 영업주체의 상품을 표창하는 것으로서 그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함으로써 그 상품의 품위와 성질을 보증하는 작용을 하며 상표법은 이와 같은 상표의 출처 식별·품질보증의 기능을 보호함으로써 당해 상표의 사용에 의하여 축조된 상표권자의 기업신뢰이익을 보호하고 유통질서를 유지하며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하여 수요자가 요구하는 일정한 품질의 상품 구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전제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비록 2개의 상표가 상표 자체의 외관·칭호·관념에서 서로 유사하여 일반적·추상적·정형적으로는 양 상표가 서로 유사해 보인다 하더라도 당해 상품을 둘러싼 일반적인 거래실정, 즉 시장의 성질, 고객층의 재력이나 지식 정도, 전문가인지 여부, 연령, 성별, 당해 상품의 속성과 거래방법, 거래장소, 고장수리 등 사후관리 여부, 상표의 현존 및 사용상황, 상표의 주지 정도 및 당해 상품과의 관계, 수요자의 일상 언어생활 등을 종합적·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거래사회에서 수요자들이 구체적·개별적으로는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염려가 없을 경우에는 양 상표가 공존하더라도 당해 상표권자나 수요자 및 거래자들의 보호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그러한 상표의 등록을 금지하거나 등록된 상표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설시한 것입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후1821 판결)

 

즉, 위 판결에서는 상표법의 입법 목적이 상표의 표장 그 자체를 보호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표사용자의 기업 신뢰이익을 보호하고 그 상표를 신뢰한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기업 신뢰이익과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설사 나중에 등록된 상표가 선행 등록된 상표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선행 상표의  상표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나중에 등록된 상표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힌 것입니다.

 

이상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상표법을 비롯한 법률의 조문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 안승훈 변호사 약력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학석사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뉴욕대학교(NYU) 쿠랑트(Courant) 응용수학 연구소·

    스턴(Stern)경영대학원 협동과정 석사

 

 

◇ 주요 경력

△ 금융결제원 금융정보보호부 과장

△ 법률사무소 헌인 소속 변호사

△ 변호사 이석환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 법무법인 서정 소속 변호사

△ 법률사무소 논현 대표변호사(현)

△ 강남경찰서 자문변호사(현)

△ 대법원 국선변호인(현)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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