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지난주에는 '광고매체가 되는 물품에 상표를 표시한 경우'에 광고매체에 대한 상표적 사용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에 대한 예로 카스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즉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라 함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등을 말하고 여기서 말하는 상품이라 함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말한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광고매체에 상표를 부착하는 것은 광고매체에 대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관계의 차이로 인해서 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특히 본 사례는 불사용심판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경과
이 사건 원고는 2001년 4월 13일 나리싱크림·눈썹용 연필·립스틱·마스카라·매니큐어·스킨밀크·아이섀도·콜드크림·향수·콤팩트용 고형분·클렌징크림·헤어 젤·헤어 스프레이·화장분·화장용 착색제· 미용비누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왼쪽의 사진과 같이 등록상표를 출원하여 2003년 7월 19일 상표를 등록받은 상표권자입니다.
이 사건 피고는 2010년 8월 3일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상표법 제 73조 제 1항 제 3호, 제 4항에 따라 그 등록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특허심판원은 위 심판청구 사건을 2010당1978호로 심리한 다음, 2011년 9월 9일 이 사건 피고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이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이 사건 원고는 “자신이 위 실사용 상표를 사용하여 2008년 12월경 향수에 이 사건 등록상표를 표시하였고 2010년 7월경 향수에 이 사건 등록상표를 표시하였으며 같은 무렵 위와 같이 이 사건 등록상표가 표시된 향수를 직영점에서 우수고객에게 마일리지 차감 방식으로 제공하거나 같은 향수를 대리점에 판매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원고로부터 위 향수를 구매한 대리점들도 이를 다시 우수고객에게 마일리지 차감방식으로 제공하거나 일반고객에게 판매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의 판결
특허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가. 이 사건 원고가 2010년 7월 1일, 실사용상표가 표시된 이 사건 향수에 관한 작업지시를 하고 2010년 7월 5일 이에 관한 구체적인 견적서과 발주서를 교환한 다음, 2010년 7월 26일 이 사건 향수 500개를 납품받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원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로서 적어도 위 납품 일자인 2010년 7월 26일에 이르러 실사용상표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향수에 표시함으로써 이 사건 취소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실사용상표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 사건 원고가 2010년 7월 29일, 이 사건 향수 80개를 대리점에 판매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로서 같은 무렵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향수에 실사용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함으로써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취소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실사용상표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그런데 상표법 제 73조 제 1항 제 3호, 제 3항, 제 4항의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동시에 수 개의 지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등록 취소심판청구를 한 경우 심판청구 대상인 지정상품을 불가분 일체로 취급하여 전체를 하나의 청구로 간주하여 지정상품 중 하나 이상에 대하여 사용이 입증된 경우에는 그 취소심판청구는 전체로서 인용될 수 없고 이와 달리 그 사용이 입증된 지정상품에 대한 청구만 기각하고 나머지 지정상품에 대한 청구를 인용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3년 12월 28일 선고 93후718, 725(병합), 732(병합), 749(병합) 판결 참조].
라. 따라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하나에 대하여 사용이 입증된 이상 결국 이 사건 등록상표는 그 전체로서 상표법 제 73조 제 1항 제 3호, 제 4항에 규정된 불사용 취소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피고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 전체가 기각되어야 한다.
4. 대법원의 판결
이상과 같은 특허법원의 판결에 이 사건 피고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역시 아래와 같이 판시하여 이 사건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가. ① 이 사건 원고가 2010년 7월 26일, 자신의 주된 판매상품인 핸드백 등의 우수고객들에게 마일리지 차감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향수 500개(규격 30㎖)를 1개당 1만 원에 주문·제작하였는데 그 향수의 용기와 포장 박스에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한 실사용상표를 표시한 점
② 이 사건 원고가 2010년 7월 26일, 위 향수 중 80개를 자신의 대리점들에게 1개당 1만 원 내지 1만2천800원을 받고 판매한 점
③ 이 사건 원고와 이 사건 원고의 대리점들은 주로 위 향수를 우수고객들에게 마일리지 차감방식으로 제공하였는데 일부 고객들에게는 1개당 2만 원에 판매하기도 한 점
④ 위 향수는 일반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향수 제품과 규격·용기·포장 박스 등이 유사한 점
⑤ 핸드백 등을 생산·판매하는 회사가 향수 제품을 함께 생산하거나 판매하기도 하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향수의 거래 현황, 그 규격·포장 형태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향수는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위 향수의 포장 등에 실사용상표를 표시하거나 이러한 향수를 양도하는 것은 상표의 사용이라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위 향수를 상품으로 보아 원고가 위 향수의 포장 등에 실사용상표를 표시하고 이러한 향수를 이 사건 원고의 대리점들에게 양도한 것을 이 사건 등록상표의 사용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표의 사용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5. 본 사안의 상표법적 의미
본 사안에서 이 사건 원고는 핸드백을 구매한 고객에게 향수를 사은품으로 제공하였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정된다면 이 사건 원고의 상표 사용은 향수에 대한 사용이 아닌 핸드백에 대한 사용으로 인정되어 상표의 불사용이 인정되어 상표권의 취소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 원고는 향수를 무료로 준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마일리지 차감 방식으로 제공하였기 때문에 향수가 단순히 광고매체가 되는 물품이 아니라 상표법상의 상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향수에 대한 상표적 사용이 인정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유사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의 차이점에 따라서 법원이 완전히 다른 결론를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 안승훈 변호사 약력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학석사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뉴욕대학교(NYU) 쿠랑트(Courant) 응용수학 연구소·
스턴(Stern)경영대학원 협동과정 석사
◇ 주요 경력
△ 금융결제원 금융정보보호부 과장
△ 법률사무소 헌인 소속 변호사
△ 변호사 이석환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 법무법인 서정 소속 변호사
△ 법률사무소 논현 대표변호사(현)
△ 강남경찰서 자문변호사(현)
△ 대법원 국선변호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