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5년 후나 10년 후 무엇이 변할 것인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CEO 제프 베이조스가 한 말이다. 변치 않는 것이란 무엇일까.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마라토너 에밀 자토펙·Emil Zátopek). 인간은 먹고 자르고 '바른다'. 태초에 뷰티가 있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뷰티산업을 꽃 피웠다. 그 정점에 K-뷰티가 놓여있다.
'새롭거나, 새로워 보이거나.' K-뷰티는 이 두 가지를 영리하게 오간다.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 고민은 같지만, 결과는 달랐다. 혁신적인 한국 화장품은 세계인의 '당장갖고싶어병'에 오늘도 불을 지핀다.
K-컬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한국은 오징어게임의 나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유국, 그리고 K-뷰티의 나라로 통한다. K-뷰티는 세계 화장품 시장의 첨단에 서서 트렌드를 이끈다.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경기의 룰을 정하고 문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올 한해 K-뷰티를 움직일 주요 키워드는 △ 클린뷰티 △ 지속가능성 △ 인디브랜드 △ 슬로우에이징 △ 맨즈뷰티 등으로 나타났다. 제품에서 나아가 확장된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 이 것이 핵심이다.
클린뷰티와 지속가능성
‘안전하게, 무해하게’. 클린뷰티는 지구에도, 피부에도 자극 없는 화장품을 추구한다. 세계적으로 클린뷰티 열풍이 지속되면서 관련 브랜드도 많아졌다.
소비자는 성분 안전성 검증은 물론 제품이 기획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윤리소비‧가치소비가 확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다. 원료 업사이클링부터 제품의 탄소발자국까지 지속가능성 요소를 투명하게 밝히는 기업이 증가했다. 생분해‧친환경 화장품‧용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늘었다.
영국의 컬트뷰티(Cult Beauty)는 브랜드의 △ 친환경 포장 △ 탄소발자국 △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평가해 입점여부를 결정한다.
로레알‧에스티로더‧유니레버 등 다국적 뷰티기업은 ‘SPICE’(Sustainable Packaging Initiative for Cosmetics)라는 연합을 구성했다. 지속가능한패키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펴내고, 친환경 패키징을 연구·개발한다.
글로벌 클린뷰티 시장은 2.0으로 진화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클린뷰티 2.0 비즈니스기업 슬록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중요하지만 돈 들여 나설 필요가 있을까?’ 망설인다. 소비자는 ‘가치소비가 좋다지만, 불편하고 비싸게 느껴지는데 꼭 내가 먼저 해야 할까?’라고 고민한다.
이런 고민을 풀려면 “지속가능성을 제품에 담았더니 매출도 늘었다”, “가치소비, 해보니 정말 가치있어. 전혀 불편하거나 비싸지 않아”와 같은 성공 사례가 끊임없이 공유돼야 할 뿐만 아니라 법‧제도의 개정을 통한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K-인디브랜드 시장 ‘밝음’
소비자 취향이 파편화하며 스몰 매스(Small Mass)를 타깃으로 삼은 인디브랜드의 강세가 지속된다.
삼정KPMG는 ‘2025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뷰티시장을 ‘밝음’으로 진단했다. 이어 화장품기업은 인디 브랜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선제적 M&A‧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과 H&B스토어 중심의 유통구조는 인디 브랜드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2025년을 리퀴드 소비시대로 규정했다. 주요 특징을 △ 짧은 유행주기 △ 구매경험 중시 △ 브랜드 충성도 약함 △ 친환경 인식 강함 등으로 꼽았다.
소비자층이 나노화되면서 세대‧가구‧개인 별로 소비패턴이 세분화된다. MZ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며 소비 패러다임이 유동적으로 변화했다.
이들은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고 차별성 높은 제품에 지갑을 연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특정 브랜드에 치중하는 대신 호기심있게 여러 제품을 탐색한다. 이같은 MZ세대의 소비성향은 인디브랜드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웰니스와 슬로우에이징
건강하게 나이들기는 인류의 화두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뜻하는 웰에이징‧슬로우에이징 흐름이 거세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20대부터 안티에이징에 관심 갖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MZ세대 사이에서 저속노화가 화제를 모으며 건강한 스킨케어‧식단‧마음관리가 중시된다. 수면뷰티와 뉴로코스메틱의 영향력도 확대된다.
뷰티기업은 제품에 지속가능성과 웰니스 요소를 통합하고, 슬로우에이징 사업을 다각화해 차별성을 키울 수 있다.
커지는 클렌징‧남성화장품 시장
클렌징 제품에 기능성이 접목되고 있다. ‘씻어내면 끝’이라는 인식이 변화하면서다. 클렌징 제품이 단순 세정을 넘어 스킨케어의 일부로 통합되는 움직임이다. 클렌징 제품에 피부건강을 위한 기능성 원료가 강화되고 있다. 저자극‧고보습 클렌저의 인기도 지속된다.
클렌징 제품의 멀티 기능성화 바람도 분다. 세정은 물론 각질 제거‧톤개선‧보습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줄여주는 원스톱 멀티 클렌저가 강세다. 초음파 클렌징기기나 진동클렌저 등 뷰티 디바이스와 결합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화장품 시장에선 기능성 스킨케어와 색조 화장품 출시가 늘 전망이다. 이커머스가 발전하면서 자신이 쓸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는 남성 소비자가 많아졌다. MZ세대 남성은 여러 뷰티제품을 시도하고, 후기를 공유한다. 이들이 남성 뷰티시장을 주도하면서 트렌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