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신 시술자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해온 판례를 34년만에 폐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형을 파기했다. 사건을 각각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박씨는 2020년 서울 용산구에 있는 미용실에서 두피문신을 시술했다. 백씨는 2019년 경기 성남시의 패션잡화 매장에서 레터링 문신시술을 실시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면허 의료시술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와 백씨에 대해 “비의료인이 수행하는 미용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방법, 의료 환경의 변화, 수요자의 인식, 사회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내년 10월 29일부터 시행 예정인 문신사법도 문신행위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현저히 변화하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문신이 의료행위와 구분되는 독자적 영역으로 발전해온 점을 강조했다. 문신은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시행됐으며, 의학과 별개의 직역으로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반드시 의료인 수준의 전문적 의학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미용 문신 시술을 위해 의료인 자격 취득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직업 선택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신 시술을 받는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도 고려 대상에 포함했다. 재판부는 “문신행위를 하려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는 물론,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 추구권,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관련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모든 규제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문신 시술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상해 발생 시 형사처벌되며,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별도의 입법적 규율 역시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1992년 눈썹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은 34년 동안 비의료인의 시술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의료행위 개념과 판단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는 더이상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 처벌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는 더이상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전면적 규율은 내년 10월 29일 시행되는 문신사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문신사법은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해 2027년 10월 29일 시행을 앞뒀다. 문신사법은 문신(타투) 시술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비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문신시술의 합법적 기준과 위생·안전 규정을 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