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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 칼럼-PPWR 시대, K-화장품·뷰티의 포장 ③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닌 “누구의 이름·상표 아래 만들어졌는가?”

 

“용기는 용기업체가 만들고, 내용물은 OEM 기업이 채웠습니다. 그런데도 포장 서류는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까?”

 

수출 상담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규정은 만든 손보다 누구의 이름·상표 아래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보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 립스틱 한 자루를 해부해 만든 포장 단위 목록, 오늘은 그 줄마다 책임자의 이름을 적는다. 재활용성 등급처럼 시행이 뒤에 오는 요건과 달리, 책임자 판정과 기본 의무는 지난 8월 12일부터 이미 적용하고 있다.

 

PPWR은 포장마다 ‘제조자’가 있다. 기본값은 포장이나 포장된 제품을 만드는 자이지만 자기 이름이나 상표 아래 설계·제조하게 한 회사가 있다면 제조자는 그 회사가 된다.

 

지난 회의 립스틱이 그렇다. △ 용기는 사출업체가 △ 충전은 OEM 기업이 △ 단상자는 인쇄소가 맡았어도 이 판매 포장이 브랜드사의 이름과 상표 아래 설계·제조돼 EU 시장에 공급한다면 ‘제조자는 원칙 상 브랜드사’다. 표준 용기를 사서 상표만 붙여 팔아도 적용은 같다.

 

‘어느 이름으로 시장에 공급하느냐’가 기준

이름이 보인다고 다 제조자는 아니다. 포장에는 화장품 책임자(RP)나 수입자의 법정 표시도 오르는데 기준은 ‘어느 이름 아래 시장에 공급하느냐’다. 8월에 개정한 공식 문답집은 배송용 스티커로는 제조자가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름도 상표도 없는 포장은 문답집이 정리한 ‘결정적 통제권’, 곧 누가 주문하고 설계 사양을 결정했는가로 가른다. 사양을 정해 발주한 회사가 있으면 그 쪽이, 기성품을 사 왔을 뿐이라면 만들어 공급한 회사가 제조자다. 두 회사 이름이 함께 찍혔다면 어느 이름 아래 공급되는지와 계약 관계를 따진다.

 

운송 포장이 좋은 예다. 팔레트용 스트레치 필름은 롤로 감긴 시점에 이미 최종 형태라 무상표라면 사다 감는 물류 회사가 아니라 필름을 만들어 공급한 회사가 제조자다. 무상표 골판지 상자도 같다. 다만 상자에 사용자의 상표를 명확히 찍어 쓴다면 그 사용자가 제조자가 될 수 있다.

 

용기업체와 OEM 기업도 빠지지 않는다. 용기·단상자·라벨 공급업체는 제조자의 적합성 입증에 필요한 정보와 문서를 제공할 의무를 지고(제 16조), OEM 기업도 포장재를 조달해 공급하는 범위에서는 같다. 브랜드사는 이 의무를 구매 계약 문구로 옮겨 둘 일이다.

 

기술문서 작성·적합성 보장 최종 책임은 ‘제조자’에게

EU 수입자의 일은 확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 제조자의 적합성평가·기술문서·적합성선언과 표시 요건을 확인하고 △ 자기 이름·주소도 표시하며 △ 선언서 사본을 보관하고 당국 요구 시 기술문서를 내놓아야 한다. 부적합이 의심되면 판매 중단과 시정·회수, 당국 통보까지 간다.

 

EU 바이어가 한국 회사에 포장 서류를 묻는 이유다. 적합성평가나 선언서 작성 실무는 외부 기관이나 서면으로 위임한 공인대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기술문서를 만들고 적합성을 보장할 최종 책임은 제조자에게 남고 계약으로 넘길 수 없다.

 

8월 12일 전에 생산한 미출시 재고는 다시 인쇄하는 대신 이 정보를 수반 문서로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적합성 입증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라벨의 제조번호는 내용물 배치를 넘어 포장 유형·배치와 해당 서류까지 추적될 때에만 겸용할 수 있고 RP의 이름·주소 표시 만으로 제조자 표시가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생산자’와 ‘RP’에 대한 명확한 정리

끝으로 헷갈리기 쉬운 이름 둘. 먼저 ‘생산자’다. 포장 폐기물의 등록·보고·비용을 지는 EPR 제도의 주체로 정의는 PPWR이 EU 차원에서 통일했다. 다만 누가 되는지는 그 나라 시장에 누가 처음 공급했는지에 따라 갈리고 등록과 비용·절차는 회원국 별로 돌아간다.

 

한국 수출에서는 대개 현지 수입·유통사가 생산자가 되지만 EU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해 판다면 판매자가 소비자 소재 회원국마다 등록해야 하고 공인대리인이 필요할 수 있다.(제 45조) 자세한 달력은 뒤에서 다룬다.

 

다른 하나는 CPNP의 ‘RP’다. RP 지정만으로 PPWR 역할이 생기지는 않고 별도 서면 위임으로 공인대리인을 겸하더라도 제조자의 핵심 책임은 넘어가지 않는다. ‘내용물의 책임자’와 ‘포장의 책임자’는 ‘별개의 자리’다.

 

지금 하나만 한다면 이것이다. 포장 단위 목록에 ‘제조자’ 열을 더하고 줄마다 회사 이름을 적어 보자. △ 무상표 파우치 △ 세트 박스 △ 배송 박스처럼 손이 멈추는 줄이 나올 순간이 온다. 그 줄이 바로 계약서와 문답집을 다시 펼 자리다.

 

다음 회에는 지금 당장 지켜야 할 것을 본다. 포장 속에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 이야기다.

 

<정연광· 코스무어(COSMURE) 대표 컨설턴트· expert@mocra.co.kr · www.cosmur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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