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스토어 VS 멀티브랜드숍’ 개막
AP·LG 등 전담부서 구성…물밑작업 펼치며 출구 전략 찾기
H&B스토어와 브랜드숍이 주도하는 로드숍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롭스 등 H&B스토어의 외형성장세에 주도권을 뺏긴 화장품 원 브랜드·멀티 브랜드숍의 변화 모색이 진행되면서 전체 로드숍의 지각변동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매장 수 면에서는 여전히 화장품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원&멀티 브랜드숍의 강세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2015년 이후 성장세 둔화가 완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반대로 이미 1천 곳을 훌쩍 넘어선 올리브영을 필두로 랄라블라와 롭스의 출점 확대는 그 증가세가 뚜렷하다.
더구나 화장품 원&멀티 브랜드숍의 메리트에 ‘헬스’를 접목한 이들 H&B스토어는 씨제이, 지에스, 롯데라는 유통 대기업들을 등에 업고 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매장 자체를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고 유통 기업 특유의 탄탄한 매장 관리와 다양한 상품구성 등을 통해 타깃 고객을 넓히는데도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원 브랜드숍 수익성 악화…방향 설정에 고심 화장품 기업 주도의 원&멀티 브랜드숍의 위기설은 2015년부터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지난해까지는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는 것이 유통가의 공통된 증언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사드이슈를 겪으면서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의 주요 상권 매장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원 브랜드숍을 중심으로 확산됨으로써 새로운 출구전략의 모색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인 것이 브랜드숍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딜레마다.
현재까지 파악되고 있는 브랜드숍의 변화 움직임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멀티 브랜드숍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의 경우 본사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하지 않고 있지만 타사 브랜드 입점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으며 영입 대상들은 대부분 온라인 채널에서 강세를 보이는 브랜드들로 확인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숍 비즈니스의 변화를 위해 별도의 팀을 꾸려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생활건강 역시 보떼와 네이처컬렉션의 변화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사 차원의 확인은 불가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H&B-수익성, 브랜드숍-성장둔화가 과제
멀티브랜드숍, 타 기업 브랜드 영입 타진…당사자는 “확인 불가”
온라인 인기 브랜드 영입 소식에 본사는 “확인 불가” 현재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은 1천300여 매장을 확보, 올리브영보다도 많은 매장 수를 보이고 있으며 LG생활건강 보떼는 700여 곳, 네이처컬렉션은 200곳을 상회함으로써 H&B스토어 3강의 전체 매장 수보다는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로드숍을 주도해 온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의 향후 방향 설정에 따라 전체적인 지형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최초 브랜드숍의 시작은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였지만 이후의 주도권은 이들 양사가 쥐게 된 것을 되돌아보면 결국 이들의 유통파워가 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
이 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그림이 현실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의 브랜드 관점으로 볼 때 새로운 플랫폼이 오프라인에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효과가 있지만 화장품 대기업이 보유한 매장에 ‘들러리’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각 브랜드숍의 아이덴티티 유지와 정책 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적용할 것인가도 넘기가 쉽지않은 관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10여년을 넘게 다지고 성장시켜왔는데, 그 공간을 타 기업의 브랜드에게 내 줘야한다는 것은 수용하기가 녹록치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브랜드숍 운영 기업들은 매장을 체험 공간을 늘리면서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해 스마트스토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입점 브랜드를 확대하는 등의 변화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지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한 편이 아니다. 이는 해당 기업의 담당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H&B스토어의 아킬레스 건은 수익성 외형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확대를 계속하고 있는 H&B스토어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수익성. 전국 1천 곳을 넘어선 올리브영은 흑자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랄라블라와 롭스는 아직 흑자를 기대하기에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올리브영 역시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의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흑자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두 곳은 당분간 흑자경영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8천227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12억 원(이익률 5.0%), 당기순이익은 760억 원(이익률 4.2%) 수준이었다. 20%를 상회하는 화장품 브랜드숍에 비해서는 수익률은 한참 떨어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랄라블라는 5월말 현재 전국 190여 매장을, 롭스는 120여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랄라블라 측은 올해 말까지 300여 곳까지 매장 수 확대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롭스 역시 구체적인 매장 수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는 오히려 랄라블라보다 출점이 공격적이다.
PB 확대에 매력 느끼는 H&B스토어 H&B스토어가 이 같은 수익성 약세를 커버하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전략 가운데 하나는 PB 상품 확대다. 특히 올리브영은 이미 10여 개에 이르는 PB를 운용하고 있다. 랄라블라와 롭스는 아직까지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PB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매력을 느끼고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만은 당사자들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H&B스토어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현재 H&B스토어는 2000년 이전 화장품 전문점의 선진화된 형태의 다름아니다. 운영을 포함한 상품 구성, 매장 관리 등 전체적인 경영을 대기업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PB 상품 확대 전략을 고수한다면 기존 고객의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전 화장품 전문점 경영인들이 수익확대를 위해 마진 중심의 판매를 선호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말이다.
로드숍 영업정책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A사의 임원은 “이익률 5% 수준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H&B스토어는 기존 화장품 브랜드숍이 부러울 수도 있다. 반면 기존 브랜드숍은 H&B스토어의 성장세와 집객력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양 측의 강점을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로드숍의 미래를 가늠할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