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화장품유통…온라인시장 놓고 갈등 폭발

  • 등록 2019.06.23 15: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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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는 쿠팡 입점, 엘지생건은 자사몰 폐쇄
가맹점주協 “ 상생 하자더니 본사 입맛대로 결정”

 

국내 화장품 산업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최근 행보가 방판특약점·브랜드숍가맹점·방판카운슬러 등과의 상생·동반성장과는 한참 동떨어진 양상을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두 기업이 행한 최근의 정책적 결정 가운데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은 묘하게도 정반대로 나타났다.

즉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최저 가격, 로켓 배송’을 표방하는 온라인몰 쿠팡에 대표 방판브랜드 설화수 입점 판매를 시작해 방판 특약점주와 카운슬러의 거센 항의와 단체행동에 대처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7일자로 원 브랜드숍 더페이스샵과 멀티 브랜드숍 네이처컬렉션에 대한 자사 인터넷쇼핑몰을 운영을 중단하고 매장 안내·제품 정보·프로모션 안내 등의 기본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

 

양 사의 이 같은 결정과 관련해 브랜드숍 가맹점주와 방판 특약점주·카운슬러 단체들은 “상생과 동반성장을 요구하는 가맹점과 특약점, 카운슬러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본사가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력을 이용해 입을 막고 유통질서를 스스로 혼란케 하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온라인 채널의 성장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갑자기 (자사몰이긴 하지만)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거나, 방판 채널 전용 브랜드를 최저가 판매로 위세를 떨치는 온라인 쇼핑몰에 버젓이 공식 입점 판매를 한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P 방판카운슬러, 단체 행동 연대서명

코스모닝은 최근 제보와 취재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5월부터 방판·백화점 채널 대표 브랜드 설화수를 쿠팡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입점행사로 지난 17일까지 ‘최대 20% 할인+2만 원 쿠폰 증정+5% 적립+5종 GWP 2개’ 등 실질적으로 45% 수준의 할인판매를 진행했다. 이튿날인 18일부터는 설화수 기획전을 연이어 시행, ‘최대 10% 할인+1만 원 쿠폰 증정+5% 적립’ 등으로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주협의회(이하 특약점주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본사 측은 이 같은 영업 행태에 항의하는 카운슬러 소통 공간 ‘뷰티스퀘어’에 게시한 글들을 삭제했을 뿐만 아니라 항의가 멈추지 않자 급기야 뷰티스퀘어를 폐쇄하기까지 했다”며 “본사 소속 영업팀장들은 특약점주와 카운슬러에게 전화, 면담 등의 방안을 동원해 감시와 압박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은 최근 국회에서 열렸던 공정위와의 면담을 통해 전했다”고 밝혔다.

 

특약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는 카운슬러에게 ‘설화수는 명품이니 브랜드 가치를 위해 절대로 할인판매 하지 말라’고 묵시적으로 강요하면서 최저가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공급을 공식화한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3만여 카운슬러의 생계대책과 피해보상 요구를 위해 특약점주 250명, 카운슬러 1만170명의 단체행동 연대 서명서를 서경배 회장에게 등기로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특약점주협의회는 “서경배 회장은 그 동안 줄곧 ‘아모레퍼시픽의 뿌리는 방판 카운슬러’라고 강조해 왔지만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설화수를 공급하는 행위는 그 뿌리에 제초제를 치는 꼴이라 아니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등과 연대해 화장품 산업의 건전 발전과 3만 자영업자 생계보호,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가치를 위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현재 아모레 공식 의견 없어

특약점주협의회 측 한 인사는 코스모닝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에서 특약점주협의회에 25일(화)에 면담하자는 연락이 있었다”고 밝히고 “그렇지만 사안 해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우선 쿠팡에서의 판매를 중지한 후에 면담을 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 일부 친(親) 회사 성향의 특약점주(주로 서울·경기 수도권)들은 특약점주협의회와 다른 의견, 즉 시위나 항의집회, 항의서한 발송 등은 자제해야 한다는 등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이미 본사에서 쿠팡에 공식적인 제품공급을 시작했고 이에 대한 철수가 전제되지 않으면 서로의 의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3월의 이니스프리 사태와 연관 지어 여러 차례 회사와의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번과 같은 일을 본사 차원에서 행하는 것은 특약점주와 카운슬러, 그리고 브랜드숍 가맹점주를 대화 상대나 협상 대상자, 동반성장을 위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의 공식 의견을 문의해 놓은 상태이나 23일 현재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LG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온라인 판매 중단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과 정반대의 정책을 결정, 지난 7일부터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자사 인터넷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중단했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공식 쇼핑몰에 ‘온라인 쇼핑 서비스 종료 안내’라는 제목의 팝업 배너를 통해 ‘회사의 내부 정책으로 인하여 더페이스샵 온라인몰이 2019년 6월 7일자로 구매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공지를 하고 판매 중단과 이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을 안내하고 있다.

 

네이처컬렉션 공식 쇼핑몰은 더페이샵과 같은 온라인 쇼핑 서비스 중단 안내를 하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의 제품에 ‘품절’ 표시가 돼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의 경우에도 구매 기능은 없앤 상태다. 해당 제품에 대한 기본 정보와 문의하기, 매장찾기의 기능 정도만을 제공한다.

 

LG생활건강 측은 이번 결정과 관련 “회사 전체의 정책 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전제하고 “온라인 판매 등과 관련해 가맹점과의 갈등이 계속돼 왔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현재로서는 본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는 판매를 재개할 계획은 없다”라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본사 측의 이 같은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온라인 쇼핑몰 판매 중단에는 다른 사정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유통가 관계자 취재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이번 온라인 쇼핑몰 판매 중단 시점이 △ 더페이스샵의 네이처컬렉션 전환이 거의 마무리됐고 △ 지난 3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 가장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됐다는 점 등을 들어 일시적인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판매 중단은 자사몰에 대해서만 해당하는 것이지 나머지 오픈마켓에서의 판매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

 

가맹점주협의회 “소비자·가맹점 무시하는 전형적 갑질” 맹비난

LG생활건강의 이번 온라인 쇼핑몰 판매 중단과 관련, 더페이스샵가맹점주협의회 측은 “LG생활건강의 이번 온라인 쇼핑몰 판매 중단 조치는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전형적인 갑질 행태”라고 비난하고 “온라인 채널의 성장을 가맹점주가 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나? 본사와 가맹점주가 상생하고 온라인 채널에서의 높은 할인율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자고 했더니 온라인 판매 중단을 가맹점주와의 협의도 없이 결정해 시행하는 것은 상생이나 동반 성장 파트너로서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의 지속적이고 가파른 성장, 채널 간 브랜드·제품 혼재에 따른 본사-가맹점주-(방판)특약점주-카운슬러 간의 갈등 등이 한 번에 맞물리면서 국내 랭킹 1, 2위 화장품 기업들이 직면한 상황이 앞으로 어떠한 해결 방안을 통해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구나 갈수록 공유와 평등 분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사안 근절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 약자에 놓여 있는 가맹점(특약점), 카운슬러 등의 시정 요구를 어떻게 수용, 개선해 나아갈 수 있을지도 하루 빨리 풀어야할 과제로 던져졌다.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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