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 샴푸 쓰세요? 서양인들은 많이 쓰거든요. 모발이 건조해 주 2~3회 샴푸를 하고, 중간중간 드라이 샴푸를 사용하죠. 미국 드라이 샴푸는 흰색 가루가 남거나, 머리카락이 뻗뻗해져요. 한국 제품은 달라요. 제형이 다양한 데다 사용감이 촉촉하고, 유분 제거 효과도 뛰어나죠.”
정새라 랜딩인터내셔널 대표는 드라이 샴푸를 예로 들며 미국시장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미국시장에서 20년 넘게 K-뷰티를 유통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공개했다.
남과 다르게, 긴 호흡으로
재미교포인 그는 2003년 뷰티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현재까지 200여개 브랜드의 1000여개 품목을 80여곳의 해외 유통사에 선보였다. 그가 제시하는 성공하는 브랜드의 조건은 두 가지다.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 것, 긴 호흡으로 갈 것.
“미국에 없는 제품, 다른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요. 독특한 제품만 살아남고 선택받는 시대니까요. 차별적인 품질‧기술‧패키징‧브랜드 철학이 모두 필요하죠.”
특히 미국에선 제품이 뭐가 다른지, 소비자에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KICK과 HOOK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장기적 전략 없이 단발성 유행제품만으로는 미국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저 브랜드의 경우 1년에 신제품 2~3개를 출시해요. 거기에 마케팅력을 집중하고요. 신제품이 쏟아져도 미국 뷰티매장에 진열할 수 없어요. 한국과 흐름 자체가 다르니까요. 전략적으로 키울 제품을 정한 다음, 독보적으로 다르게 만들어야 해요.”
K-뷰티 다음은 K-웰니스
랜딩인터내셔널은 2016년부터 울타뷰티 벤더를 맡아 K-뷰티 브랜드를 론칭했다. 2025년 8월 랜딩 전용 섹션을 만들어 믹순‧성분에디터‧네오젠 등을 선보이고 있다. 울타뷰티와 K-뷰티 육성 전략을 함께 세우고 실행하는 단계다.
헤어‧보디‧향수. 세 분야가 랜딩인터내셔널과 울타뷰티의 넥스트 스텝이다. 이달 초 울타뷰티에 입점한 헤어브랜드 13개 가운데 10개는 랜딩인터내셔날과 협의를 거쳤다.
“한국 헤어케어 제품의 기술 경쟁력은 뛰어납니다. 탈모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했고, 한방‧효소 기반 특허에 강하죠. 미국에는 없는 헤어 품목이 많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높습니다. 미국에서도 탈모인구가 늘고 있어요. 임산부나 여성 탈모가 급증한 데다 얇아지는 모발 때문에 고민하는 소비자도 많아졌어요.”
헤어와 함께 웰니스 품목도 강화한다. ‘건강이 제일 비싼 라이프스타일이다’ ‘아름답게 나이들자’(Age Beautifully)는 인식이 미국서 퍼지면서 웰니스 시장이 커졌다. 좋은 차나 명품가방 대신 웰니스에 돈을 쓰는 것이 최고의 럭셔리로 통한다. K-뷰티의 열풍을 K-웰니스가 이어받을 것이라고 점치는 이유다.
“미국시장에서 K-뷰티는 기초화장품에서 시작해 색조‧헤어‧웰니스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새로운 유통망으론 미국 군납, 대학, 스파, 호텔 등이 유망해요. K-뷰티 브랜드 8개를 미국 군납유통에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정 대표는 미국 소비자의 경우 한국 소비자에 비해 가격 민감도가 낮고 재구매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K-뷰티를 아직 접하지 않은 미국 소비자 비중도 높다. 정 대표가 지난 해 미국 소비자 1만 8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K-뷰티에 대해 관심없다’고 답했다. 이는 K-뷰티의 성장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역사는 흐른다
정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개별 브랜드는 물론 ‘K-뷰티’ 키워드를 띄우는 데 힘쏟는다.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미국서 ‘내셔널 K-뷰티위크’를 진행한다. 울타뷰티를 비롯한 온라인몰, SNS에서 동시 진행하며 K-뷰티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전략이다.
“올해는 노드스트롬‧올드네이비 등 신규 유통망에 K-뷰티를 소개할 거에요. K-뷰티를 새롭게 알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어요. 한국의 뷰티 스타트업들이 자기만의 코어를 갖추길 기대합니다. 제조사나 용기업체가 주는 그대로 따르지 말고, 원료 하나라도 나만의 영역을 꽉 쥐고 있어야 해요.”
정새라 대표는 우리 모두 K-뷰티의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의 미래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죠. 다함께 역사를 써내려간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