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면세점 입점’, ‘OOO면세점 온‧오프라인 동시 진출’.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K-뷰티가 달려가는 곳, 면세점이다. 면세점의 꽃이라 불리는 화장품은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면세점을 전략적 유통망으로 삼는다. 면세점은 중국 소비자는 물론 늘고 있는 동남아 관광객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다. 면세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다.
국내 면세업계 25조…연평균 성장률 20%
국내 면세업계는 2019년 전년 대비 32% 성장한 25조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0년 간 연 평균 성장률은 19.7%다.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등 주요 유통업체가 한 자릿수 신장에 그친 데 비해 이례적이다. 면세점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유다.
황금 알은 프리미엄 화장품에서 나온다. 국내 면세점이 프리미엄 화장품을 중국에 유통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중국 따이공(代工)이 중간상 역할을 맡는다. 지난 2018년 국내 면세점 매출 19조 중 73%를 중국인이 구매했다. 이 가운데 따이공이 올린 매출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면세점 생태계를 B2C에서 B2B로 바꿔 놨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10%에서 최대 40%에 육박하는 송객수수료를 지불하며 ‘따이공 모시기’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업계에서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 94%를 차지한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3.8%에 그쳤다. 롯데‧신라‧신세계 빅3 구도가 강화됐다. 중소‧중견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4.9%, 2017년 -7.4%, 2018년 -2.5%로 역신장을 지속했다. 자본과 마케팅력을 갖춘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개선됐으나, 중소‧중견면세점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화‧두산은 면세사업 철수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지난 해 12월 31일 탑시티면세점도 특허를 반납했다.
정부는 이르면 7월부터 입국장에 면세점 인도장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한다. 중소‧중견업체는 매출 편중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서 프리미엄 화장품 ‘쑥쑥’
국내 면세점은 올해도 프리미엄 화장품 수요에 힘입어 덩치를 키워갈 움직임이다. 글로벌 2~3위권에 오른 국내 면세업체의 제품 소싱력이 강화됐다. 중국서 프리미엄 화장품군이 고성장하는 데 따른 기대도 반영됐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2020년 화장품시장 전망에 따르면 2019년 면세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6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면세시장의 65%, 글로벌 화장품 면세시장의 40%, 아시아 전체 화장품 면세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 면세점은 프리미엄 화장품을 중국에 유통하는 주 경로로 자리 잡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서 한국 면세품을 규제하는 등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2020년 한국 면세시장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의 주요 쇼핑지역인 홍콩시장의 불안정성과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 등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전했다.
‘아모레‧LG‧신세계’ 달리는 삼두마차
올해 면세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에 시선이 모인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헤라와 LG생활건강의 숨‧오휘‧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연작 등이 라인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중국서 프리미엄 화장품 매출 비중이 90%에 이르면서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CNP도 국내 면세점서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이 후에 집중된 점이 문제로 꼽힌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로레알‧에스티로더‧시세이도 등은 프리미엄 브랜드 3~4개가 균형을 맞추고 있다. 중장기 실적 가시성이 높은 구조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후의 성장률이 둔화될 경우 전사적인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숨의 면세점 실적이 중요하다. 새로운 라인 ‘로시크숨마’를 전략적으로 키울 시점이다. 숨 매출 성장률을 후보다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한령 해제에 기대감↑…돌아오라, 中 유커!
2019년 국내 면세점의 주요 판매 품목별 순위는 화장품 가방 시계 귀금속류 향수 순이었다. 화장품은 2016년 국산품이 주를 이뤘으나 2017년부터 유럽 일본산 화장품이 증가했다. 이는 중국 따이공의 브랜드 선호 변화에 따른 결과다. 면세점 주요 고객은 중국인‧한국인이 대다수며, 일본인‧미국인‧대만인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 사드 보복으로 급감한 중국 단체 관광객의 자리를 따이공이 메우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올해도 따이공의 구매액이 면세점 매출을 좌우할 움직임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전면 개방 시 매출액이 급신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지난 2019년 12월 23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올 상반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점쳐지고 있다. 한·중 관계가 호전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올지 눈여겨보는 상황이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을 2000만 명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을 전국 주요 공항으로 확대한다. 3월부터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도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