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 자율 표시 논란 2년, 연내 종지부 찍나 <하>

2020.08.26 19:34:18

K-뷰티 재도약, 건전한 산업 생태계에 달렸다!
브랜드기업-마케팅·처방 확보/ 제조기업-설계 충실한 제품 구현에 ‘올-인’해야

 

국내 타 산업은 어떻게 표기하나

코스모닝은 해외 주요 국가의 사례를 파악하면서 국내 타 산업의 영업자 표시에 대한 부분도 확인했다. 식품·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의약품 등 타 산업에서는 제조업자와 수입자를 표시토록 하고 있다. <표3 참조>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제조업체 임원급 인사 B씨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품의 경우에도 화장품과 같이 위탁 제조가 일반화돼 있지만 제조업자의 명칭과 소재지를 표기토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소비자와 소비자단체는 여전히 화장품 제조업자의 정보를 또 하나의 ‘알권리’로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K-뷰티가 성장 발전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체가 투자해 온 연구개발 분야의 투자와 기여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브랜드 기업(책임판매업자)의 임원급 인사 C씨가 즉각 반박 의견을 코스모닝에 보내왔다.

 

그는 “타 산업에서 제조업자를 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장품 이외의 타 산업에서는 제품의 품질검사 의무와 안전, 소비자 불만처리 등에 대한 책임을 제조업자와 수입자가 담당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표시 역시 책임자인 제조업자 또는 수입자로 하게 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등도 자기 상표로 위탁 제조하는 형태의 유통전문판매업이 있지만 이들은 화장품의 경우와는 달리 일반 판매자의 의무만을 수행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C씨는 “화장품의 경우 제품의 품질·안전에 대한 책임은 책임판매업자에게 있고 제조업자는 책임판매업자의 지도와 감독에 따르도록 한 ‘화장품법시행규칙’ 제 11조 화장품제조업자의 준수사항 등의 제 1항의 1호 ‘별표 1의 품질관리기준에 따른 화장품책임판매업자의 지도·감독과 요청에 따를 것’이라는 규정을 정말 모르고 하는 주장인가”라며 “모른다면 자신의 직무에 대해 대단히 무능하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고 알면서도 이 같은 주장을 한다면 지금까지 누려왔던 이익과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자사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어깃장을 놓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조업자-책임판매업자, 협의 아래 자율표시 가능

현재의 제조업자-책임판매업자 의무표시는 각 업체의 정보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정보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경우 제품에 대한 문제 발생 시 제조업자를 통해 해결해야 할지, 아니면 책임판매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다.

 

개정을 추진하는 핵심 내용은 ‘제조업자 자율 표시’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시장에서의 조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있다.

 

즉 제조업자 표시를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의 경우 제조업자 표시가 없는 제품의 선택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브랜드기업 대표 D씨는 “제조업자 표시를 법으로 금지하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가 협의해서 말 그대로 ‘자율 표시’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2년 가까이 개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장에 첫 진입하려는 브랜드 기업의 경우에는 제조업자 표시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브랜드 기업 모두가 제조업자 표시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신생기업이 제조업자로 세계 굴지의 제조기업 이름을 등에 업는다면 그 또한 유용한 마케팅 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어느 기업의 누구라고 적시하지 않겠지만 OEM·ODM 사업 초기, 그리고 현행 법의 개정 움직임이 있었을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사업 초기였던 당시에는 주요 부처와 입법기관을 통해 오히려 ‘제조원 표기 금지’ 법제화를, 그리고 일정 수준으로 혜택을 누리게 된 이후에는 그 반대의 관점에서 현행 법 유지를 시도한 사실은 화장품 업계 인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라고 의표를 찔렀다.

 

브랜드 빌딩을 위한 건전한 생태계 필연

제조업자 자율 표시를 추진하는 데는 ‘브랜드 빌딩’이라는 K-뷰티가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다.

 

현행 제조업자-책임판매업자 의무표기는 지난 10여 년 간 황금기를 누렸던 K-뷰티의 한계를 드러내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창의력 넘치고 가성비로 무장한 K-뷰티 제품을 개발, 출시하지만 해외 경쟁사업자가 해당 제조기업을 먼저 접촉해 생산함으로써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하기도 전에 고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지금도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장의 아우성이다.

 

해외 수출을 핵심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브랜드 기업 해외영업 담당 임원 E씨는 “신생, 중소규모의 브랜드 기업은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획을 통해 안전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개발해도 대형 제조기업을 통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면서 “화장품의 품질은 처방·설계에 따라 결정되고 제조·생산은 해당 처방·설계한 대로 제품을 구현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대형 제조기업이 ‘1사 1처방’이라는 원칙을 표방하지만 과연 그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냉철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쓴소리를 뱉아냈다.

 

더구나 화장품 기획 단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브랜딩까지 모두 제조전문기업에서 수직 계열화하겠다는 최근의 움직임은 브랜드 기업이 제조업자에게 종속되는 상황을 심화할 뿐만 아니라 결국 K-뷰티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나머지 제조업체와 브랜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처방을 개발, 보유하지 않은 채 제조업자의 처방과 생산계획에만 매달림으로써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해 버리는 국내 책임판매업자의 영세·부실·안일함과 모럴 헤저드를 연상케하는 ‘한탕주의’도 하나의 요인으로 존재한다.

 

제조업자에 대한 의존이 심해질수록 브랜드 기업은 단순한 중간 도소매 판매업자 이상의 위상을 확보할 수 없는 운명에 놓일 것은 명약관화하다.

 

명품 브랜드는 누가 만들고, 누가 키우는가

앞의 브랜드 기업 대표 D씨는 “OEM·ODM기업 담당자를 만나서 현재의 이슈에 대해 문의했을 때 ‘자율표시’를 반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제품을 자체 생산할지, 위탁 생산할지는 사업의 효율성 관점에서 책임판매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현재의 구조는 대형 브랜드 기업과 대형 제조업자 만이 독식을 가속화하고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공고히 할 뿐이다. 국내 대형 제조업자는 지금껏 자신들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자랑’해 왔으면서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다시 강조했다. “쉽게 생각해 보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로레알과 샤넬이 자신의 브랜드를 붙이고 생산하는 제조업자를 쉽게 선택하겠는가. 아마 자신의 생산공장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현장실사를 할 것이다. 아니,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책임판매업자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시하는 방법이 이 이상 더 확실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글로벌 넘버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내 제조업자들이 두려울게 과연 무엇인가. 그냥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득권을 계속 누리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낫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씨는 또 “흔히 말하는 명품 브랜드를 어느 제조기업이 만들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가. 제조기업을 물어보는가. 왜 묻지 않는가. 간단하다. 끊임없는 브랜드 빌딩을 통한 파워를 키워왔고 소비자에게 이를 철저하게 심어왔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기업 역시 자사 만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처방을 개발해 스스로 제조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브랜드 빌딩과 파워를 확보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제조업자가 처방해서 생산하는 제품을 파는 수준의 종속관계에 계속 머문다면 ‘제조업자 자율표시’라는 제도개선이 이뤄진들 그 어떠한 글로벌 경쟁력도 창출할 수 없다”라는 자기반성도 잊지 않았다.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는 K-화장품·뷰티 산업을 이끌어 가는 두 개의 바퀴이자 한 쌍의 날개다. 수레는 한 바퀴만으로 굴러갈 수 없고 새는 하나의 날개만으로 날 수 없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변하고 국가 간의 힘의 균형도 재편되고 있다. K-화장품·뷰티 산업을 견인하는 양 대 축이 효율성 높은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제 2의 K-뷰티 전성시대’를 맞을 수 있는 채비를 갖춰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의 좌고우면은 실기로 직결하는, 의미없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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