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우리는 지난 두 주 동안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표장을 이용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인 출처 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어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은 사례 두 가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적 사용인 경우에는 항상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디자인적 사용임과 동시에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타인의 상표권 침해가 인정된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이 사건에서 살바토레 페라가모 이탈리아 에스.피.에이.(Salvatore Ferragamo Italia S. P. A.·이하 ‘이 사건 피고회사’)는 1999년 7월 7일 핸드백·가죽신·부츠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그림1>과 같은 상표를 출원하여 2000년 10월 25일 자신을 상표권자로 한 상표를 등록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피고회사는 갑사(이하 ‘이 사건 원고회사’)가 구두를 사용상품으로 하여 <그림2>와 같이 구성된 표장(이하 ‘확인대상표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 사건 피고회사는 2005년 10월 17일 이 사건 원고회사가 사용하는 확인대상표장이 자신이 기 등록한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였습니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이란 상표법 제 121조에 규정된 절차로서 어느 특정 상표가 등록된 다른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심판입니다. 위 심판의 심결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으며, 특허법원의 판결은 다시 대법원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피고회사의 심판청구를 2005당2487호로 심리한 다음, 2006년 9월 11일 “확인대상표장을 구두의 발등 부분에 부착한 것은 구두의 장식으로서뿐 아니라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된 것이고 확인대상표장은 이 사건 피고 회사의 등록상표와 유사하며 사용상품도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유사하여 이를 사용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의 우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피고회사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심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이 사건 원고회사는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이 2006년 9월 11일 2005당2487호 사건에 관하여 한 심결을 취소한다”는 청구 취지의 권리범위확인의 소를 제기하면서 “확인대상표장은 이 사건 피고 회사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하지 아니하고, 남성용 구두에 미감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서 상품의 출처를 표시한다기보다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며 이를 사용하더라도 이 사건 피고회사의 등록상표와 오인·혼동의 우려가 없으므로, 위 회사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결
위와 같은 이 사건 원고회사의 주장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습니다.(특허법원 2007. 6. 22. 선고 2006허9074 판결)
가. 우선 확인대상표장의 사용이 상표적 사용인지 단순한 디자인적 사용인지 여부와 관련하여서 살펴보면 “의장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타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사용은 상표로서의 사용”이라고 보아야 하고 “구두의 외부에 부착된 장식의 경우는 별다른 특징이 없거나 오랫동안 구두에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는 한 장식적인 기능과 함께 상품의 출처표시로서의 기능도 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확인대상표장은 구두의 장식뿐 아니라 상품의 식별표지로도 사용되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한다.
나. 지난 칼럼에서 쓴 롤렉스 판례(대법원 1996년 7월 30일 선고 95후1821 판결 참조)의 논지와 같이 “ 2개의 상표가 서로 유사해 보인다 하더라도 거래사회에서 수요자들이 구체적·개별적으로는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염려가 없을 경우에는 양 상표가 공존하더라도 당해 상표권자나 수요자 및 거래자들의 보호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으나 본 사안에서는 “확인대상표장을 그 사용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일반 수요자가 그 품질이나 출처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인 또는 혼동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 따라서 “확인대상표장은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이 사건 피고 회사의 등록상표와 비교하여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를 오인·혼동하게 할 염려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
위와 같은 판결에 대해서 이 사건 원고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역시 “이 사건 피고 회사의 등록상표와 표장·지정상품(사용상품)이 서로 유사하여 그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표장의 상표적 사용·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원고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 2008년 10월 9일 선고 2007후2834 판결).
본 사안의 상표법상 의미
본 사안은 표장의 상표로서의 사용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판례로서 디자인적 사용임과 동시에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 사례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건 원고회사와 이 사건 피고회사는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12호와 관련하여서도 중요한 판례를 남겼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안승훈 변호사 약력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학석사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뉴욕대학교(NYU) 쿠랑트(Courant) 응용수학 연구소·
스턴(Stern)경영대학원 협동과정 석사
◇ 주요 경력
△ 금융결제원 금융정보보호부 과장
△ 법률사무소 헌인 소속 변호사
△ 변호사 이석환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 법무법인 서정 소속 변호사
△ 법률사무소 논현 대표변호사(현)
△ 강남경찰서 자문변호사(현)
△ 대법원 국선변호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