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화장품 업계의 목소리는 없는' 화장품 산업 지원책과 연구원장 선임

  • 등록 2024.08.12 19: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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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 관련 사안은 취재가 쉽지 않다. 기업의 경우도 그렇지만 정부·산하 기관장에 대한 취재와 보도는 더더욱 힘들다. 해당 직위의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당사자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고 여타 관련자에게도 불편함을 주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신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장 공개모집이 오늘(12일·월) 지원서 접수를 완료하고 원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최종 선임을 남겨두고 있다.

 

기자는 약 3주전, 그러니까 연구원장 공개모집 공고를 하기 약 10일 전에 신임 연구원장 후보와 관련한 정보를 입수했다. 당연히 정보 입수의 경위를 밝힐 수는 없지만 믿을 만한 가치와 신뢰도는 충분했다.

 

‘공개모집 → 원장추천위원회 심사 → 선임’으로 진행하는 지금까지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공개모집에 응한 후보자 관련 사항 역시 언론에 공개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입수한 정보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공개모집 공고가 나올 시점에 상황 변화가 생겼다. 신임 연구원장 공모에 기자가 최초 입수한 정보에 등장한 후보 이외에 또다른 ‘인사’(人士)가 응모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려온 것이다.

 

공모를 거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하는 연구원장 인사에 복수의 후보가 등장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 수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기자가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이 내용이 무심히 지나치기 어려운 지점임을 깨달았다.

 

초대 신현두 연구원장부터 현 이재란 연구원장까지 모두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다. 기자가 입수한 신임 연구원장 후보에 대한 정보 역시 보건복지부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새롭게’ 등장한 연구원장 후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론된 인사는 화장품 산업과 오랜 인연이 있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신임 연구원장 선임 관련 내용 전반을 파악하고 있는 한 인사는 전적인 사견임을 전제로 “냉철하게 판단하자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거론된 식약처 출신 인사가 신임 연구원장에 훨씬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물망에 올라 있는 복지부 출신 인사의 개인 역량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과거 이력에서 화장품 관련 업무를 수행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반면 식약처 출신 인사는 화장품 산업 관련 업무를 수행했었고 산업에 대한 이해도 높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내심 식약처 출신 인사를 선호할 지도 모를 일”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연구원장 자리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힘겨루기를 하는건가?’ ‘연구원장은 퇴임 고위 공무원들의 향후 3년 간을 보장하는 시혜성 기관장인가?’ 등의 뇌피셜 수준의 억측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도, 화장품 업계도 인정하기 싫겠지만 지금까지 연구원장은 ‘보건복지부의 몫’이었던게 사실이다. 연구원 설립 당시 보건복지부와 화장품협회 회원사들이 출연(出捐)했으니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가 연구원장을 맡아야겠다는 인식도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여태까지의 ‘관행’이었으니까 그렇게(보건복지부 출신 인사가 연구원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같은 전례(前例)가 없다보니 신임 연구원장 공모에 식약처 출신 인사가 거론됐다는 루머 만으로도 ‘설마’하는 수준의 억측부터 시작해 나름대로의 해석,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근거까지 제시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화장품 산업'을 놓고 드러내는 불편함은 또 있었다. 지난달 24일에 식약처·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K-뷰티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화장품 산업 진흥·발전은 보건복지부가 주관 부처라고 할 수 있는데, 정작 보건복지부는 오간데 없고 식약처·중소벤처기업부의 '공동 작품'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식약처는 그 실질 효과는 차치하고 그 동안 '규제 혁신·규제 외교'를 전면에 내세워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지원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65%를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으니 (화장품 산업 진흥과 발전을 위해 어떤 지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공동 발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최초에는 보건복지부-식약처-중소벤처기업부, 이렇게 3부처가 공동으로 관련 발표를 하기로 했었다는 사실을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복지부 측에서 발표 직전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인식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공동 발표에서 빠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이 추진하고 진행하기 힘든 연구개발·정책 차원의 지원 요청이 있을 때는 '예산이 없다' '화장품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된다고?' 라는 등의 불가요소를 내세운다. 

 

지난해와 올해, 가히 경이로울 정도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하니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 싶은' 여기저기서 "화장품 산업을 지원하겠다"며 숟가락을 얹겠단다. 다시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면 이같은 애정과 관심은 사라질게 분명하다. 여태까지 그렇게 취급받아온 '화장품 산업'이다.   

 

현실이 이러하다. 화장품협회도, 새로 수장을 맞이할 연구원도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할 상황도,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기자의 취재에도 흔쾌히, 그 정도를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지도 않는다.

 

화장품 산업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앞으로 3년을 이끌어갈 기관장을 선임하는 데 화장품 업계의 목소리나 기대를 반영할 가능성은 없고 ‘보건복지부의 몫에 식약처가 왜?’라든가 ‘이래서 식약처 출신들도 (퇴임 후에)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둬야 한다’라는 식의 전근대적 발상과 발언이 여전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곳, 바로 여기가 연간 수출 100억 달러, 세계 3·4위를 놓고 화장품 수출국 순위를 다투는 K-뷰티의 나라, 대한민국이다.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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