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원으로서 직장 생활 10년, 기업의 대표로 25년을 넘게 지내왔지만 이정섭 (주)이손 대표의 아이덴티티는 ‘화장품 과학자’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회사원 시절에도, CEO가 돼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정섭 대표는, 그래서 이제는 (주)이손의 영향력을 좀 더 크고 넓게 펼치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는 구상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원료, 특히 헤어케어 부문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하고 완제품 부문, 즉 OEM·ODM 사업이 영역을 확대할 겁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생산시설이 제대로 갖춰졌고 고객사의 주문에 한층 효율성 높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을 완성한 덕분에 조각나 있던 퍼즐들이 맞춰지면서 그려놓았던 그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까요?”(웃음)
이 대표의 구상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다음달에 생긴다. 내달 2일부터 막을 올리는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현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참가 부스 비용이 만만찮은 이 전시회에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는 이유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주)이손이 보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국내외 바이어와 연구개발 전문가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최고의 툴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이손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일본 사사키화학·산에이(山榮)화학과 함께 부스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사사키화학의 ‘토스-테아’, 산에이화학의 ‘EMACOL’ 등은 이미 헤어케어 원료의 클래식이라고 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번에는 자체개발을 통해 특허등록을 진행하고 있는 (주)이손의 헤어 본딩케어 기능 원료, 나노-리포좀 원료 등도 선보임으로써 경쟁요소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OEM·ODM 사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를 공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도 준비해 뒀다.
“일본이 기초과학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화장품 원료 산업에서의 우위 역시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이젠 ‘판’이 바뀌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원료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화장품·뷰티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들 일본 기업들도 한국 시장 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전략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말이죠. K-코스메틱·K-뷰티가 떨치고 있는 국제 무대에서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저는 이렇게 바뀌고 있는 흐름을 (주)이손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로 연결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연구실로, 생산현장을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내년에 받아들 (주)이손의 성적표에 어떠한 숫자가 새겨질지 그 궁금함을 감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