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잭팟을 터트린 K-뷰티. 이른 잔치였나. 2023년 수출 전망이 심상치 않다. 중국 다음은 어디인가.
‘4차 한류열풍’ ‘쁘티프라’(작고 귀여운 가격) ‘신오쿠보’하면 떠오르는 국가, 일본이다. 일본은 K-뷰티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브랜드마다 진지를 구축하고 치열한 진검승부를 펼친다.
그늘도 있다. “K-뷰티, 싸니까 사요.” “K-뷰티는 제품은 있지만 브랜드는 없다.” “한국 화장품하면 마스크팩만 떠오른다.”
K-뷰티는 올해 어떤 전략으로 승부해야 하나.
에센스와 하이브리드, 코어 콘텐츠다.
에센스(essence). 본질‧정수를 뜻한다. ‘핵심을 붙잡아 노하우를 추출하라’. ‘군더더기를 빼고 에센스만 정확히 배치한 프로그램에 탑승하라’. 일본호 쾌속선 승선 조건이다.
하이브리드(hybrid). 융합이다. 동종‧이종업계 간 합종연횡이다. 브랜드‧산업‧유통 간 거침없는 콜라보 전략이 요구된다.
코어 콘텐츠(core contents). 콘텐츠 커머스 시대다. ‘일본 느낌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일본 소비자를 정조준한 콘텐츠가 브랜드를 키운다. 소비자 지갑을 연다.
에센스와 하이브리드, 코어 콘텐츠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탁월한 협업자’다. 시장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는 협업자를 찾아야 한다. 일본시장 성공 열쇠다. ‘카더라’가 아닌 데이터, ‘대박 났다’가 아닌 정확한 레퍼런스. 이들 요소를 장착한 협업자와 적기에 접속하면 고효율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세상은 이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이들은 시간과 돈을 아껴준다.
한국화장품수출협회가 27일(월) 개최한 ‘2023 일본 수출전략 세미나’에서는 탁월한 협업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K-뷰티 퀀텀점프 조건 : 다양성‧균형‧유연성
“K-뷰티는 빠르고 강하다. 고기능성과 독특한 상품, 빠른 트렌드 대응력으로 승부했다. 브랜드 과열 시대, Money가 아닌 Mania가 중요하다.”
‘일본 유통업계의 K-뷰티 인식과 대응 방법’을 발표한 김병수 비지티컴퍼니 대표의 단언이다. 그는 K-뷰티는 단품으로 인기 있지만 일본 주류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한 상태라고 봤다. K-뷰티를 가로막는 벽을 허물고 퀀텀점프를 할 시점이다.
김 대표는 성공적인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 다양성을 갖춰라 △ 균형을 잡아라 △ 당연함에서 벗어나라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다양성은 품목‧소비층‧가격의 확대를 말한다. K-뷰티는 일본에서 가성비템이나 중저가 색조 화장품 중심으로 인식된다. K-뷰티의 취약지대인 프리미엄 제품‧헤어용품‧‧향수 등에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노령사회다. 15~29세 인구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8%다. 일본사회의 자산은 중노년층에 편중됐다. MZ세대만 바라볼 게 아니라 노령층을 공략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포장‧용기‧향 등 디테일을 강화해 다양한 감성 요소를 자극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밸런스’다. 김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은 외줄타기와 같다고 말했다. 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장대 역할을 할 파트너와 손잡는 전략도 요구된다.
그는 유통‧마케팅‧물류 분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온‧오프라인 진출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SNS 홍보를 동시 진행하며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여러 채널에 진입을 시도하고 매스티지 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당연함에서 벗어나라’는 유연성한 사고를 가리킨다. 갖다 놓으면 팔리는, K-뷰티만 내세우면 사가던 시대는 지났다.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K-뷰티의 뒤를 중국과 태국이 바짝 쫓고 있다.
“코스파(가격 대비 성능)와 타이파(시간 효용성) 전략을 동시에 세워야 한다. 타이파는 일본 신조어로 타임 퍼포먼스를 뜻한다. 정해진 시간을 가능한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뷰티는 소비자의 일상에 효율성을 더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K뷰티의 미래를 준비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한류가 사그라들거나 국가 간 무역 분쟁을 대비해서다. K-뷰티만 앞세운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화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K뷰티와 일본 문화를 혼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본 반품‧대금지불 관행 파악해야
일본 화장품 유통 흐름도 제시했다.
일본은 아직 오프라인이 강세다. 오프라인 유통 전개가 관건이다. 일본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오프라인은 버라이어티숍‧드럭스토어‧잡화점‧편의점‧디스타운트 스토어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버라이어티숍보다 드럭스토어에서 높은 매출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일본 벤더사를 통해 채널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밀접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일본 내 오프라인 유통의 어려움으로 △ 높은 운영비용 △ 낮은 이익률 △ 전문 관리 노하우 부족과 현지 담당자와 소통 △ 반품‧대금 지불 등 일본만의 거래 조건 등을 들었다.
나아가 △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문화의 특수성 △ 디지털에 적응하기 힘든 노인이 많은 인구구조 △ 트렌드보다 장인정신을 우선하는 분위기 △ 정치‧경제‧문화의 고령화 현상 등도 K-뷰티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았다.
감각적이거나 빠르거나
‘트렌드와 스피드’. 김 대표는 K뷰티의 기회 요소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일본 기업과 글로벌 브랜드사는 제품을 2~3년마다 리뉴얼했다. 한국은 이를 6개월로 단축시켰다. 제품 교체 주기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빠른 제품 주기는 밸류체인 구성원에게 강한 긴장과 경쟁심, 동기유발을 이끌어냈다. 속도가 K-뷰티 경쟁력의 원동력이다”고 평가했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강한 단품에 집중한 K-뷰티. 일본 소비자의 피부고민에 맞는 특화상품으로 Z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분석이다.
Money 아닌 Mania 시대
최근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판도 변화가 감지됐다. 큐텐을 치고 올라오는 라쿠텐과 아마존 재팬의 반격이 거세다. 드럭스토어가 H&B스토어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돈키호테‧빌리지반가드 등도 할인전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쟁에 돌입했다. 브랜드 포화상태에서는 마니아를 키워야 한다. ‘좋아서’의 힘은 강하고 오래 간다.
마지막으로 김병수 대표는 “중국이 하오하오(좋다좋다), 커이커이(가능해가능해)의 시장이었다면, 일본은 느리고, 꼼꼼하고 세심하다. 일본을 정확히 알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은 매뉴얼에 맞춰 살아간다. K뷰티가 일본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상당 부분 매뉴얼화된 상태다. 원칙을 잘 따지고 들어가면 경쟁사보다 속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화장품시장 329억 5,300만 달러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5298억 달러(한화 약 7백조)다. 일본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9억 5,300만 달러(한화 43조)다.
일본 내 화장품 수입국가 가운데 한국은 3위를 차지한다. 1위인 프랑스와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연평균 32.4%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