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가 진화하면 사람의 욕망과 크리에이티브도 진화한다’라고 말한 이는 일본 디자이너 하라 켄야다. 메이크업 제품이 진화하면 표현 욕구가 정교해진다. 나를 정밀하게 드러낼 때 자기 충족감이 커진다. 피부색이 짙은 이들을 위해 진보된 메이크업 제품을 만든 이가 있다. 검은 피부 톤을 가진 뷰티 크리에이터 젤라(본명 진보라)다.
젤라 학창 시절부터 피부가 유난히 까맣고 여드름이 심했다. 우울감을 오래 겪었다. 살짝 시선을 바꿨다. 장미는 품종이 달라도 모두 장미라고 하지 않나. 피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피부색이 다 다르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 여기서 ‘시선을 바꾸는 프로젝트’로 이름 붙인 ‘로즈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남편 이지혁과 뷰티회사 젤러스를 세우고 만든 브랜드다. 로즈 프로젝트 쿠션은 여러 색깔의 장미처럼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뷰티에 대한 고정관념과 기울어진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
젤러스의 로즈 프로젝트는 ‘커먼 스킨 쿠션’과 ‘비긴케어 클렌징 젤’ 두 가지로 구성됐다. 쿠션은 1호부터 4호까지 4종이다. 피부 톤이 어둡거나 태닝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다크 톤을 특화했다.
젤라 지금까지 수많은 쿠션을 써봤다. ‘분명 어두운 피부용이라고 나왔는데 왜 피부에 안 맞지?’ 진짜 23호, 25호 톤에 맞는 제품을 만들자 결심했다. 아웃도어족이 늘고, 태닝을 즐기는 이들도 많아졌다. 태어날 때부터 피부가 검은 사람도 많고 다문화가정도 증가했다. 피부색은 계절별로 변한다. 19호, 21호, 23호로 획일화한 쿠션 종류가 달라질 때라고 생각했다.
경험에서 출발하고 시행착오 속에 완성도를 높였다. 품목을 늘리기 보다 ‘이거 하나면 돼’ 할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단단하고 똑똑한 제품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었다. 안티가 팬으로 돌아서는 경험도 했다.
젤라 유튜브가 해외에 알려지면서 패싱 논란에 시달렸다. 변신 메이크업 콘텐츠를 많이 올리는 편인데, 하얗게 화장을 하면 화이트 패싱이다, 반대면 블랙 패싱이다 하는 비난이 일었다. 악의적 댓글이 반복되는 동안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피부 색으로 차별을 만들지 말자” “우린 그냥 다 사람이다”는 의견에 공감이 쌓였다. SNS에 흑인과 유색인종 유입률이 급증했다. 유튜브 구독자 84만 명과 실시간 호흡하면서 깨달았다. 모든 이들은 자기 피부를 정확히, 제대로 표현할 제품을 찾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로즈 프로젝트 쿠션과 클렌징 젤은 세계 여행 중이다. 미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으로 떠났다. 제품의 독창성과 젤라의 글로벌 인지도, K-뷰티 붐.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이지혁 대표 해외 수출을 늘리는 단계다. 국내외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서 쓰고 후기를 올리고 있다. 소비자는 거짓말에 민감하다. 가짜 후기나 광고를 걸러낼 줄 안다. 젤라는 그동안 진정성을 무기로 구독자를 늘려왔다.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2년 동안 매출을 높였다. 올 하반기 스킨·크림·마스크팩을 개발할 예정이다. 서핑숍·태닝숍 등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매장 진출도 확대한다. 젤라는 전 세계에 구독자를 골고루 보유한, 다소 특이한 케이스의 인플루언서다. 국가별 셀럽이나 팬들과 소통하며 꿈을 펼칠 무대를 키우는 중이다. 궁극적인 무대는 미국이다.
젤라 다문화가정 고등학생이 피부색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내 유튜브를 틀어줬다고 한다. 그 뒤부터 친구들이 피부를 놀리지 않고 오히려 부러워한다고 글을 남겼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이에게 말하고 싶다. “피부가 하얗다고 다 예쁜 게 아니에요. 어떤 피부든 다 예뻐요.” 좋은 제품을 넘어 본질적 자존감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인간은 행복감과 자존감이 있어야 자립하니까. 검은 피부와 여드름, 알러지, 민감함 때문에 고민했던 내가 이 자리에 있다. 우리 모두 제 발로 바로 설 수 있는 존재다.
매력자본이 주목받는 관심경제 시대다. 젤라라는 두 글자는 ‘믿쓰젤’ ‘젤라픽’을 유행시켰다. 로즈 프로젝트는 젤라라는 한 인간의 고군분투 성장기다. 스스로를 긍정하며 매일 자라나는 한 사람의 단단한 아름다움이 로즈 프로젝트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