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화장품협회 제 76회 정기총회가 내달 11일(화) 개최된다.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10억 달러 달성(2012년) 12년 만에,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마지막 시점이었던 지난 2022년의 수출 감소를 1년 만에 다시 성장세로 회복하고 달성한 ‘수출 100억 달러’는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에서 기념하고, 기록하고, 자축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이번 정기총회가 갖는 또다른 의미는 대한화장품협회 창립 80주년을 맞는다는 것과 새롭게 회장단을 구성하는 ‘임기총회’ 이슈가 있다는 점이다.
3년 마다 돌아오는 임기총회에 무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 시점에서 일단 서경배 회장의 연임은 ‘확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지난 2003년 제 38대 회장으로 취임한 서 회장은 이번 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하면 오는 2028년까지 회장 직을 수행한다. 9대(38대~46대)에 걸쳐 25년 동안 회장직에 몸담는 셈이다.
사실 그대로 얘기했을 때 화장품협회장이라는 자리는 ‘권력·이권’ 등이란 말과는 거리가 멀고(아니 관계가 없다고 하는 편이 옳다) 오히려 ‘봉사·희생’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경배 회장은 지난 22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 3년을 합쳐 모두 25년 동안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 왔다는 의미로 바꾸어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코스모닝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 회장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번 임기가 끝나면 차기 회장은 다른 분이 맡아주기를 바란다’라는 의사를 강하게 표명·전달해 왔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회장단·임원사 측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회장직 수행을 고사 또는 거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라는 것이 ‘오너(창업자)가 아니어서’ ‘회장직을 맡기에는 나이가 어려서, 혹은 많아서’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등이다.
이들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회장직을 맡지 않으려는 ‘하나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오너(창업자)가 아니었지만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고 황영규 회장) 서경배 회장이 첫 취임했을 때 나이는 마흔이었다. 현재 2세 경영체제에 접어든 주요 상위 기업들의 후계자들은 이미 그 나이를 훌쩍 넘겼고 경영 전면에도 나서 있다.
서 회장에 앞서 4회 연임(1995년~2003년·8년)을 했던 유상옥 회장도 당시에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투톱 기업과의 매출 차이가 분명했지만 재임 8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회장직을 수행했다. 화장품 산업 역사에 길이 남을 화장품법 제정(1999년)도 유상옥 회장의 재임 기간 일궈낸 성과이자 업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지난 70여 년을 넘게 ‘1위 기업’이었고 ‘오너 경영인’이라는 이유로 앞으로의 3년을 포함해 25년을 화장품협회장으로서 봉사·희생해 온 서경배 회장을, 이제는 자유롭게 해 줄 때도 됐다. 그 동안의 봉사와 노고와 희생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다.
이제 나머지 기업과 대표들에게 3년 후 해야 할 질문을 앞당겨 던질 시점이다.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은 아모레퍼시픽만이, 그리고 서경배 회장 만이 앞장 서서 이끌고 나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나머지 다른 기업들은 자칭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내 화장품 산업과 기업들에게 받은 수혜를 인정하는가. 그렇다면 그 수혜를 환원할 방안이나 길을 모색하고 고민해 본 바 있는가.”
마지막 질문을 건넨다. ‘포스트 서경배 회장’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