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는다. 바르지 않는다. 입지 않는다.’
무엇을? 동물로 만든 음식과 화장품과 옷을. 우리는 이들을 비건족이라고 부른다. 기후위기시대에 ‘비건’(vegan)은 ‘힙한’ 태도이자 윤리로 자리잡았다.
비건은 식물성 음식만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가리킨다. 비거니즘(Veganism)은 동물복지를 중시하고 동물착취를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비건과 비거니즘은 어디서 왔을까. 두 용어를 세계 최초로 만든 단체는 영국 비건소사이어티다. 미린 루이스(Mirrin Lewis) 영국 비건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 책임자가 방한했다. 그는 11일 경기 킨텍스 제2전시장 8홀 컨퍼런스장에서 ‘윤리적 뷰티산업과 비건 화장품의 성장’ 세미나를 열었다. 미린 루이스가 들려주는 비거니즘 철학과 비건뷰티의 글로벌 성공전략을 숫자로 풀었다.
1944년 “비건과 비거니즘 용어는 일곱명의 채식주의자가가 만들었습니다. 1944년, 도날드 왓슨(Donald Watson, 비건소사이어티 설립자)이 중심인물이죠. 이들은 비영리 단체인 비건소사이어티를 세우고 비거니즘을 전파하기 시작했어요.
이 단체는 1990년 비건제품을 인증하고 알리기 위해 비건마크를 만들었고요 비건마크는 동물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에 발급해요. 단순한 식습관을 넘어 화장품‧의류‧생활용품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동물성 제품을 금지하는 캠페인의 의미를 담고 있죠.”
13% “지난 10년 동안 비거니즘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어요. 영국에선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비건 인구가 4배 늘었죠. 아시아 지역 소비자의 13%가 자신을 비건으로 규정했습니다. 비거니즘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이 소비자에게 공감대를 얻은 결과에요.
특히 비건은 뷰티업계 판도를 바꿔놨어요. 윤리적 소비자들이 비건 화장품을 찾기 시작한 거에요. 제품 기획 단계부터 달라졌죠. 원료조달과 생산방식에 이르기까지 비건혁신이 일고 있어요.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은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영국 다음으로 두 번째 큰 비건뷰티 시장을 보유했어요.”
2nd “유럽이 비건뷰티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전체 비건뷰티 시장의 34%를 유럽이 점유하죠. 스킨케어 비중이 가장 높고, 헤어제품이 가장 빨리 성장 중이에요. 비건뷰티가 급신장하는 시장은 아시아태평양‧북미‧중동 지역이에요.
눈여겨볼 부분은 비건이 아닌 소비자도 비건화장품을 구매한다는 거에요. 영국 비건뷰티 소비자의 약 40%가 논비건이라는 통계가 나왔어요. 비건제품은 동물성 원료와 동물실험을 배제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70개국 “비건소사이어티는 35년 동안 비건인증 제도를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발전시켰어요. 비건인증 마크는 세계 70개국에 통용되며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몰을 비롯해 드럭스토어‧H&B숍‧마트‧편집매장 등에서 비건소사이어티가 발급한 인증마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입니다. 비건마크가 붙은 제품은 믿고 쓸 수 있으니까요.
현재 비건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어요. 하지만 1944년 비건소사이어티가 규정한 보편적 의미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죠. 이 때문에 비건소사이어티는 책임감을 가지고 비건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화장품은 원료‧부자재 조달방식과 공급망 전반의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평가합니다.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5단계 심사를 거친 뒤 인증마크를 발급해요.
동물성 원료를 포함하지 않아야 하며, 동물실험을 거쳐선 안됩니다. 논비건 재료와 교차오염을 방지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비건마크를 받을 수 있어요. 비건마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안전성‧윤리성과 크루얼티 프리를 보증하는 지표에요.”

제3자 “뷰티업계에서 ‘크루얼티 프리’와 ‘비건’이란 용어는 혼용되지만 정의가 다릅니다. 크루얼티 프리는 동물실험 배제에 초점을 맞춰요. 비건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제품의 성분이 동물 유래인지까지 살핍니다.
동물을 어떤 범주로 정의할 것인지, 동물 유래 물질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해석이 다를 수 있어요. 제 3자에 의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죠. 비건소사이어티는 비건의 기준을 △ 동물성 원료 배제 △ 동물 실험 금지 △ 교차 오염 방지로 설정했습니다. 동물을 전체 동물계, 즉 모든 척추동물과 모든 다세포 무척추 동물로 규정했어요.
미국은 단일 시장 기준 세계 최대의 비건뷰티 강국이에요. 그러나 동물실험에 대한 국가적 금지 조치가 없는 상태죠. 비건소사이어티의 인증마크를 단 제품은 직관적인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2026년 “한국 기업 300곳의 제품 약 3천개에 비건인증 마크를 발급했어요. K-제품이 비건마크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로 비상하고 있죠.
K-뷰티는 혁신으로 통합니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비건화장품을 개발해 고객층을 넓힐 수 있어요. 비건은 뷰티의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친환경‧클린뷰티 제품에 비건파워를 더할 때 글로벌로 가는 성공길이 열립니다. 비건소사이어티는 80년 전통과 세계적인 공신력을 가진 단체에요. 2026년, K-뷰티의 글로벌 여정에 비건소사이어티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