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원브랜드숍 화장품 시장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시도를 지속하겠다"
지난 3월 제1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해동 토니모리 대표이사 회장은 역동적인 화장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신규 채널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했다.
화장품 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직영점만 집중해왔던 로드숍 브랜드들은 홈쇼핑과 H&B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브랜드들이 다양한 유통채널로 발을 넓히는가 하면 유통채널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비씨엘과 손잡고 1020을 겨냥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 '0720'을 선보였고, CJ올리브영과 이마트 등은 자체 유통망을 이용해 PB브랜드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유통대기업 채널별 진출현황:원본 파일 다운로드는 코스모닝닷컴 자료실 이용>
커져라! 유통의 힘
유통전성시대라 불릴만큼 유통의 힘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성과 평가사이트 CEO 스코어가 2000년 이후 30대 그룹의 순위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통기업들은 기존의 제조업을 밀어내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신세계는 2000년 24위에서 지난해 11위로 가장 크게 뛰어올랐고, 식음료부터 명품까지 다루지않는 소비자가 없다는 ‘유통 최강자’ 롯데는 8위에서 5위로 상승하며 4대 재벌의 아성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CJ가 19위에서 15위, 현대백화점이 26위에서 13위를 기록했다.
유통 그룹들의 폭풍 성장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화된 시설과 문화 공간을 갖추며 단순 할인점부터 대형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널로 진화해 나갔다. 이와 같은 시기와 맞물려 유통그룹들은 튼튼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맞춰 새로운 업태로 변화무쌍하게 변신을 시도했다.
유통채널 시대변화에 민감
할인점지고 복합몰 부상
유통채널의 흐름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22.9%와 23.8%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편의점과 H&B스토어는 각각 18.6%와 34.6%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인~2인 가구가 급 성장하면서 4인가구의 주 쇼핑처였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것.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12년 이후 마의 30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은 휴식과 힐링 공간이 있는 복합 아울렛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백화점 3사가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아울렛은 2020년까지 10여개다.
대형마트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국내 1위 이마트의 경우 최근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폐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 효율화 방안을 내놓았다. 대형마트는 더 이상 숫자 경쟁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보이지 않는 ‘가치’싸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마트 매장혁신부문 서현선 상무는 “오프라인에서의 경쟁과 가시적인 숫자싸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고객이 방문하지 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일단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화점과 마트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곳도 있다. 멀티기능을 강조한 복합쇼핑몰이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와 함께 미래 유통시설로 부상한 대형 복합쇼핑몰은 단순 유통이 아닌 문화와 체험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면세점 역시 기존의 호텔 사업자 중심에서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차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롯데·현대·신세계가 나란히 면세점 특허 사업권을 얻어 면세점에서도 경쟁을 펼치게 됐다.
복합 소비패턴으로의 변화는 국내 H&B스토어를 키우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 업계는 로드숍으로 대변되던 기존 ONE브랜드숍에서 멀티브랜드숍으로 바뀌는 추세다. H&B 스토어는 2009년 1천500억원대 규모에서 2013년 6천300억원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2천억원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복합 쇼핑몰 패턴은 온라인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유통 그룹들은 기존에 각개로 운영되면 쇼핑몰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마트는 백화점, 마트, 부츠를 하나로 모은 SSG(쓱)을 오픈하며 대대적인 광고에 나섰다.
올해 전체 시장규모 1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홈쇼핑 업계에도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바일을 점차 키우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T커머스 분야도 점차 확대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패션, 뷰티, 리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시장에 다양한 유통채널이 새롭게 선보이면서 브랜드업체에겐 발빠른 선점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 전문점처럼 하나의 채널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오프라인 숍을 내고, 오프라인 브랜드가 홈쇼핑에 입점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시장 흐름에 맞춰 어떤 제품을 어떤 채널을 통해 선보여야할지가 중요해 졌다”며 “철저한 소비자와 채널 조사를 통해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타켓팅 시대”라고 설명햇다.
유통전문가 ‘롯데’
식품회사로 출발한 롯데는 유통을 넘어 건설, 관광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키며 다양한 기업을 거느린 거대 재벌로 성장했다. 본격적인 외형 성장은 200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는 지난 3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 유통계열사를 아우르는 유통BU(Business Unit)를 출범시키며 그룹이 가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멤버십 플랫폼까지 보유한 그룹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단일 그룹으로는 국내 최대 세일 축제인 '그랜드페스타'를 펼치는 등 유통계열사들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의 외형 확장은 다방면에 걸쳐 내년에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2017년엔 백화점에 1조1천349억원, 할인점에 4천49억원 등 총 1조5천398억원을 투자를 결정했다.
롯데쇼핑 자회사인 세븐일레븐은 화장품을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하고 자체 브랜드를 내세웠다.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내 화장품 매출이 2014년 6%, 2015년 10%, 지난해 13%로 매년 신장하면서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 세븐일레븐은 전국적으로 구축된 유통망을 통해 영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롭스는 H&B스토어에서 왓슨스를 따라잡고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올해 말까지 120개까지 매장수를 늘리고 새롭게 인테리어를 통해 산뜻하게 변신한다. 7월 선보이는 온라인 홈페이지을 통해 더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의 삶 전체와 관련이 깊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매경영’으로 경영효율화
신세계는 이마트를 주역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백화점에 주력하던 신세계는 1996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대형마트 시장을 열었다. 기존 할인점에서 변화를 선도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11조6천312억 원은 신세계그룹 37개 계열사의 총매출인 21조3천774억 원의 절반이 넘는 54.4%다.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11개)에 이어 고양에 선보인 이마트타운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자신감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 이마트는 이마트타운 성공 이후 스타필드하남 등 복합타운을 연달아 선보이며 쇼핑 콘텐츠 외에 엔터테인먼트와 힐링 등을 결합한 대형 쇼핑몰 시대를 선보였다.
이마트의 자신감은 새롭게 도전하는 H&B스토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2년 첫 도전작인 분스가 실패로 돌아간지 5년만에 영국 드럭스토어 부츠와 손잡고 다시 H&B스토어에 진출한 것. 지난 19일 스타필드하남에 공식오픈한 부츠는 PL브랜드 No7(넘버7)과 SOAP&GLORY(솝앤글로리)로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 슈가컵에 첫 등장했던 센텐스도 부츠에 재등장했다. 이마트는 기존 이마트가 가지고 있던 유통강점을 살려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를 잇달아 성공시켰다. 앞으로도 자체 브랜드를 키워 유통 노하우에 녹인다는 전망이다.
신세계 대구백화점 오픈과 함께 경영전면에 드러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이마트의 정용진과 함께 남매경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뷰티와 패션쪽에 강점이 있는 정 사장이 대구점에서 첫 선을 보인 프리미엄 멀티숍 시코르 매장을 신세계 전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 소공동에 위치한 본사를 강남 센트럴시티로 옮기며 고속터미널점을 면세점, JW메리어트호텔 등과 함께 신세계타운화 하겠다는 포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