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9일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오는 12일(월)부터 25일(일)까지 적용한다”고 확정함으로써 해당 기간 안에 개최(7월 14일~16일)가 예정된 ‘2021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이하 인코스메틱스)의 정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 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확정 발표한 시점과 맞물려 인코스메틱스가 열릴 같은 장소(코엑스)에서 개최한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전시회가 오늘(11일)까지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인코스메틱스 참가기업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참가를 결정했던 일부 기업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참가를 보이콧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아무리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볼 때 직원의 안전이 우선해야 하지 않느냐는 판단에서다.
리드엑시비션, 9일 두 차례 이메일 통보…“예정대로 진행”
인코스메틱스를 주최하는 리드엑시비션(한국 에이전시 넥스타·이하 주최는 리드엑시비션으로 통일함) 측은 지난 9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메일을 발송하고 ‘예정대로 전시회를 진행하니 준비해 달라’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코스모닝 취재 결과 확인했다.
코스모닝이 입수한 리드엑시비션 측의 첫 번째 메일 내용은 △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 시에도 전시·박람회의 경우 개최가 가능 △ 8일 한국 시각 오후 6시(런던 시각 오전 10시), 전시 디렉터·시니어 레벨 이사진의 내부 회의 건에 대해 공유 받은 내용은 ‘한국 정부에서 셧다운할 경우 행사 취소 또는 연기할 것이나 방역수칙 4단계로 격상할지라도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으니 진행하겠다’ △ 4단계로 격상할 경우 다시 한 번 내부 의논은 하겠다는 등을 담고 있다.
또 이 메일에서는 △ 논의 과정에서 4단계 격상이 현실로 이루어짐에 따라 금일(9일) 런던 본사에서는 전시 디렉터·이사진이 연기 여부에 대해 최종 회의를 진행할 것 △ 본사 회의 결과에 따라 원칙을 발표할 수 있으므로 금일(9일) 오후 추가 확인 후 메일 송부 예정 △ 현 시점(9일 오전)에 전화 문의를 해도 계획대로 개최 준비하라는 동일한 안내만 할 수 있음 △ 현재 우려하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으나 본사의 결정이 나와야 최종 진행여부에 대한 안내를 할 수 있으므로 해당 건에 대한 전화는 자제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개최 여부는 본사 회의 이후 결정…동일 내용 전화 자제해 달라”
최초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한 참가기업 A사 대표는 “리드엑시비션의 태도는 지난해와 한결같다. 일관성 하나 만큼은 인정(?)해 줄만 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를 우려한 한국기업의 취소 또는 연기, 이월 개최 요구에 대해 리드엑시비션 측은 최초 일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다가 한 차례 연기 후 결국 최종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코스모닝닷컴 2020년 3월 11일 ‘한국 원료기업은 ‘글로벌 호갱?’…“Yes!”’ 참조
https://cosmorning.com/news/article.html?no=36158 참조>
<코스모닝닷컴 2020년 2020년 3월 17일자 기사 ‘코로나19가 창궐해도…리드엑시비션은 “좀 더 지켜보자”’ https://cosmorning.com/news/article.html?no=36212 참조>
<코스모닝닷컴 2020년 4월 25일자 기사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2020, 취소 결정’
https://cosmorning.com/news/article.html?no=36551 참조>
리드 측 “격상 조치 발표일에도 사전신청 112명…LG생활건강도” 자랑?
리드엑시비션 측은 이날(9일) 오후 6시 50분 전후에 발송한 메일을 통해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개최여부에 대한 회의 결과를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 본사 회의 결과 행사는 계획대로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개최를 결정했으므로 협조를 부탁하고 일정대로 참가 준비해주기 바란다 △ 영국 본사에서 사전 등록자를 대상으로 텔레마케터를 배치, 이메일과 유선으로 행사 개최를 안내해 사전 등록자는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 오늘(9일) 방역수칙 4단계로 격상 발표가 있었음에도 하루 112명의 추가 사전 등록이 진행됐고 그 중 LG생활건강도 있다 △ 이와 같이 방문객들은 행사 참여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참가사 또한 일정대로 행사 준비를 부탁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리드엑시비션 측은 전시회 개최와 관련해 방역당국(강남구청)에서 확인한 내용을 제시했다.
즉 방역당국(강남구청)과 확인한 결과 시설면적 6㎡당 1명으로 수용 인원이 제한돼 있으나 부스 내 상주 인력은 제외하며 수용인원은 참관객에 대해서만 해당한다는 것.
참가업체가 추가 출입증을 원할 경우 13일(화)과 전시회 기간 현장 등록데스크에서 배지 등록·수령이 가능하므로 참가업체는 ‘참가업체 배지’로 입장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참가업체 ‘패닉 상태’…“死地에 직원 보낼 수 있나?”
이 같은 전시회 개최 원칙을 통보받은 참가사들은 11일 현재 혼란상황에 직면해 있다.
즉 △ 지난해의 경우 전시회 개막일과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는 개막일까지 사흘을 앞두고 있다는 점 △ 7일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현재까지 5일 연속 1천명을 넘고 있다는 점 △ 코엑스와 인접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12일까지의 휴점 계획 △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 진행 중 취소 등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참가를 계획하던 C사의 임원은 “동일한 내용의 통보 메일을 받았다”고 밝히고 “주최 측의 강행 방침이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개막 일정이 너무 촉박한 상황이어서 쉽게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최 측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취소를 한다는 결정 역시 참가업체와 사전참석 신청자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쉽게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해 전시회 강행 방침과 관련, 리드엑시비션과 날선 대립을 보였던 D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상황도 위중하고 엄중했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고 본다”면서 “더구나 전시회 개막 직전에 계속되고 있는 감염자 수 폭증,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 조치 등을 보면서도 ‘한국 정부가 셧다운을 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원칙은 의지인지 무모함인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직전에 있었던 키즈페어는 개막했다가도 확진자 발생으로 중간에 취소하지 않았던가? 그 전시회는 방역을 철저히 하지 않았겠나? 김부겸 총리가 다녀가고 점검했다고 바이러스가 멈추는가? 지금까지 전 세계가 방역에 소홀해서 델타변이가 발생했나?”고 반문하면서 “우리 회사도 지난해 관련 전시회를 단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해 이번 전시회를 학수고대했다. 전시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면 우리 역시 피해를 본다. 하지만 안전이 우선 아닌가? 리드엑시비션 측은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때 참가기업들에게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이 두려운, 아니 싫은 것이다. 일단 개막하고 나면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흥분을 삼키지 못했다.
또 다른 참가업체 E대표는 참가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개최를 강행하겠다니 참가는 하겠다. 과연 바이어는 얼마나 올 수 있을지, 참관객은 얼마나 올지, 강남구청의 방역지침을 적용한다고 해도 하루에 몇 명이 부스를 방문하고 상담을 할지, 의문이 꼬리를 물 뿐”이라면서 “이런 상황에 회사 직원에게 부스에 가 있으라고 지시를 할 수 있겠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총리 방문했다고 바이러스가 멈추나?” 참가독려에 허탈한 반응
지난해 취소한 전시회를 제외하고 인코스메틱스 전 세계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 F사의 H대표는 “인코스메틱스는 화장품 원료·소재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바이어 흡인력과 비즈니스 네트워크 연결력도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단 기간에 가장 비싼 부스비용을 지불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라며 “오로지 장삿속으로만 전시회를 강행하는 조치는 잘못됐다고 본다. 참가업체, 사전 참석자, 바이어, 세미나·컨퍼런스 연자 등과 연관된 여러 상황과 이슈가 있겠지만, 현재 한국 상황을 볼 때 서울에서 개최를 강행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리드엑시비션 측의 강행 의지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