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 사는 인간에게서 밥그릇을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10년 넘게 밥상을 차려 돈을 벌어온 이가 갑자기 밥상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그것도 모자라 아예 새 주인을 앉혀 밥상을 갈아엎자고 나선다면? 이 세 가지 어불성설을 한꺼번에 쏟아낸 최영희 의원을 향해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밥그릇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공중위생업 종사자들이 추운 겨울 거리에 나앉았다. 언 땅에서 차갑게 손을 비비며, 그들이 외치는 것은 하나다. “내 밥그릇 뺏지 마.”
전국공중위생단체연합회(회장 조수경)가 오늘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 철회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공중위생업 종사자 약 1천5백 명이 모여 “최영희 의원 퇴진하라”를 외쳤다.
최영희 의원 '위생교육 실시 단체 지정·취소' 시도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 즉시 철회하라” 집단 반발
도마 위에 오른 최영희 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은 2022년 12월 1일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단체를 지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했다. 위생교육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해 부실 운영된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다.
‘위생 교육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는 최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13년 넘게 위생교육을 주관해온 장본인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 4선을 지내며 위생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5월 아들(원호진) 회사인 스타멤버쉽과 비상식적인 장기 계약까지 맺고 온라인 위생교육을 실시해 구설수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공중위생단체연합회는 앞 뒤 다르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최 의원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위생교육에 문제가 있으면 수정·보완해야지, 새로운 단체를 세워 또 다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아들 회사를 비롯한 이권단체에 위생교육을 몰아주려는 의도로 읽혀 분노를 사고 있다.
이에 참가자들은 ‘전국 30만 공중위생영업자 말살 저지’를 목표로 “공중위생영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를 외쳤다.
개정이 아닌 개악을 단행한 최영희 의원은 자질이 부족하므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오늘 이 결의대회가 최 의원의 국회의원 배지를 내리게 할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기대가 모아졌다.
“위생교육 이권 아들회사에 넘기려는 의도” 비난 커져
집회 참가자들은 피켓과 구호를 통해 △ 갑질하는 짝퉁 정치인 최영희는 각성하라 △ 꼼수 부린 국회의원 그만 해라 △ 인간말종 국회의원 사퇴하라 △ 후안무치 배은망덕 최영희는 퇴진하라 △ 상식 없는 최영희는 국회 배지 내던져라 △ 70년 공중위생 한순간에 말아먹는 최영희는 퇴진하라 등을 외쳤다.
특히 최 의원은 미용사 출신 1호 국회의원이면서 미용업계에 독 뿌리는 일을 벌인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최 의원은 미용업계와 단 한 차례의 간담회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독단적인 의정활동으로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출신 단체인 대한미용사회중앙회를 불신하는 최 의원을 두고 "내로남불도 유분수", "뒤통수를 맞았다", "국민의힘 당원가입서를 내밀던 그 손으로 우리를 위협할 줄 꿈에도 몰랐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위생교육을 매개로 주머니를 불리려 드는 최 의원의 음모를 파헤쳐야 한다고 분노했다. 악법을 발의한 국민의힘도 각성할 것을 촉구했다.
조수경 공중위생연합회장은 “국회로 간 지 이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 최영희 의원은 악덕 정치를 하고 있다. 전통과 실력을 갖춘 전문 단체가 전국에서 실시해온 위생교육을 말살하는 법안을 내놨다. 위생교육 이권을 아들에게 주려고 정책적으로 꼼수를 펴는 것 아닌가” 물었다.
이선심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미용실과 목욕탕·찜질방 등을 많이 방문한다. 한국의 위생업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고 전했다.
이어 “세금 내는 거, 군대 가는 거 좋아하는 사람 드물듯이 위생교육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교육을 귀찮아하기에 어려운 교육이다. 수십만 명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작은 문제점이 없겠는가. 일부 위생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이선심 회장은 “위생교육 단체 자격을 취소하거나 새로 만들 게 아니라, 예산을 확보해 미용단체를 지원·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 의원은 위생교육에 헌신해온 미용단체를 우롱하는 악법을 만들었다. 악법 발의를 철회하고, 이를 방조한 국민의힘은 각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는 이날 위생교육 건전화·내실화를 꾀하고, 순기능을 강화해 뷰티산업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위생교육 강사 등록제와 자율 교차 감시위원 제도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중위생단체연합회는 이날 법안 철회를 위한 성명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당사로 행진해 ‘법안 철회 건의서’를 전달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연합회는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무산될 때까지 강도 높은 장내외 투쟁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이번 집회에는 공중위생단체연합회 산하 대한미용사회·메이크업미용사회·대한네일미용사회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