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품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OTC(Over The Counter) 화장품은 단순한 화장품을 넘어서는 특별한 카테고리다. OTC 화장품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보자.
OTC는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제품’을 뜻한다. 화장품 분야에서 OTC는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에 서 있는 독특한 존재다. 미국 FDA는 화장품을 ‘인체를 청결하게 하거나 아름답게 만드는 제품’으로,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나 예방, 또는 인체 기능에 영향을 주는 제품’으로 정의한다. OTC 화장품은 이 두 가지 정의를 모두 만족시키는 특별한 제품군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OTC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화장품 관련 법규와 의약품 관련 법규를 동시에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OTC 화장품의 범위
OTC 화장품은 크게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1. 발한억제제(Antiperspirant Drug product): 땀 분비를 줄이는 제품
2. 자외선차단제(Sunscreen Drug product):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제품
3. 비듬 샴푸(Drug Products for the Control of Dandruff, Seborrheic Dermatitis, and Psoriasis): 두피 문제를 해결하는 특수 샴푸
4. 여드름 제품(Topical Acne drug product):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외용제
5. 피부보호제(Skin Protectant Drug product): 피부를 보호하고 가벼운 자극을 완화하는 제품
각 카테고리별로 ‘모노그래프’라는 상세한 규정이 존재한다. 이 모노그래프는 해당 제품군의 정의부터 허용 유효 성분, 라벨링 요구사항까지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 모노그래프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미국에 OTC 화장품을 출시하는 과정
OTC 화장품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다음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1. OTC 시설 등록: 제품을 생산할 시설을 OTC 모노그래프 의약품 시설(MDF) 또는 위탁생산업체(CMO)로 등록해야 한다.
2. 제품 개발: 해당 모노그래프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허용된 유효 성분과 그 농도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3. OTC 라벨링: 제품 라벨에 ‘Drug Facts’ 문구를 포함한 상세 정보를 명시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성분과 사용법, 주의사항 등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4. 국가 의약품 코드(NDC) 취득: FDA에서 부여하는 고유 식별 번호를 받아야 한다.
5. 의약품 리스팅: 최종적으로 FDA 사이트에 제품을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 때문에 OTC 화장품 출시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 선스크린 제품(자외선차단제)의 경우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과 1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없는 ‘기능성화장품 개념’…단순 번역 표현은 위험천만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능성화장품’이라는 개념은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는 화장품 브랜드(회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자외선차단제(선스크린) 제품의 경우 한국에서는 제조사의 원처방을 이용해 ODM 브랜드사가 쉽게 기능성 화장품으로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OTC로 분류해 앞서 언급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쿠션이나 크림에 SPF나 PA 지수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FDA는 이를 선스크린 제품으로 간주한다.
여드름 완화 제품도 마찬가지다. ‘Acne’라는 표현을 제품에 사용하려면 반드시 여드름 OTC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여드름성 피부에 좋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으로는 FDA의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
탈모 증상 완화 제품의 경우는 더욱 엄격하다. ‘Hair loss preven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OTC가 아닌 신약(의약품)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이는 탈모 예방이 단순한 미용 효과가 아닌 의학적 효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한국에서 사용하던 문구를 그대로 번역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FDA의 제재를 받아 제품을 리콜하거나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FDA의 OTC 화장품 규제 대응 전략
최근 FDA는 OTC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화장품 브랜드(회사)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1. 철저한 사전 조사: 미국 시장 진출 전, FDA의 OTC 규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2. 전문가 자문: FDA 규제에 정통한 현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3. 단계적 접근: 모든 제품을 한 번에 OTC로 출시하기보다는, 핵심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FDA의 OTC 규제는 까다롭지만, 결국 소비자 안전과 제품 효과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화장품 브랜드사들은 이러한 규제의 의미를 이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OTC 승인을 받은 제품은 그만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연광·FDA화장품인증원 대표 컨설턴트· expert@mocra.co.kr · www.mocr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