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등 해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박형대 OMC 헤어월드 국가대표선수).
“선수들은 휴가와 여름방학, 미용실 매출을 반납했다. 대신 우승컵을 쥐었다.”(김문정 선수).
미용 올림픽으로 불리는 ‘OMC 헤어월드’에서 한국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계이미용협회 주최 ‘2024 OMC 헤어월드’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엑스포에서 열렸다. 세계 50여개국의 미용 선수·대표단·심사위원 약 4천 명이 참가했다.
한국팀은 선수 총 17명이 출전했다. 이선심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OMC 아시아 회장)이 단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다.
글로벌 No1. 뷰티강국 파워 입증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은 크리에이티브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박형대 이다현 오승현 김은지 선수가 1위부터 4위를 모두 휩쓸었다.
프레스티지 갈라 종목에선 태원주 윤지민 선수가 1‧2위에 올랐다.
이선심 단장은 “한국팀은 모든 종목에서 상위권을 지켰다. 권기형 감독과 박형대 코치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밤낮 없이 뷰티 트렌드를 분석하고 작품을 연구한 결과가 값진 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외와 견제 사이에서
“코리안 굿” “코리아 넘버원” “뷰티풀 K-뷰티!”
한국팀은 대회에서 경외와 견제를 동시에 받았다. 한국 선수단 작품 앞엔 포토행렬이 이어졌다. 작품에 대한 찬사도 연이어 나왔다. 박형대와 권기형은 세계적인 미용스타로 불리며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 1위 한국팀에 대한 시기와 질투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일부 종목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수상 결과도 나왔다. 한국 선수의 특정 작품이 ‘지나치게 매끈하다’ ‘테크닉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이해하기 힘든 패널티를 두고 불공정 의혹도 불거졌다. 일부 심사위원이 한국을 억누르기 위해 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한국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종합 1위를 6회나 차지한 뷰티강국이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총 7번 열린 경기에서 여섯 번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긴박감이 한국 선수단 사이에 형성됐다.
권기형 감독은 “올해 대회는 선수가 3배 이상 늘었다. 선수들의 기술력과 작품 기량도 상향 평준화된 모습이다. ‘잠시도 머물러 있어선 안 되겠다’고 느꼈다. OMC 규정을 철저히 파악하고 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이번 대회에는 대한미용사회 신관순 부회장, 최복자 국제분과위원장, 권기형 국내분과위원장, 정매자 고전머리위원장, 김선녀 헤어스케치위원장, 김석중 사무총장 등이 대표단으로 동행했다.
한국 대표단은 1위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쳤다. 하루 2시간 자며 선수를 돌보고, 밤새 김밥을 쌌다.
김선녀 부회장은 “현장에서 뭉클한 상황이 많았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K-컬쳐와 K-뷰티 열풍을 이끄는 한국 선수단이 세계에서 더 빛나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김석중 총장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미용인의 단결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선수의 열정과 스승의 지도력이 모여 시너지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팀은 ‘스피릿 어워드’를 수상했다. 시니어 부문에 선수를 가장 많이 출전시킨 국가에 주는 상이다. 권기형 감독은 ‘월드베스트 트레이너상’을, 최복자 국제위원장은 ‘OMC 우수회원상’을 받았다.
‘미용외교’ 강화…2026년 OMC 아시아컵 유치
한국은 ‘2026년 OMC 아시아컵’ 유치에 나선다.
이선심 단장은 9월 1일 OMC 헤어월드 아시아 지역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행사에선 OMC 이사로 임명됐다. 한국 대회를 추진하는 데 힘이 붙었다.
한국 대표단은 이번 행사에서 살바토레 포데라 회장과 단독 간담회를 열었다. OMC 헤어월드의 한국 개최 필요성을 역설하고,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포데라 회장은 파리시와 계약 조건을 설명했다. 이 계약 때문에 당분간 프랑스 외 국가에서 대회를 열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 대표단은 OMC 아시아 대회를 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미용외교 역량을 아시아 대회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세계 대회까지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 ‘2024 OMC 헤어월드’ 출전 소감
“기능 연마는 힘들고 지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주니어팀끼리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미용계의 미래를 봤다.” (오승현 선수)
“2016년 개인선수로 출전했다. 올해는 팀으로 나왔는데, 더 많이 배우고 도움이 됐다. 팀이란 뭔지 많이 느끼고 온 대회다.” (서수경 선수)
“프레스티지 갈라팀에 처음 출전했다. 죽을 힘 다해 작품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면 끝이라는 것을 느꼈다. 1년 동안 더 이를 갈아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와야겠다.” (황춘희 선수)
“프랑스에서 몸살이 나서 아팠는데 모두가 잘 챙겨준 덕에 컨디션을 회복했다. 올해 작품은 ‘제일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작년보다 스스로 성장한 것을 체감했다.” (윤지민 선수)
“이번 대회에서 밤마다 춥다고 이불 덮어주고 아침 먹자고 깨워준 권기형 교수님께 감사하다. 내년 대회에서도 같은 방을 쓰고 싶다.” (이조은 선수)
“등가교환의 법칙이 있다. 원하는 것을 갖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선수들과 합숙하며 실력이 좋아지는 과정, 제자리 걸음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함께 겪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값지게 남았다.” (김문정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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