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필보 유니자르 대표 “파우더화장품 원천기술로 ODM 경쟁력 강화”

  • 등록 2024.12.01 16: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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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말화장품 0.1g 충진기기 자체 개발
無플라스틱 탄소중립 화장품 생산
스타트업 시드투자 유치...중기부장관 표창 수상

 

‘순도 100퍼센트의 화장품이 존재할까. 피부에 좋을까.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어떤 질문은, 질문을 넘어선 답을 탄생시킨다. IT업계 개발자를 거쳐 화장품회사에 다니던 A는 질문하는 자였다. ‘피부에 좋은 원료라는데, 왜 더 많이 넣지 않는걸까’ ‘효능 원료의 함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 어떻게 되지?’ 궁금증이 깊었다. 몸담은 회사에서 답을 구하지 못하자 길 위에 올랐다. 내로라하는 화장품연구원을 찾아 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다소 무모하고 용감한 질문에 많은 이가 고개를 돌렸다. 대가로 꼽히는 30년 화장품 연구자는 ‘원료 그대로를 바르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Why not?' 질문하는 자, 심필보

 

질문하는 자, 그의 이름은 심필보다. 원로 화장품 과학자의 답을 들은 그에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났다. 파우더 전문 ODM 기업의 씨앗이 태동했다. 

 

심필보 대표는 2021년 3월 유니자르를 창업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다. 위기는 기회.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커졌고, 홈뷰티시장이 급성장했다.

 

심 대표는 효능‧효과에 초점을 맞춘 1회용 파우더 클렌저와 세럼 등을 개발했다. 세럼의 경우 토너‧로션 등 평소 사용하는 화장품에 섞어쓰는 형태다. 고등급 파우더 원료를 택해 부드러운 사용감을 구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화장품산업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저탄소‧無플라스틱 파우더 화장품이 뷰티산업의 뉴노멀로 떠오르기 시작했죠. 파우더 화장품 후기를 보면 ‘가벼운‧고순도‧고효능‧위생적‧친환경‧안전한’ 등이 핵심 키워드에요. 화장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뀐 겁니다.”

 

‘파우더 소형 포장 장치’ 특허 출원

 

심필보 대표는 파우더 충진기기를 개발했다. 파우더 0.1g까지 정교하게 소분할 수 있다. 오차범위는 0.03g.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는 2021년 5월 ‘파우더 소형 포장 장치 및 이를 이용한 분말 소형 포장 방법’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수작업해온 파우더 충진을 자동화기기로 대체하자 생산량이 폭증했다. 파우더 화장품 ODM 사업을 해외로 확장할 기반이 마련됐다.

 

“파우더 기기는 오작동이 많고 민감해요. 분진 때문에 작업자들이 기피하죠. 생산인력이 일반 화장품보다 2.5배 더 투입됩니다. 완제품 검수 과정도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고요. 파우더 화장품 생산공장은 교차오염 우려로 액상화장품 공장과 함께 운영할 수 없어요. 한마디로 공이 배로 드는 작업입니다.”

 

화장품은 효능이다 ‘홍삼 한뿌리론’

 

마스크팩이 3D라면 파우더는 4D 작업으로 불린다고 말하는 심 대표. 그는 왜 4D 분야에 뛰어 들었을까. 화장품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IT 개발자의 눈으로 뷰티산업의 패턴을 읽었어요. 제품에도, 위기관리에도 패턴이 있거든요. 고효능 파우더 100%로 가면 살아남을 수 있겠다 판단했죠. 홍삼을 한뿌리 다 먹는 게 몸에 좋을까요, 저 밑에 달린 잔뿌리 조금 먹는 게 좋을까요. 답은 분명하잖아요.”

 

다소 험난했던 인생은 위기관리에 대한 맷집을 키웠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다보니 유일무이한 데이터가 쌓였다. 파우더 간 상호작용‧배합비율 등을 연구한 자료는 그에게 밥보다 귀한 자산이다. 이를 알아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4월 유니자르에 시드투자를 단행했다.

 

상복도 따라왔다. 심 대표는 올해 11월 14일 ‘2024 중소기업 기술·경영 혁신대전’ 시상식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인공지능‧탄소중립‧글로벌‧연구개발 4개 부문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 유니자르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감축한다. 클린제조 시스템을 구축해 오폐수 없이 제품을 생산한다.

 

파우더제조 & 클렌징PB 투트랙 전략

 

“피부고민이 있는 소비자, 얼리어답터, 부지런한 코덕들이 파우더 화장품을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사용후기와 재구매율이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말해줍니다. 2025년까지 파우더 제조설비를 늘려나갈 예정이에요. 글로벌 ODM 사업도 강화할 겁니다. 클렌징 전문 자체 브랜드 사업도 키우고요. 파우더 ODM 사업과 클렌징 브랜드 운영, 두 트랙 전략으로 뜁니다. 글로벌 뷰티산업에서 파우더 화장품 카테고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유니자르(UNIZAAR)는 유니크(unique)와 황제를 뜻하는 러시아어 차르(царь)를 합친 말이다. 화장품업계에서 황제가 되겠다는 꿈. 이 꿈을 품은 심 대표에게는 주말도 없다.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공장에 상주하며 파우더만 본다. 오로지 파우더만.

 

0.1g 파우더의 힘은 얼마나 센가. 어디까지 멀리 갈 수 있는가. 어떤 모양의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까. 파우더만 보는 심필보 대표는 답을 알고 있다. 

정연심 기자 good@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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