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브랜드숍, 루비콘 강 건넜다!

  • 등록 2018.10.05 08: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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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LG, 멀티 브랜드숍 전환 선언에 로드숍 채널 대변혁 예고

 

 

지난 10년을 넘게 로드숍 채널을 이끌어왔던 ‘원 브랜드숍’이 대변혁기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전격적으로 ‘멀티 브랜드숍 전환’을 공식화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의 향후 행보가 몰고 올 ‘쓰나미 급’ 초대형 변화의 물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이 같은 변신 선언은 단순히 자사가 주도하는 브랜드숍에 타사 브랜드를 유치한다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닌 국내 화장품 유통의 지각변동과 근본적인 화장품 업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올리브영이 주도하는 H&B스토어의 급속한 성장과 맞물린 원 브랜드숍의 하락세가 더 이상 반전기회를 만들지 못함으로써 로드숍 채널의 근본적인 변동이 예고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주도형 원 브랜드숍이 멀티 브랜드숍으로 전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 H&B스토어와 멀티 브랜드숍의 경쟁양상 △ 온-오프라인의 결합 가속화 △ 중소 원 브랜드숍 운영 기업의 생존 여부 △ 각 기업의 (슬림화를 전제로 한) 급속한 조직개편과 임원급 인사 △ 멀티 브랜드숍의 초대형화 등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김없이 찾아온 유통변화 10년 주기설                       아모레퍼시픽이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을 오픈하면서 59개에 이르는 타사 브랜드 유치와 판매를 선언하고 LG생활건강이 네이처컬렉션에서 ‘VT x BTS 에디션’ 3개 라인·59종의 독점판매를 발표하자 화장품 업계는 ‘화장품 유통변화 10년 주기설’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 1980년대 방문판매 시대 △ 1990년대 방문판매와 전문점 동거 시대 △ 2000년대 브랜드숍 탄생(2001년)과 전성시대(~2016년)로 규정할 수 있는 데서도 드러나듯이 화장품 유통은 10년을 주기로 급격한 변곡점을 거쳐 왔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투톱이 시작했다면 나머지 브랜드숍들의 선택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이들 양강의 멀티 브랜드숍 전환이 1~2년 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 역시 많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최종 지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강력한 하드웨어’ H&B스토어와 힘겨운 승부 예고

 

디지털 기반 조직 개편 모색…임원급 인사까지 영향 미칠 듯

 

 

H&B스토어, 녹록치 않은 로드숍의 강자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이 멀티 브랜드숍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높고도 많다.

 

우선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가 3강을 공고히 하고 있는 H&B스토어와의 경쟁이 힘겨워 보인다. 1천200곳에 이르는 매장수로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올리브영은 차치하고 적자경영에도 출점을 멈추지 않고 있는 랄라블라와 롭스의 공격적인 경영을 이겨내기에도 만만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대자본을 보유한 유통전문기업인데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로드숍 채널에는 이들 H&B스토어 외에도 신세계백화점이 야심차게 출점하고 있는 시코르의 존재가 있다. 15곳까지 확대한 시코르는 H&B스토어보다 더욱 강력한 하드웨어(매장 크기·입점 브랜드 수·매장 위치 등)로 무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룹 자체의 전략적 투자가 더욱 무서운 부분이다.

 

아리따움이 1천3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과 광역시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전 전문점을 전환시킨 소형 매장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일단 H&B스토어와의 하드웨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200곳을 넘어선 네이처컬렉션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콘텐츠로 고객에게 살아있는 체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를 내걸었지만 과연 몇 곳의 매장이 이 같은 콘셉트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그리고 나머지 원 브랜드숍들-미샤·네이처리퍼블릭·잇츠스킨·토니모리·바닐라코·스킨푸드·더샘 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매는 온라인(모바일), 로드숍은 체험공간                               온-오프라인의 결합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중국의 경우 이 같은 유통변화는 이미 국내의 상황보다 그 속도와 폭, 깊이에서 수십 걸음 이상 앞서 있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결제수단에서 가장 큰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이 일상화된 중국의 온라인 결제는 온-오프라인의 결합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내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국내의 경우에도 ‘구매-온라인, 체험-오프라인’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결제한 후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택배를 통해 자신이 존재하는 곳에서 구매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역설적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숍의 출구전략은 무엇?                              이 같은 암울한 상황에 처한 로드숍 채널의 반전은 기대할 수 없는가. 현 상황에 대해 화장품 유통 전문가들의 진단은 분명 비관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위기에는 ‘위험 요소’와 ‘기회 요소’가 공존하는 법.

 

화장품 유통 전문가들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매장의 하드웨어·입지·자본력 등에서 H&B스토어에 비해 절대적인 약세에 놓여있는 기존 브랜드숍들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화장품과 화장품 소비자들을 가장 잘 안다’는 강점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즉 현재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H&B스토어들이 지배력과 점유율은 높아지는데 반해 수익성에서 브랜드숍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떨어진다는 점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자 △ PB제품 확대와 전략적 역매 △ 프로모션을 내세운 상시 할인행사 △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보다는 팔리기만 하면 되는 상품 선택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 여전히 국내 시장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선두기업이기도 하고 ‘적어도 화장품에서만은 최고의 브랜드 이쿼티와 고객의 빅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을 극대화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이번에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 매장에 입점한 브랜드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기업의 대표는 “현 시점에서 성패를 점칠 수는 없다. 다만 입점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만을 보았을 때 명확한 스토어 아이덴티티와 정책 방향 등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고 전문 MD로서의 ‘스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그렇지만 아리따움이나 네이처컬렉션 등은 궁극적으로 ‘한국형 세포라’를 창출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본다. 화장품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기업들이 아닌가”라는 반문으로 멀티 브랜드숍이 추구해야 할 하나의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슬림한 조직 추구…임원급 인사에도 영향줄 듯                                 로드숍 채널의 급격한 변화는 결국 사업 전반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조직 개편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모바일)이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로의 전환은 사업과 조직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수익성의 악화는 보다 효율적인 조직구성과 운용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조직의 슬림화와 현재보다 한 단계 더 강화된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전환으로 직결된다.

 

최근 이 같은 전반적인 변화는 예년보다 빠른 조직개편 작업과 필연적으로 따르는 임원급 인사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 브랜드숍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현재의 상황에서 결국 해당 임원의 문책성 인사로까지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허강우 기자 kwhuh@cos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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