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오래 갈 사안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매 사안별로 이 정도 수준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충돌할 지경에 이르리라는 전망도 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식약처와 화장품 기업 간에 있었던 여러 사안들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식약처와 모다모다 간에 벌어지고 있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하 THB) 위해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THB 유전독성 논란 이슈화 △ 식약처 행정처분 △ 모다모다의 행정심판 청구 △ 규제개혁위원회 권고, 추가 위해평가 시행 등 지난 10개월 여에 걸친 양 측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오히려 THB 성분의 위해성 논란은 뒷전으로 밀려난 듯 한 분위기다.
양 측의 대립과 공방은 그것대로, 그 이면에서는 ‘염색샴푸’로 통칭하는 시장 패권을 놓고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양상이 더 큰 관심거리로 부상한 꼴이다.
‘화제의 샴푸’에서 ‘위해성분 함유’까지
THB 성분,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다모다 샴푸’(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가 이슈메이커로 등장하면서 최초에는 “샴푸 만으로 염색이 가능하다고?”가 화제였고 “어떤 성분이 어떠한 기전을 통해 그 같은 기능을 발휘하는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THB 성분과 이의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양쪽의 공방과 논란, 그리고 이를 둘러싼 무수한 루머 등은 논외로 하고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식약처-모다모다 측을 바라보는 시선을 정리해 보자.
“식약처가 이렇게까지?” 유례없는 적극성
먼저 식약처가 그 동안 보여 온 태도와 처리 문제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과 성분의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사안의 처리 과정과 이후 계획 등에 대해 유례없는 적극성을 보였다.
지금까지 식약처가 화장품 관련 주무 부처로서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열심히’ 업무를 진행하고 사후 결과를 언론에 홍보해 왔던가 하는 의아함을 가질 정도다. (물론 표현이 이렇다고 해서 식약처가 업무를 태만히 했다는 오역을 하면 곤란하다.)
올해 1월, 모다모다 측의 온라인 기자회견(1월 12일)이 종료되자마자 1시간 30분 만에 즉각 대응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2주 후(1월 26일)에는 THB 성분을 사용금지 원료 지정 배경에 대한 백브리핑까지 진행했다.
이후에도 식약처는 모다모다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빠짐없는 해명·반박·참고 형식의 보도자료를 통해 주무 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문화일보 칼럼과 전자신문 인터뷰에 대한 의견 제시와 반박성 보도(참고)자료 배포 역시 마찬가지다.
식약처가 주무 부처로서 이렇듯 적극 해명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원칙에 입각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언제나 주장하듯 ‘국민의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사안을 처리해 왔던가에 대한 질문에 화장품 업계는 고개를 살짝 돌린다.
이 사안을 취재하는 과정(당연히 현재도 취재 중이지만)에서 만난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은 “식약처가 이렇게 디테일하게 사안을 챙기고 언론에 홍보를 열심히 하는 곳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주무 부처 본연의 업무, 원칙 입각해 처리했나
화장품 산업 주무 부처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처와 관련한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때 실명 노출을 전제로 할 경우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회사가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하면 식약처 모든 업무와 공무원들을 매도하는 발언일까.
그 정도로 이번 사안에 대해 식약처가 보여온 태도는 이례적이라는 시선이다. 식약처가 해야 할 당연한 업무가 왜 일종의 압력, 이후에 입을 수도 있는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관리해야 하고 원칙에 의거해 처리한다는 식약처의 기본 원칙과 업무 집행는 이해하지만 이번 사안 역시 그 같은 차원에서 충실이 이행했는가에 대해서는 식약처 스스로도 물어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슈메이커 부상 동시에 위해성 논란 휘말려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가 이슈메이커로 떠오르자 업계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확인할 수 없는 루머도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화제가 되는 동시에 논란이 함께 따라왔다. 회사 스스로 주장하는 ‘작은 회사, 스타트업, 홍보 인력도 없이 대표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밤낮없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광고비와 메이저 언론의 노출은 대기업의 활동 폭과 깊이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특히 THB 성분의 위해성 논란이 식약처에 의해 본격 거론되면서 이해신 교수·CTO가 언론 전면에 나섰고 메이저 언론의 지원 사격(혁신 기술의 불인정, 스타트업의 싹 자르기 등)까지 이뤄지면서 ‘여론·선전전도 프로페셔널 급’이라는 말도 나왔다.
식약처와의 대립각이 예리해 질수록 화장품 업계 내에서의 반응과 평가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식약처와 싸워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저렇게까지 하느냐’ ‘이 제품 이외에는 더 이상 사업을 안할 작정인가’ ‘약자 코스프레와 감성팔이로 본질을 흐린다’ 등은 모다모다의 대응이 못마땅한 측의 반응이다.
‘오죽하면 이제 출발한 작은 회사가 저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까’ ‘주무 부처와 저 정도 수준으로 맞붙을 수 있다면 그만한 자신감이 있고 근거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일 거다’ ‘샴푸 한 품목으로 승부하는 판인데 그냥 물러설 수야 없지 않겠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응이다’ 등의 평가는 모다모다를 응원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대 언론 태도 놓고도 긍부정 시각 공존
모다모다 측의 대 언론자세를 놓고 △ 매체를 선별(메이저 중심, 친소 여부, 광고 집행 등의 요소를 고려한)해 취재에 응하는 등 줄세우기, 편가르기 한다 △ 불리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시간끌기 하다가 유리한 상황에만 취재에 응한다는 비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회사-이해신 CTO 간의 메시지가 엇박자를 내는(북미 코스모프로프 수상 관련 안전성 이슈) 등 일부 사안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일들도 있었다.
모다모다-식약처 간의 이 같은 공방이 이어지면서 소위 ‘염색 샴푸’라는 콘셉트를 표방한 제품이 봇물처럼 출시되기 시작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다모다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한 데 공(?)을 세운 것만은 사실이라는 긍정 시선 역시 존재한다.
최장 2년 6개월 이후에야 결론…“승자 없는 제로섬게임”
모다모다 측은 여전히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처사라는 항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안은 앞으로 최장 2년 6개월 간 위해성검증평가위원회의 가동과 활동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THB는 유전독성이 존재하므로 화장품 성분으로 사용할 수 없다’가 됐든 ‘식약처의 사용금지 성분 지정은 근거없다’로 마무리되든 승자없는 제로섬게임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그 동안의 대립과 공방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는 본질에 대한 책임에서 양 쪽 모두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기사의 헤드라인에 굳이 ‘루비콘 강’을 언급한 이유도, 식약처든, 모다모다든 이 이슈가 발생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