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혁신을 판다. 나이키는 ‘JUST DO IT’으로 대표되는 도전정신을 판다. 스타벅스는 공간미학을 판다. K-뷰티는 무엇을 파는가. 혁신적인 아름다움을 판다. 한국의 고감도 뷰티제품은 세계인을 매혹하며 세계 화장품산업의 지형도를 바꿔놨다. K-뷰티 유통의 양대축으로 떠오른 올리브영과 다이소. 이들 기업은 2025년 K-뷰티의 세계화를 향해 달린다.
올리브영 “H&B 넘어 K-컬처 플랫폼 도약"
1999년생 올리브영. 2025년, 탄생 26주년을 맞았다.
올리브영은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호점을 열었다. 의약품이 아닌 뷰티에 집중한 한국형 드럭스토어를 선보였다.
2010년대 원브랜드숍의 쇠퇴와 랄라블라‧롭스‧부츠‧세포라 등 경쟁사의 시장 철수가 이어졌다.
홀로 남은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369곳(2024년 9월 기준). 현재 국내 H&B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이 회사는 2025년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고, 세계시장 공략수위를 높인다.
올리브영 글로벌화의 시작은 ‘올리브영N 성수’다. 지난 해 11월 22일 연 이곳은 ‘글로벌 K-뷰티’를 향한 도전과 혁신의 결과다. 이는 ‘매장 규모 1400평, 상주 스텝 수 240명, 영어 전자라벨 도입’으로 요약된다. 또 카테고리별 12개 전문관, 한정판을 파는 ‘더 코너 굿즈숍’, K팝 아티스트의 팝업스토어 ‘케이팝 나우’ 등을 마련했다. 익숙한 올리브영의 문법을 버리고 ‘다르게’ 만들었다.
올리브영N 성수의 타깃은 국내외 MZ세대다. 방한 외국인의 쇼핑장소가 면세점에서 올리브영으로 급변했다. ‘현지인처럼 여행하기’(Travel like the locals)가 유행하면서다. 올리브영 명동‧홍대‧성수 매장의 외국인 매출이 늘었다. 올리브영은 외국인에게 ‘K-뷰티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영은 이들에게 색다른 매장경험을 제공하며,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의지다.
이 회사는 글로벌 K-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 바이오힐보‧브링그린 등 PB의 해외 유통을 늘리고 △ 올리브영 글로벌몰 사업을 강화한다.
특히 데이터 비즈니스 역량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14년 모바일앱을 출시했다. 2017년 공식 온라인몰을 열었다. 2018년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시행했다. 오늘드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의 출발점이다.
올리브영 매줄 가운데 온라인 비중(2024년 3분기 기준) 약 28%다. 국내 회원 수는 약 1천5백만 명이다.
올리브영은 헬스&뷰티를 넘어 K-컬처 플랫폼으로 발돋움한다. K뷰티와 K팝‧K드라마‧K패션 팬층은 겹친다. 올리브영은 K팝‧웰니스‧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혁신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옴니채널‧퀵커머스 전략을 해외까지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
아울러 AI 기반 제품 추천, VR‧AR 활용 제품 체험, 라이브 커머스 등을 연계해 고도화한 디지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급상승했다. 올리브영의 해외매출은 1~2년 내 의미있는 비중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세포라의 한국 모델이 머지 않아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 ‘가성비 화장품 2.0 시대’ 연다
‘초등학생은 다이소에, 중학생은 올리브영에 간다’는 말이 있다. 초등학생들의 백화점으로 불리는 다이소. 다이소는 새로운 뷰티유통망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매장수‧접근성‧가격 삼박자를 내세워 불황기 가성비 화장품 시장을 열어젖혔다.
미샤가 2000년 3,300원 짜리 가성비 화장품 시대를 개척했다면, 다이소는 두 번째 히어로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네이처리퍼블릭‧더샘‧브이티 등이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다이소는 브랜디드 화장품의 각축장이다.
다이소가 브랜드를 등에 업자 다이소 화장품에 따라붙던 품질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브이티 리들샷’ ‘손앤박 컬러밤’ 등의 연이은 품절 사태는 소비자 눈을 붙들고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도대체 다이소 화장품이 뭐길래?’
다이소는 소비자들의 배회형 놀이터로 꼽힌다. 자유롭게 제품을 둘러보고, 발견하고, 득템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까지 공평하게 맞아들인다.
‘다이소 화장품’ ‘다이소 뷰티’라는 신조어가 해외 관광객에게까지 퍼졌다. 다이소는 K-뷰티 쇼핑성지로 부상했다. 다이소 입점은 SNS 콘텐츠 양산으로 이어진다. 이는 브랜드‧제품을 글로벌시장에 실시간 노출하는 효과를 낳는다. 유통기업과 브랜드사가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다. 다이소의 화장품 유통에 무게가 실리고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뷰티를 품에 안고 매출 4조를 바라보는 다이소. 다이소는 몸값 높은 뷰티 유통기업으로 떠올랐다. ‘다이소 효과’를 아는 유통기업들은 다이소 모시기에 나섰다.
최근 다이소는 부산프리미엄아울렛에 400평 규모 매장을 냈다. 이달 말엔 경기 평택 고덕브리티시에 800평대 매장을 연다. 스타필드‧이마트 등에도 대규모 다이소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올해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상봉점에 800평, 이마트 의왕점에 830평대 매장을 개점했다.
대형 마트‧슈퍼에 입점한 다이소 매장 수는 △ 2020년 253곳 △ 2021년 258곳 △ 2022년 266곳 △ 2023년 290곳으로 증가세다.
다이소는 뷰티 특화매장을 늘리는 단계다. 다이소 명동역점‧던던동대문점 등은 뷰티를 전면에 내세웠다. 펫 화장품 공간도 확 키웠다.
화장품 유통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다이소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선보이고 체험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화장품의 홍수시대를 맞아 다이소는 제품의 물성매력을 드러내고, 신수요를 창출할 창구로 떠올랐다.
올 한해 다이소에 입점한 신규 뷰티 브랜드는 30개 이상이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다이소의 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기초화장품이 200%, 색조화장품이 8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다이소의 뷰티 매출 성장률은 △ 2021년 52% △ 2022년 50% △ 2023년 85%를 기록했다.
다이소는 올해도 △ 가성비‧가심비 추구 △ 불황으로 인한 소비 양극화 △ 듀프(대체품) 소비 확산 △ 다양한 제품 △ 균일가 정책 요인에 힘입어 화장품 매출을 키워나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