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320MHz 주파수로 말을 걸 때”
튀르키예의 하렘은 금남의 구역이었다. 오직 술탄을 제외하고서. 술탄은 ‘금지된’ ‘신성한’을 뜻하는 하렘의 왕이었다. 술탄의 여인들은 하렘에 갇혀사는 대가로 장미로 만든 화장품과 비싼 보석을 누렸다. 술탄의 생활공간은 목조건물로 만들었지만, 작은 삐걱소리조차 밖으로 새나가지 않았다. 비밀은 장미나무에 있었다. 장미나무와 너도밤나무 등을 모자이크처럼 끼워 맞춰 소리를 가뒀다. 장미는 비밀과 욕망의 꽃이었다. 술탄의 사랑이자 여인의 질투였다. 오스만 제국의 힘이면서 비애였다. 잼부터 오일까지 ‘먹고 바르고’ 장미는 오늘날 튀르키예인들의 삶 곳곳에 녹아들었다. 장미향 나는 로쿰은 국민간식이다. 장미잼도 인기다. 식당이나 버스에서는 장미향 콜로냐를 손에 듬뿍 부어준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행해온 손소독 문화다. 장미 오일은 ‘꼭 사야할 쇼핑리스트’에 포함된다. 여자 이름에 자주 쓰는 귤(Gül)은 장미를 뜻한다. 장미를 먹고 바르는 튀르키예인들은 한 도시를 통째로 장미에게 내주었다. 튀르키예의 남서부 이스파르타(Isparta)다. 세계적인 청정 장미 산지다. 매년 5월이 되면 이스파르타 전역에서 장미 축제가 펼쳐진다. 사방이 끝없는 장미밭이다. 5월에서 6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