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용기업체가 만들고, 내용물은 OEM 기업이 채웠습니다. 그런데도 포장 서류는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까?” 수출 상담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규정은 만든 손보다 누구의 이름·상표 아래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보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 립스틱 한 자루를 해부해 만든 포장 단위 목록, 오늘은 그 줄마다 책임자의 이름을 적는다. 재활용성 등급처럼 시행이 뒤에 오는 요건과 달리, 책임자 판정과 기본 의무는 지난 8월 12일부터 이미 적용하고 있다. PPWR은 포장마다 ‘제조자’가 있다. 기본값은 포장이나 포장된 제품을 만드는 자이지만 자기 이름이나 상표 아래 설계·제조하게 한 회사가 있다면 제조자는 그 회사가 된다. 지난 회의 립스틱이 그렇다. △ 용기는 사출업체가 △ 충전은 OEM 기업이 △ 단상자는 인쇄소가 맡았어도 이 판매 포장이 브랜드사의 이름과 상표 아래 설계·제조돼 EU 시장에 공급한다면 ‘제조자는 원칙 상 브랜드사’다. 표준 용기를 사서 상표만 붙여 팔아도 적용은 같다. ‘어느 이름으로 시장에 공급하느냐’가 기준 이름이 보인다고 다 제조자는 아니다. 포장에는 화장품 책임자(RP)나 수입자의 법정 표시도 오르는
“단상자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배송 박스도 우리가 챙겨야 합니까?” PPWR을 설명하고 나면 가장 자주 돌아오는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면, 챙겨야 한다. 다만 같은 포장이라도 층이 다르고, 층마다 붙는 의무가 다르다. 지난 회에 EU가 내용물을 보는 법(화장품 규정 1223/2009)과 별개로 담는 것을 보는 법을 세웠다고 언급했었다. 포장·포장재 규정 PPWR, 정식 명칭 Regulation (EU) 2025/40이다. 지난 8월 12일부터 일반 적용을 시작했다. 먼저 정의부터 살펴보자. PPWR 3조는 재질이 무엇이든 △ 제품을 담거나 △ 보호하거나 △ 다루거나 △ 전달하거나 △ 보여 주는 데 쓰는 물품을 포장으로 규정한다. 다섯 기능을 모두 갖출 필요가 없다. ‘하나만 해도’ 포장이다. 그래서 제품의 일부가 되어 끝까지 함께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한, 제품을 둘러싼 물건은 대부분 여기에 걸린다. 립스틱 한 자루로 이해하는 방법 이제 립스틱 한 자루가 EU 소비자에게 가는 길을 따라가며 하나씩 헤아려 보자. 내용물을 감싼 용기가 있다 → 용기를 담은 단상자가 있다 → 프로모션용으로 두 자루를 묶은 비닐이 있다 → 온라인 주문이라면 에어쿠션을 채운
연재를 시작하면서 올여름 EU 바이어로부터 “PPWR 적합성 서류를 8월 12일까지 보내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는 회사가 여럿 있었다. 첫 반응은 대개 같았다. “그게 정확히 무슨 법입니까?” 그리고 곧 이 말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지 포장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데요?” 이 연재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PPWR을 개념부터 하나씩, 길지 않게 짚어 가고자 한다. 이번 첫 회는 이 법이 무엇이고 왜 화장품 회사의 일이 됐는지만 다뤄본다. PPWR은 무엇인가 PPWR은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곧 ‘포장과 포장 폐기물 규정’이다. 정식 번호는 EU 규정 2025/40이다. 2025년 1월 EU 관보에 실려 2월 11일 발효됐고 지난 12일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30년 넘게 EU 포장 규제의 뼈대였던 1994년 포장 지침(94/62/EC)을 원칙으로 대체하는 법이다. 이름 그대로 포장을 다루는 법이다. 제품 종류도,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플라스틱 용기든, 종이 단상자든, 유리병이든, 알루미늄 튜브든 모두가 대상이고 EU에서 만들어졌든, 한국에서 만들어져 배에 실려 갔든
미국으로 립 마스크 제품을 수출하던 국내 화장품 기업 A사가 최근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제품에 포함된 알루미늄 스파출라(0.18g·제품 중량의 13.4%) 때문에 예상치 못한 50% 추가 관세를 통보받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Section 232, 화장품까지 손길 뻗다 배경에는 미국의 Section 232 관세 제도가 있다. 미국 무역확장법 제 232조에 근거한 국가안보 관세다. 본래 철강·알루미늄 원재료 수입 규제를 목적으로 시행했다. 그런데 2025년 8월 18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407개의 새로운 HS Code 품목을 ‘Section 232 파생제품’ 목록에 추가하면서 화장품(HS 챕터 33)까지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된 것. 특히 ‘기타 미용 또는 피부관리용 조제품’에 해당하는 HS 3304.99.50 코드가 목록에 올라 △ 립 마스크 △ 아이크림 △ 보습제 등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50% 관세, 어떻게 적용되나 핵심은 ‘금속 함량 기준 과세’다. 제품 전체 가격이 아니라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성분의 가치에 한해서만 50% 관세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총 10달러인 립 마스크 세
<상편에서 계속>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 FDA가 준비 중인 새 규정의 골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화장품 업계는 EU와 유사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202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향료·향미 성분공개법(CFFIRKA)에서 EU와 동일한 농도 기준(△ leave-on 0.001% △ rinse-off 0.01%)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의 차이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EU에서는 ‘일부 강한 알레르겐의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사용을 허용하되 라벨 공개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 이는 ‘소비자 알권리를 통한 자율 선택’을 중시하는 미국식 접근으로 규제보다는 정보 공개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표준화의 가속화 미국의 변화는 화장품 알레르겐 표시의 글로벌 표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캐나다는 지난 2024년 규정 개정을 통해 EU와 동일한 24종 알레르겐을 내년(2026년)부터 표시 의무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대 후반부터 EU의 26종 향료 알레르겐에 대한 성분 표시 의무를 시행 중이다. 결국 EU → 캐나다/한국 → 미국 순으로 확산
무려 20년간 뒤처져 있던 미국 화장품 알레르기 성분 표시가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EU는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해 온 엄격한 알레르겐 공개 의무가 미국에서도 곧 현실로 다가오게 된 상황이다. 미국의 '향료 숨기기' 시대 종료 그동안 미국 FDA는 화장품에 특정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별도로 표시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향료나 향미 성분의 경우 ‘Fragrance’ 또는 ‘Flavor’라는 단어 하나로 통칭 표시가 가능했다.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trade secret) 보호를 우선시한 결과였다. 문제는 소비자 안전이었다. 알레르기 체질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성분표를 확인해도 실제로 어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 리날룰(Linalool) △ 리모넨(Limonene) △ 제라니올(Geraniol) 등과 같은 대표 향료 알레르겐들이 ‘Fragrance’라는 단어 뒤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 2022년 말 제정된 화장품규제현대화법(MoCRA)이 이같은 상황을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 법률에 따라 FDA는 향료 알레르겐으로 지정한 성분이 화장품에 포함될 경우 반드시 라벨에 개별 표시하도록 하는 세부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현재 브랜드사의 수출 대응 구조를 보면 바이어 발생시 그들이 요구하는 서류를 취합해서 전달하거나 인증을 진행하는 ‘선 인증 후 취합’ 시스템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사에서는 서류가 필요한 시점마다 요청해야 하고 제조사는 수시로 일어나는 서류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한정된 인력으로 대응하는 제조사의 서류 전달과 취합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일부 에이전시들은 회사 내부에서 안전성 평가서를 작성하지 않고 외부에 의뢰해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 필요한 서류나 법령해석을 외부 작성 기관에 문의할 수 밖에 없고 △ 외부 작성 기관에서 추가로 안전성 입증을 위해 요청하는 서류가 발생하면 추가 실험이나 서류에 대응하는 구조이다 보니 CPNP 등록 기간이 몇 개월씩 늘어나기도 한다. 그 결과는 수출이 늦어지고 업무의 비효율성만 높아진다. 이러한 비효율성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성 높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지 파악해 보자. 가장 빠른 방법은 수출 서류나 해외인증 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응팀을 만들고 수출에 필요한 서류나 인증을 미리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화장품 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대응책이다. 최
주요 규제 변화와 트렌드 올해 들어 FDA는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 몇 가지 중요한 규제 변화를 단행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홈케어용 LED 디바이스에 대한 분류 기준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특정 파장(660nm, 850nm)을 사용하고 출력이 5mW/cm² 이하인 LED 디바이스는 Class II로 분류되지만, 510(k)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또한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새로운 가이던스도 준비 중이다.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맞춤형 케어를 제공하는 디바이스들이 늘어나면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Medical Device, SaMD) 규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실무 로드맵 ■ 1단계: 제품 개발 초기부터의 전략적 접근 제품 설계 초기부터 FDA 분류를 고려한 개발이 필수다. 특히 마케팅에서 사용할 문구나 기능 설명이 의료기기 분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티에이징'이나 '주름 개선', '혈액순환 촉진' 같은 표현은 의료적 효과를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신 '피부 외관 개선'이나 '편안한 느낌
최근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국・중국・EU・일본・동남아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아마존·알리익스프레스·타오바오·큐텐재팬·쇼피) 입점과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수출 시장에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수출 국가와 유통(채널)이 확장하면서 △ 유럽의 경우 CPNP에 화장품 안전성 평가서를 작성, 등록을 진행하게 하거나 △ 환경청에 화학 성분을 등록하도록 하는 호주 △ MoCRA를 시행하는 미국 등 각 국가·지역에서는 화장품 수입 관련 법령이나 인증을 점점 강화함으로써 이에 대응해야하는 국가·지역 별 화장품 인증과 서류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은 화장품에 관한 규정(Regulation (EC) No 1223/2009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30 November 2009 on cosmetic products)을 마련해 화장품의 유통과 안전을 위해 자격을 갖춘 어쌔서(Assessor)를 통해 화장품의 개별 안전성 평가서(CPSR)를 작성, CPNP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의 첫 단계로 안전성 평가서를 작성하기 위
“화장품인 줄 알았는데, 의료기기라고요?” 지난달 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국내 유명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대표였다. 미국 출시를 앞두고 갑자기 FDA에서 자사의 LED 마스크가 의료기기라며 추가 승인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수억 원을 투입한 마케팅 캠페인과 유통업체와의 계약까지 체결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규제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런 일은 결코 드물지 않다. 최근 K-뷰티 열풍과 함께 국내 뷰티 디바이스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제품 출시 직전에 예상치 못한 규제 문제에 직면한다. 바로 자신들의 제품이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FDA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는 것이다. 화장품과 의료기기, 그 미묘한 경계선 FDA는 제품의 의도된 용도(Intended Use)와 작용 메커니즘을 기준으로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구분한다. △ LED 마스크 △ 초음파 클렌징 디바이스 △ RF(고주파) 리프팅기 △ 마이크로커렌트 마사지기 등 전자 기능이 있는 뷰티 제품들은 대부분 의료기기로 분류한다. 이는 단순히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과 달리 전기 에너지나 물리 작용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특히 주목할 점은 마
<상편에서 계속> ■ 해제의 길: 녹색 목록을 향한 여정 그렇다면 한 번 Import Alert에 등재되면 영원히 미국 수출이 불가능할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충분한 개선 조치를 취했다면 Import Alert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해제 절차는 FDA 규정집에 명시돼 있으며 업체는 해제 청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청원서에는 △ 초기 위반 원인 조사 결과 △ 구체적 시정 조치 내용 △ 재발 방지 대책 △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객관적 증거 등을 포함해야 한다. FDA가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업체를 적색 목록에서 제거하거나 녹색 목록(Green List)에 추가한다. 녹색 목록에 오르면 동일한 경보가 유지되더라도 DWPE 면제를 받아 정상 통관이 가능해진다. ■ 2025년 새로운 변화: K-뷰티 안전성에 대한 주목 지난 6월 FDA는 ‘미생물 오염 우려 화장품’에 관한 새로운 Import Alert 53-17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들어오는 화장품 중 미생물 기준 초과 제품의 수입을 전면 억류하는 조치다. <미생물 오염 관련 수입 경보(Import Alert 53-17) 관려 세부 내용: https:/
최근 K-뷰티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화장품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FDA가 발표한 새로운 미생물 오염 관련 수입경보는 한국 화장품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FDA 경고장을 받은 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화장품 업체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상·하 편으로 나눠 자세히 살펴본다. ■ 경고장, 그 이후의 이야기 FDA 경고장(Warning Letter)은 단순한 ‘주의’가 아니다. 이는 해당 제품이 연방법을 위반했음을 공식 통보하는 ‘마지막 통첩’이다. 경고장에는 발견된 위반 내역과 관련 법 조항을 명시한다. 업체는 30일 내에 시정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 단계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FDA는 단계적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다. 이는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결국 해당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 1단계: Import Alert-자동 억류의 시작 경고장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DA는 해당 업체나 제품을 ‘수입경보 목록’(Import Alert)에 등재한다. 이는 사실상 미국 입국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