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C로 유명한 국내 국내 토종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가 설립된지 약 20년만에 주인이 바뀐다.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가 국내 화장품 업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인 3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했기 때문. 그 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들 간의 M&A는 있었지만 글로벌 기업이 한국 화장품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니레버는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가진 카버코리아 지분과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 지분을 합한 총 96%를 22억7천만유로(약 3조62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베인캐피털은 지난해 6월 4천300억원에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몸값이 7배 가까이 뛰며 2조5천억원 이상의 차익을 가져가게 됐다.
카버코리아가 사드(THAAD·사드) 여파로 국내 대기업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굳건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앤 해서웨이를 모델로 내세우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에 주력해왔다는 것도 주효했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사장은 “이번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킨케어 시장인 북아시아에서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불거졌던 ‘차이나 리스크’에도 불구 카버코리아의 지난해 화장품 생산실적은 201%가 증가하며 생산실적 상위 20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매출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 2015년 대비 무려 174.5%가 성장한 4천2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3위에 랭크됐다.
대표 브랜드 A.H.C의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가 '이보영 아이크림'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 홈쇼핑을 기반으로 2017년 소비자평가 No.1 브랜드 대상’ 아이크림 부문 대상을 받는 등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1929년 탄생한 유니레버는 바세린, 도브 등의 브랜드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지난 1986년 중국에 진출해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 매출이 20% 급감하면서 돌파구를 찾기위해 고심해 왔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높아진 K-뷰티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토종 화장품 브랜드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 국가로 진출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팩과 기초화장품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