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즈니스 모델, 새 패러다임 절실”
‘반제품 수출, 현지 충진·포장’ 제안…사드 이슈 이후 대비해야
“중국은 여전히 ‘정부의 통제’가 기업의 자율에 앞서는 나라입니다. 화장품 생산에 대한 CGMP(우수 화장품 생산·관리기준)의 강제 시행은 국가 체제의 특성을 등에 업고 중국 화장품 생산시설의 수준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판단합니다. 적어도 중국의 화장품 생산과 관련한 하드웨어는 빠른 속도로 한국 화장품 산업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위드화장품을 경영하고 있는 이한영 대표의 지적은 한 마디로 ‘중국 화장품 비즈니스 모델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히 화장품 소비시장으로서의 세계 최고가 아닌 화장품 산업의 세계 1위를 꿈꾸고 있는 중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조치들은 비관세부문을 중심으로, 특히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강화에 초점을 둔다. 이미 화장품 생산시설에 대한 CGMP 인증 비율이 우리나라의 그것을 상회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현지화하는 것도 지난 1년여 동안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이 바로 ‘반제품(벌크 형태) 수출, 중국 현지 충진·포장·완제품화’ 모델입니다. 물론 현재도 일부 이와 같은 모델은 존재합니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폭넓고 깊은 고민을 해 보자는 것이죠. 위드화장품 만이 독점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만 지금까지의 틀에 갇힌 사고를 깨고 전환점을 마련해 보고자 일종의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미래 중국 화장품 사업이 사드 이슈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복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중국에서 20년째 화장품 사업을 전개해 온 그의 판단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현장에서 부딪치며 다져 온 그의 실전 대응능력에 근거하고 있다.
반제품 형태 수출 후 충진·포장·완제품화 모델은 이동 과정에서의 미생물오염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OEM·ODM 사업에서 충진·포장·완제품화가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도 이 비즈니스 모델이 극복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새로운 모델을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은 결국 화장품 생산시설에 대한 중국 정부의 CGMP 강제 시행입니다. 발생할 수 있는 품질 관련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강화될 것입니다. 이를 규제, 또는 장벽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이처럼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되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상품기획·브랜딩 부문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극대화한다면 그야말로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중 양국 간 정치·외교적 차원의 해빙모드로 차이나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심리적 측면, 분위기 수준이지 결코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드 이슈’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대 중국 화장품 비즈니스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는 이 대표의 전망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