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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영 브로컬리컴퍼니 대표 “그렇게 화장품이 된다”

화순 구절초 담은 ‘온도’
못난이 농산물 업사이클링한 ‘어글리시크’
지역 리브랜딩 기반 스몰 브랜드 가능성 열어

 

작은 시골 마을. 잊혀져가는 오래된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화장품이 될 수 있고, 된다. 쇠락한 시골을 찾아 우리 식물로 화장품을 빚어내는 이. 김지영 브로컬리컴퍼니 대표다.

 

김지영 대표는 지역 이야기와 화장품을 잇는다. 첫 번째 작품이 전남 화순산 구절초로 만든 온도(owndo)다.

 

“화순 들국화마을에는 스물 다섯 가구가 살고 있어요. 연로하신 60대 이상 분들이 많아요. 구절초로 아름답던 마을이 기울기 시작했어요. 유기농 재배가 힘든 데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죠. 우리 땅에서 나는 구절초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어요.”

 

잊혀져가는 부족의 서사 같다. 구절초와 마을 역사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 땅을 자주 찾았다. 경계하던 눈빛들이 누그러졌다. 구절초를 연구했다. 구절초의 피부 진정‧항산화‧미백 효과를 규명한 여러 논문을 정독했다. ‘구절초의 효능을 화장품의 중심에 꺼내자.’ ‘가장 한국적인 비건 화장수를 만들어보자.’

 

“시작점이 달랐어요. 보통 화장품시장을 먼저 읽고 제품을 만들잖아요. 전 ‘지역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까’ 하는 데서 출발했죠. 비건뷰티 시장에 비슷비슷한 식물 콘셉트 제품이 넘쳐나던 시기였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생초를 발굴해 온도(owndo)를 만들었다. 지난 해 말 구절초 클렌징바‧에센스‧앰플 크림 3종을 내놨다. 연구소와 손잡고 구절초를 직접 추출해 넣었다. 시간 비용 노력이 배로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순 수만리 들국화마을에 구절초 추출물 공장을 세우려 한다. 

 

“매출의 10%를 마을에 되돌려 주려고 해요. 우리가 만든 가치 사슬 안에 지역이 포함되는 거죠. 원재료를 대량 구매하면 농가에 안정적 수익을 전달할 수 있어요. 온도를 많이 팔수록 지역 수익도 올라가죠.”

 

‘자생 식물’ ‘착한 소비’만 강조하면 구매는 1회성으로 그칠 수 있다. 로컬을 중심에 놓되, 품질·사용감·패키지를 차별화했다. 임상시험으로 광노화‧열노화‧피부장벽‧치밀도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달 중순 못난이 과일‧채소 등으로 만든 어글리시크(UGLYCHIC)도 론칭했다. 제주 브로콜리, 상주 오미자, 무주 사과, 홍천 복숭아 등 유기농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했다. 샴푸·여성청결제·이너젤·선크림 등 피부의 본질에 맞닿은 제품부터 선보였다.

 

온도가 지역과 화장품을 결합한 브랜드라면, 어글리시크는 자유로운 스팟성 시즌 브랜드다.

 

LG애드에 몸 담았던 김지영 대표는 ‘광고 안 해도 될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광고 대신 소통을 택했다. 웹 매거진에 화순과 제주를 소개하며 소비자와 교감한다. ‘마을에 더 많은 꽃들이 피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게’라고 말하는 수만리 들국화 마을 청년회장의 마음을 전한다. 

 

“농가 현실을 반영해서 상품을 기획해요. 농가와 마이크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거에요. 촌스럽지만 정직한 것이 통용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온도는 무려 2년 만에 나왔어요. 마을 분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고, 개발 과정에서 수정을 거듭했죠. 재발주할 때 개선 사항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어요.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던 셈이에요.”

 

지역의 숨결로 키워낸 농산물을 세상과 연결한다. 지역 가치를 발견하고 재해석해 리브랜딩(Re-Branding)한다. 브로컬리(Blocally)는 브랜드(Brand)와 로컬리(Locally)를 합친 말이다.

 

“스몰 브랜드일수록 아이덴티티가 뚜렷해야 경쟁력이 있어요. 지역색을 담은 원물로 더 좋게, 더 다르게 만들 거에요.”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주목한다. 지역과 브랜드를 같이 키우는 것이 저성장 시대를 헤쳐 나갈 열쇠라고 본다. 발품 팔아 잊혀진 시골 작은 마을을 방문하고 해답을 찾는 이유다.

 

엄마와 딸이 같이 쓰는, 라이프 케어로 확장하는 브랜드를 꿈꾼다. 지역과 브랜드가 선순환하며 같이 커나가는 밸류 체인을 만든다. 눈과 귀를 연 채 다리를 움직인다. 스몰 브랜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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