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지난 칼럼에서는 상표의 유사 판단 방법 중 하나인 요부관이 문제된 사례였던 천년마루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천년마루 사례는 △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제시한 점 △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판단하는 방법을 제시한 점 △ 다수의 등록예에 의한 식별력 부인의 사례에서 상표법상 의의가 있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위 세 가지 의의 중 세번째 부분인 “다수의 등록예에 의한 식별력 부인 사례”에 대해서 추가적인 사례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경위
이 사건 원고는 영양보충용 비타민제·영양보충용 미네랄·비타민/미네랄/영양소/아미노산/허브가 강화된 비알콜성 음료·비타민/미네랄/영양소/아미노산/허브가 강화된 에너지 음료·비타민/미네랄/영양소/아미노산/허브가 강화된 커피를 가미한 에너지음료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이하 ‘이 사건 선 등록(사용)상표 1’이라고 합니다) 라는 상표를 2010. 10. 26. 출원하여 2012. 2. 15. 등록한 후 비알콜성 음료, 에너지 드링크 등에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건 원고는 Sports helmets·Stickers·Sticker kits comprising stickers and decals·Decals·All purpose sports bags·All-purpose carrying bags·Backpacks·Duffle bags·Clothing namely T-shirts·Hooded shirts and hooded sweatshirts·Sweat shirts·Jackets·Pants·Bandanas·Sweat bands and gloves for clothing·Headgear namely Hats and Beanies 등을 지정상품으로 한 (이하 ‘이 사건 선등록(사용)상표 2’이라고 합니다)라는 국제상표를 2010년 6월 28일 출원하여 2011년 12월 29일 등록하고 모자(즉 모자와 비니), 의류(즉 티셔츠·후드 달린 셔츠·후드 달린 스웨트셔츠·스웨트셔츠·재킷·팬츠· 반다나·스웨트밴드·의복용 장갑·음료·탄산 소프트 음료·에너지&스포츠 음료 등에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피고는 셀프서비스식당업·카페업·카페테리아업·패스트푸드식당업·커피전문점업·과일빙수전문식당업·과일빙수전문식당체인업·과일빙수전문식당 프랜차이즈업·빙수전문식당업·빙수전문식당체인업·빙수전문식당프랜차이즈업·식음료전문식당업·일반음식점업·팥빙수전문식당업·팥빙수전문식당체인업·팥빙수전문식당 프랜차이즈업·아이스크림전문점업·아이스크림 전문점 체인업을 지정서비스로 한 (이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라고 합니다)”라는 서비스표를 2013년 10월 16일 출원하여 2015년 5월 29일 등록받았습니다.
이 사건 원고는 2015년 6월 16일 특허심판원에 이 사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구 상표법의 제 7조 제 1항 제 7호, 제 11호 또는 제 12호에 해당한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특허심판원은 이를 2015당3588호로 심리한 다음, 2016년 5월 13일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선등록(사용)상표 1, 2와 외관·호칭·관념이 달라 표장이 유사하지 않으므로 나머지 점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 제 11호, 제 12호의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이 사건 원고는 위 심결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
가. 특허법원의 판단(특허법원 2016년 10월 20일 선고 2016허4108 판결)
특허법원은 이 사건 원고 청구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기각하였습니다.
(1)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선등록(사용)상표들과의 관계에서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 제 11호 또는 제 12호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표장이 유사해야 하므로 이에 관하여 먼저 본다.
(2)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가) '망고'와 '몬스터'라는 단어가 띄어쓰기 없이 연속되어 있는 점
(나) '망고몬스터'는 호칭이 5음절로 비교적 짧은 점
(다) 우리나라 언어관습과 영어교육수준을 고려할 때 몬스터 라는 단어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 그 앞에 나오는 단어와 결합하여 ‘괴물’이라는 일체화되고 한정적인 의미가 있는 하나의 단어로 인식될 것인 점
(라) '망고몬'부분만을 굵은 글씨로 표시하여 ‘망고몬’으로의 약칭을 유도하도록 외관이 구성되어 있고 널리 알려진 ‘포켓몬스터’가 흔히 ‘포켓몬’으로 약칭되듯이 ‘몬스터’가 ‘몬’으로 약칭되기도 하는 점
(마)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몬스터’ 부분만으로 약칭되기도 하였다는 거래실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전체로 호칭 관념되거나 망고괴물 이라는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부분만으로 약칭될 수 있다.
(3) 선등록(사용)상표 1에서
(가) 'MONSTER' 부분은 'ENERGY' 부분과 띄어쓰기로 구분되고 선등록(사용)상표 2 에서 'MONSTER' 부분은 도형과 다른 문자 부분과 상하로 배치되어 구분되며 'ENERGY'부분보다 큰 크기로 표시되어 있는 점
(나) 선등록(사용)상표 1에서 'ENERGY' 부분과 선등록(사용)상표 2에서 'ENERGY' 부분은 선등록(사용)상표 1, 2의 지정(사용)상품인 에너지 음료의 효능을 나타내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점
(다) 선등록(사용)상표 1에서 'MONSTER' 부분과 선등록(사용)상표 2 에서 'MONSTER' 부분은 선등록(사용)상표 1, 2의 지정(사용)상품과 별다른 관련이 없어서 식별력이 있는 점
(라)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출원 시인 2013년 10월 16일 경 선등록(사용)상표 1, 2를 사용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에너지 음료에 관한 대부분 기사에서 선등록(사용)상표 1, 2를 ‘몬스터’로 약칭하여 기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선등록(사용)상표 1, 2는 'MONSTER'부분과 'MONSTER' 부분만으로 호칭 관념될 수 있다.
(4)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 1, 2는 구성 글자, 도형의 유무, 글자체 등이 다르므로 외관이 유사하지 않다.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망고몬스터’ 또는 ‘망고몬’ 으로 호칭되고, 선등록(사용)상표 1, 2는 ‘몬스터 에너지’ 또는 ‘몬스터’ 로 호칭되어 전체적으로 다르게 청감되므로 호칭이 유사하지 않다.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망고 괴물’로 관념되는데 선등록(사용)상표 1, 2는 ‘괴물 에너지’ 이나 ‘거대한 에너지’ 또는 ‘괴물’ 로 관념되므로 관념이 유사하지 않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 1, 2는 외관·호칭·관념이 모두 달라서 전체적으로 유사하지 않다.
(5) 결국,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선등록(사용)상표 1, 2와 표장이 유사하지 않으므로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 제 11호 또는 제12호의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이 사건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7년 3월 15일 선고 2016후2447 판결)
이 사건 원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의 구체적인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는 그 구성 부분 전체의 외관, 호칭, 관념을 기준으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나 상표 중에서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 즉 요부가 있는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요부를 가지고 상표의 유사 여부를 대비·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여부는 그 부분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등의 요소를 따져 보되, 여기에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이나 그와의 결합상태와 정도, 지정상품과의 관계, 거래실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년 2월 9일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한편 결합상표 중 일부 구성 부분이 요부로 기능할 수 있는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구성 부분을 포함하는 상표가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관하여 다수 등록되어 있거나 출원공고되어 있는 사정도 고려할 수 있으므로, 등록 또는 출원공고된 상표의 수나 출원인 또는 상표권자의 수, 해당 구성 부분의 본질적인 식별력의 정도 및 지정상품과의 관계,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보이는 사정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년 3월 9일 선고 2015후932 판결 등 참조)
만일 상표의 구성 부분 전부가 식별력이 없는 경우에는 그 중 일부만이 요부가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상표 전체를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년 4월 27일 선고 2000후2453 판결, 대법원 2001년 6월 29일 선고 99후184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은 모두 ‘몬스터’ 또는 ‘몬스터’로 음역되는 ‘MONSTER’를 포함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출원일인 2013. 10. 16. 이전에 그 지정서비스업과 동일·유사한 서비스업에 관하여 ‘ICEMONSTER’, ‘티켓몬스터’, ‘클럽몬스터, CLUB MONSTER’, ‘MONSTER PIZZA’, ‘monster zym’, ‘bubble monster’ 등과 같이 ‘몬스터’나 ‘MONSTER’ 또는 ‘monster’ 를 포함하는 다수의 서비스표들이 서비스표권자나 출원인을 달리하여 등록 또는 출원공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선등록(사용)상표들의 출원일 혹은 원고가 주장하는 선등록(사용)상표들의 사용개시일 이전에도 이미 선등록(사용)상표들의 지정상품이나 사용상품과 동일·유사하고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음료수류 등에 관하여 ‘디지털 몬스터, DIGITAL MONSTER’, ‘포켓 몬스터, POCKET MONSTER’, ‘MONSTER FARM’ 등과 같이 ‘몬스터’나 ‘MONSTER’를 포함하는 다수의 상표들이 상표권자나 출원인을 달리하여 등록 또는 출원공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 이와 같은 사정 및 원심 기록에 나타난 ‘몬스터’나 ‘MONSTER’를 포함하는 다수의 상표들을 둘러싼 구체적인 거래실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에서 공통되는 ‘몬스터’ 또는 ‘MONSTER’ 부분은 그 지정서비스업이나 지정상품 또는 사용상품과의 관계에서 식별력이 미약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에서 ‘몬스터’ 또는 ‘MONSTER’ 부분을 독자적인 식별력을 발휘하는 요부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에서 ‘망고’ 부분은 그 지정서비스업에 제공되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의 원료 등을 표시하는 것으로 직감되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하다.
선등록(사용)상표들에 공통되는 문자 부분인 ‘MONSTER ENERGY’에서 ‘ENERGY’ 부분도 지정상품 또는 사용상품의 효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직감되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하다.
그러므로 대비의 대상이 되는 문자를 기준으로 할 때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은 모두 그 각 구성 부분이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하므로 상표 전체를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4) 이에 따라 대비하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은 한글과 영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글자 수와 글자체 등의 외관에서도 차이가 있고,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망고몬스터’로 호칭되는데 비하여 선등록(사용)상표들은 ‘몬스터에너지’로 호칭되어 유사하지 아니하며,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망고 괴물’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데 비하여 선등록(사용)상표들은 ‘괴물 에너지’ 등의 의미를 가지게 되어 그 관념에서도 차이가 있다.
결국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은 외관, 호칭, 관념 등 모든 면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없다.
(5)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사용)상표들이 유사하지 않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표의 유사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본 사안의 상표법상 의의
본 대법원 판례는 (1) 다수의 등록예가 존재하는 경우 식별력이 없다고 보아 요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 (2) 상표의 구성 부분 전부가 식별력이 없는 경우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제시한 점에서 상표법상 의의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요부관찰이 문제된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안승훈 변호사 약력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학석사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뉴욕대학교(NYU) 쿠랑트(Courant) 응용수학 연구소·
스턴(Stern)경영대학원 협동과정 석사
◇ 주요 경력
△ 금융결제원 금융정보보호부 과장
△ 법률사무소 헌인 소속 변호사
△ 변호사 이석환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 법무법인 서정 소속 변호사
△ 법률사무소 논현 대표변호사(현)
△ 강남경찰서 자문변호사(현)
△ 대법원 국선변호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