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가 이미 1970년대 말에 설파했던 자신의 저서와 강연 제목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기나 긴 터널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이처럼 적확한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2020년 1월 말 첫 발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무려 3년 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화장품 산업은 물론이요, 대외 환경 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우리나라 산업 전체의 근간을 흔들고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미주 시장과 EU 지역은 이미 코로나19가 더 이상의 이슈가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일본·한국 동북아시아 3국에서는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해 왔던 중국의 상황은 지난 3년, 단순 수치로 보면 지난 한 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올해를 기점으로 미래전략 수립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코스모닝은 역사가 ‘엔데믹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할 새해의 개막과 함께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을 부문별로 전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중국 상황이 “상수이자 곧 변수”
코로나19 팬데믹은 화장품 산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특정한 시대를 구분하고 가름하는 기준선이 됐다.
지난해 말까지 3년 여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화장품 산업에도 뉴노멀이 자리잡고 소비행태의 변화에 따라 기업은 새로운 일상·질서에 부합하는 변화를 요구받았다.
이는 엔데믹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와 이후의 기업 전략 수립을 위한 출발점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에 영향력을 발휘할 무게 중심 순으로 올 한 해를 전망하면 우선은 수출 부문.
2022년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누적실적은 73억6천4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2022년 한 해로 환산하더라도 10% 수준의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주춤했던 화장품 수출이 2020년 6월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2021년 12월까지 1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양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지난 한 해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5월을 제외하고 나머지 10개월은 모두 전년 같은 기간 보다 수출실적은 하락했다.
여기에는 결국 국내 화장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 상수인 동시에 변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2022년 12월 26일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팬데믹 기간동안 더욱 강화한 비관세장벽은 지난 10여년 간 누려왔던 중국에서의 K-뷰티 위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과 일본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절대 금액 측면에서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감소분을 커버하기는 어려운 것이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다만 엔데믹과 함께 올해 본격화할 해외 국제 화장품·뷰티 전시·박람회 재가동은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지난해 11월에 열린 코스모프로프아시아-스페셜 에디션(싱가포르)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점으로 올해에도 전시·박람회를 수출선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전망이다.
결국 올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성패는 △ 중국 시장의 변화 대응 여부 △ 신규 수출국가 개척 △ 화장품·뷰티 전시회 활용도 등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지휘관 바뀐 투 톱, 새 바람 몰고 올까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투 톱 기업의 사령탑이 모두 교체된 첫 해라는 점은 관전 포인트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8년 동안 CEO로 재임하면서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으로 끌어올렸던 차석용 부회장이 후진을 위해 용퇴하면서 이정애 사장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주)아모레퍼시픽 역시 안세홍 대표가 고문으로 물러나고 김승환 대표가 (주)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자리를 옮겨 변화의 시대를 이끌게 됐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화장품 럭셔리사업부장을 역임하면서 더히스토리오브후의 성장을 이끌었고, 생활용품·리프레시먼트(음료)사업부장까지 거친 이력에서 보듯 LG생활건강 전체의 이해력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진출과 확대 보다는 기존 사업을 보다 안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승환 대표의 경우 전략기획·인사·조직 관리를 중심으로 해외 비즈니스 확장과 조직·제도 혁신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아모레퍼시픽 경영체질 개선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021년을 제외하고 최근 4년 간의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사업구조 개편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계획의 실행 성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최강자 올리브영, 여전한 독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올리브영의 독주는 갈수록 그 강도를 더했지만, 지난 3년을 거치면서 그나마 시장을 함께 이끌었던 랄라블라와 롭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짐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은 올리브영의 독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여기에는 올리브영이 보유한 압도적 매장 수와 함께 한 발 빠른 O2O전략, 픽업서비스 등 경쟁사를 압도한 전략 수립과 실행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코르가 올리브영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대항마로서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오프라인의 원 톱 자리는 올리브영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근 K-뷰티의 성지이자 발상지라고 할 명동을 중심으로 지방의 일부 상권에서 이전 전문점 형태의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수다.
이미 단일 브랜드숍이 그 수명을 다한 상태이고 해당 브랜드 역시 올리브영과 온라인 채널로의 이동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의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채널 탄생과 정착 여부가 올해 유통가를 바라볼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 화장품법 전면 개정과 제도·규정의 변화 △ 맞춤형화장품 제도의 정착 △ 클린뷰티·친환경 트렌드 △ ESG 경영 등이 올 한 해 화장품 산업의 주요 테마가 될 전망이다.
<코스모닝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