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끼며, 느낀 만큼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
가히 ‘빅뱅’ 급의 성장세를 보인 지난 20여 년간 중국 화장품 시장의 최일선 현장에서 상품기획·마케팅·영업, 그리고 CEO까지 전 과정을 거친, 몇 안되는 인사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중국 화장품 산업과 시장, 소비자 구매패턴은 어떠한 양상을 띠게 될까.
한 두 시간의 인터뷰로는 턱도 없이 부족할 광범위한 사안이지만 김형열 웨이리메이티안화장품유한공사(중국 항저우) 대표가 강조하는 한 마디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3년 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대 중국 수출 상황도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걱정할 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중심에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일침이다.
“숫자로 나타나는 여러 지표를 통해 K-뷰티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고민과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있습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그 현장에서 부딪쳐온 저로서는 ‘중국에서 K-뷰티는 끝났다’라는 평가와 판단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K-뷰티의 핵심 중국 소비자라고 할 20세~45세 여성들에게 K-뷰티는 여전히 매력 넘치는 ‘잇 아이템’(It Item)이 틀림없거던요.”
김 대표의 이러한 판단은 ‘중국 화장품 실전 전문가’로서의 경력과 그 동안 일궈온 사업 성과에 기반한다.
코리아나화장품 중국지사를 거쳐 프로야화장품, 그리고 한아화장품(프로야화장품 자회사) CEO를 역임하면서, 그리고 중국 화장품 유통 변화의 소용돌이를 몸소 겪었던 야전사령관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온라인이 가진 이슈성과 확장성, 폭발력이 워낙 크다보니 한국 기업들이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조직 구축을 포함한 전 과정에 필요한 비용 등 당연히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고민도 당연히 압니다. 그렇지만 바라보아야 할 최종 지향점, 소비자·고객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오히려 덜 합니다. 그 부분이 너무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실전 전문가가 내다보는 K-뷰티의 새로운 기회, 반전의 가능성은 어느 지점일까.
가장 먼저, 제품 경쟁력이다. 온라인 채널 중심-인플루언서 주도의 판매가 위력을 발휘하다 보니 지금 중국에서는 스테디셀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품 수명이 ‘심하게’ 짧은 데다 유행 사이클 역시 롤러코스터 급이다.
이에 반해 한국 브랜드·제품은 품질에 기반한 롱 런 가능성이 충분하고 자연스럽게 스테디셀러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에 막혀 무려 3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좋은 제품’들이 쌓여 있을 정도라는 것. K-뷰티의 상품기획력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으니 그 제품들을 중국 소비자의 손에 쥐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 정부 정책 차원의 완화, 반일감정(오염수 배출)에 의한 반사이익 기대 등 긍정 요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밝게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그리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한 가지, 위생허갑니다. 비용에 대한 부담은 차치하고 반드시 미리 받아둬야 합니다. 위생허가는 K-뷰티가 제대로 달려가기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할 ‘신발’과 같은 도구입니다. 출발선상에 섰는데, 맨발이다? 달리지 않겠다는 뜻이죠. 막혔던 하늘길도 열렸습니다. 제발, 현장에서 답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20세~45세의 K-뷰티 헤비 유저를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아직도 K-뷰티 매력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서 부활과 반전의 힘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화장품, K-뷰티의 드라마틱한 비상을 바라는 중국 화장품 실전 전문가의 호소가 간절함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