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세권. OOO족, OOO털이범, OOO증후군, OOO개미지옥. OOO에 들어갈 말은? 다이소다. 다이소 권역을 가리키는 다세권, 다이소 쇼핑에 빠진 다이소족, 다이소 마니아들이 모인 커뮤니티 다이소털이범, 다이소만 보면 들어가서 배회하는 다이소 증후군, 다이소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의 다이소 개미지옥.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가 지질시대 구분에 추가된 것처럼 다이소는 화장품 유통의 한 축을 차지했다. 방판-전문점-브랜드숍-올리브영을 거쳐 다이소화장품 시대가 왔다, 마침내.
“다이소에서 만나!” 깨알재미·탕진잼 성지
다이소는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참새방앗간, 놀이터다. 그냥 가고, 일부러도 가고, 간김에 뭐라도 사들고 나온다. 천원 한 장도 대접해준다니! 만원이면 탕진잼각이다.
소확행과 꿀잼을 추구하는 MZ세대가 다이소화장품에 빠르게 반응했다. 다이소뷰티는 2030세대의 화장대로 진군했다.
가성비‧새로움‧재미‧다양성‧접근성은 다이소의 핵심 무기다. 다이소의 큰 손을 떠오른 2030층은 다이소에서 생활필수템보다 유행템을 산다. 이 흐름을 빠르고 정확히 읽은 것이 화장품사다.
화장품 브랜드사는 다이소 뷰티열차에 탑승해 전용 제품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도 가세했다.
다이소 전용 브랜드 출시는 현재진행형이다. 다양한 제품, 싫증나지 않게 자주 바뀌는 물건, 트렌디한 콜라보 이이템, 아이디어 화장품이 소비자에게 사는(buy) 재미와 사는(live) 재미를 안겨준다.
ALL ABOUY BEAUTY
최근 다이소는 대형 백화점‧마트‧쇼핑몰 등에 대규모 매장을 내기 시작했다. 대형 다이소매장은 목적형 쇼핑객은 물론 배회형 소비자, 신규 고객까지 늘리는 효과가 있다. 다양한 낙수효과를 유발하며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는 분석이다.
대형 다이소매장은 뷰티를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Beauty 화장품코너’ 공간을 전면에 내세워 방문객의 시선을 붙든다. 뷰티코너에선 ‘ALL ABOUY BEAUTY’라는 슬로건 아래 기초‧색조‧보디‧헤어제품부터 뷰티소품까지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브이티 리들샷’으로 시작된 품절대란은 다이소를 화장품 맛집으로 알린 계기로 꼽힌다. 최근에도 ‘CNP 카밍젤’ ‘클리덤 팔자주름 앰플’ ‘메디필 물광 마스크’ ‘손앤박 컬러밤’ 등 인기 제품 매진 사례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화장품 품절소식과 사용후기는 입소문을 타고 해외까지 번져나갔다. ‘다이소 화장품이 대체 뭐길래?’ 다이소 뷰티는 국내외 소비자의 관심과 호기심 속에서 크고 있다.
다이소화장품은 왜 신드롬으로 불리나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9월 다이소에 출시한 ‘미모 바이 마몽드’. 입점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돌파했다. 미모 바이 마몽드는 잘파(Zalhpa) 세대의 피부고민을 해결하는 미니멀 클린뷰티 브랜드를 지향한다. 기초화장품 8종이 고루 인기를 얻으며 품절템으로 등극했다.
종근당건강 클리덤은 지난 해 12월 다이소에 진출해 누적 판매량 25만 개를 기록했다. 저분자 콜라겐을 주 원료로 한 크림‧앰플 등이 SNS에서 입소문 나면서다.
다이소화장품은 ‘자발적 SNS 콘텐츠 생산→브랜드 인지도 확산→바이어 연결→매출 확대’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브랜드사도, 소비자도 다이소화장품을 반기는 이유다.
다이소 화장품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잘 팔린다. 그래서 신드롬이다. 천원부터 최대 5천원까지의 균일가 정책,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경영철학, ‘고르는 즐거움을 파는 곳’이란 포지셔닝이 다이소를 화장품 신유통지로 끌어올렸다.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이 예견되는 이 시대에. 비결이 뭘까.
“가성비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말이다.
‘이 가격 실화냐’ ‘싼 데 놀라고 품질에 또 놀라고’에 답이 있다. 사람들은 싸고 좋은 것에 반응한다.
다이소는 가성비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 화장품에 만족과 놀라움을 더했다. 이를 통해 지갑 얇은 10대는 물론 화장품을 직접 사본 적 없는 중장년층 남성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대를 잡아라” 옴니채널 전략 강화
다이소를 움직이는 것은 20대다. 이는 화장품의 핵심 고객층과도 일치한다. 20대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거리낌 없이 시도한다. 이색 제품과 체험에 지갑을 연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트렌드를 만들고 퍼트린다. 20대는 유통시장에서 전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다.
다이소를 가장 많이 찾는 연령층도 바로 20대다. 아성다이소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전체 소비자의 30%를 차지했다. 30대가 25%, 10대와 40대가 각각 20%를 점유했다. 50대 이상은 5%로 나왔다.
이는 ‘다이소=가정주부가 생필품을 사는 곳’이란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다이소는 일상의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하는 곳이자,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불황형 소비시대에 적은 돈으로 탕진잼과 자기효능감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앞서 말한 ‘사는(buy) 재미’로 ‘사는(live) 재미’를 주는 소확행 성지다.
기초화장품 매출 200%‧색조 80% 증가
다이소는 고객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나섰다. 다이소몰과 샵다이소로 나눠 운영해온 온라인몰을 2023년 말 다이소몰로 단일화했다. 익일 택배배송을 시작하고, 온라인몰 주문제품을 매장에서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를 시행했다.
다이소의 옴니채널 구축 전략에 힘을 싣는 것은 매장 수다. 다이소의 매장 수는 2023년 기준 1519개다. 이는 올리브영을 뛰어넘는 숫자다. 전국 백화점(100곳)‧대형마트(500곳)‧복합쇼핑몰(20곳)을 더한 수보다 두배 많다.
다이소 매장은 △ 2021년 1390개 △ 2022년 1442개 △ 2023년 1519개로 계속 늘고 있다. 다이소 매장 가운데 직영점이 1천곳, 가맹점이 500여 곳이다.
다이소의 높은 접근성은 스세권(스타벅스)‧맥세권(맥도날드)에 이어 다세권(다이소)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다이소에는 하루 평균 100만명 이상이 계산대를 거쳐간다. 방문객 1인당 구매하는 제품은 5~6개이고, 평균 객단가는 약 8,500원이다. 다이소에선 하루 평균 500만개, 시간당 42만개, 분당 7,000개, 초당 116개의 제품이 팔린다.
화장품은 얼마나 팔릴까. 다이소는 화장품 매출액, 브랜드별 매출 순위 등 구체적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화장품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신장했다. 기초화장품 매출이 200%, 색조가 80% 증가했다. 2024년 11월 기준 입점한 뷰티 브랜드 수는 59개, 제품은 466종으로 집계됐다.
‘똥퍼프 바늘사건’이 말해주는 두세가지 것들
다이소화장품에도 그늘이 있다. 제품 태그‧라벨‧단상자 훼손부터 도난 사고, 특정 제품만 집중적으로 팔리는 편중 현상, 부작용 컴플레인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부 매장에선 화장품 도난 사고가 잇따르자 매대에 제품 대신 종이 교환권을 비치했다. 소비자가 교환권을 들고 계산대에 가면 직원이 본품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뷰티 고객의 목소리는 예민한 동시에 크다. 2016년 6월 일명 ‘똥퍼프’(화장용 퍼프)에서 바늘이 나온 사건은 다이소 전체의 신뢰도를 흔들었다.
화장품 유통에는 10년 주기설이 있다. 10년을 기점으로 유통의 축이 크게 바뀐다는 말이다. 다이소가 화장품 유통에 미치는 영향력은 계속 될까.
아성다이소 박정부 대표는 저서 ‘천원을 경영하라’에서 균일가숍의 미래를 진단했다.
그는 “균일가숍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100년 이상 명백을 유지해온 소매업의 한 형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산층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더 반응이 좋다. 선진국 소비자일수록 다양한 구매 경험이 있어, 더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균일가 사업의 핵심은 ‘상품과 가격’이다. 늘 고객을 중심에 놓고 어떤 상품과 가격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한다.
‘생활과 문화를 판다’ ‘본질만 남기고 다 버려라’는 다이소의 경영철학은 화장품 유통 지형도를 세차게 뒤흔들었다. ‘천원도 소중하게 대접받는 곳’ 다이소에는 사람이, 브랜드가 몰려든다. 다이소를 향한 뷰티 브랜드들의 구애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