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박찬원 코리아나 대표 신간 『말은 말이 없다』
2년 여 말과 함께 기록한 사진·에세이집 하루살이, 나비, 돼지 등 살아 움직이는 것을 경배하는 사진가. 그가 말(馬)에게 말(言)을 걸었다. 지난 2년 동안 마굿간에서 말과 이야기 나누고 뒹굴었다. 말이 되어 마음을 헤아렸다. 뷰파인더는 말의 가슴을 두드렸고, 찰나의 교감을 사진에 담았다. 말은 먼 데 소리를 듣고, 눈으로 본 뒤 행동한다. 냄새를 맡아 새끼를 돌보고 친구를 기억한다. 인간은 태초의 감각을 잃은 채 말(言)을 총알 삼아 싸우기 바쁘다. 말은 어리석은 인간을 조용히 위무한다. 저자는 말없는 짐승이 건네는 순도 100% 짜리 위안 에 안도한다. “말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이다. 말 사진을 찍는 동안은 참선의 시간이다. 말이 나에게 말(言)을 한다. 말을 보면서 인간을 생각한다. 나를 생각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헤맨다.” 말과 인간 사이로 길이 나고 마음이 흘렀다. 저자는 말에게 연인에게 속삭이듯 작고 부드러운 소리로 이야기하는 법을 익혔다. 밤에 사진 찍을 때 플래시 대신 지속광을 썼다. 은은한 빛을 미리 밝혀둬 익숙해지게 했다. 말을 친구로 둔 자가 지켜야 할 예의였다. 말이 등에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옷을 질겅질겅 씹어도 놔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