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건설 업종이 대부분이었던 국내 여자 프로 골프단에 미(美)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화장품 기업을 포함한 뷰티업계가 여자 프로 골프단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여자골프단을 후원은 금융과 건설업이 양분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골프를 즐기는 수요층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 실질적인 구매층인 40~50대와 비슷했기 때문. 대중성이 일반 스포츠에 비해 낮은 특정 계층을 위한 고급 스포츠라는 것도 일반 기업의 접근을 어렵게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뷰티업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뷰티업계가 골프단을 후원하거나 창단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메디힐 골프단을 창단한 엘앤피코스메틱은 매출액이 지난 2015년 1천889억 원에서 이듬해 4천15억 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메디힐 골프단은 KLPGA·LPGA·JLPGA 등에서 활약 중인 유소연(27)·김나리(31)·최혜용(27)·이다연(20)·김지은(21) 등 5명의 한국 선수를 주축으로 중국 국가대표 출신인 시유팅과 장웨이웨이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운영해 왔다.
맥스클리닉의 엔앤비랩은 메디힐 골프단 소속 유소연을 2년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유소연을 후원하며 글로벌 골프 경기 무대에서 맥스클리닉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구상을 실현하고 있는 것.
지난해 10월 코스모코스의 한국형 데일리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표방한 비프루브(VPROVE)는 ‘2017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공식 마케팅 파트너로 참가, 후원했다. 비프루브는 대회에 출전한 78명 선수 전원에게 주요 제품을 후원해 호응을 얻었다.
이보다 앞서 골프단 후원에 적극적이었던 업체는 토니모리(회장 배해동)다. 지난 2013년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여자 골프단을 창단한 토니모리는 실력있는 선수를 발굴해 적극 후원함으로써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정은, 유승연 프로가 속해있던 ‘2017 토니모리 여자 골프단’에 이어 올해에는 올해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효주 선수(21)와 2016년 국가상비군 출신의 차세대 미녀 골퍼 공미정 선수(21)로 구성했다. 전 국가대표 감독 출신의 배성만 감독이 올해도 팀을 이끈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국내외 전지훈련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골프 특성상 피부 보호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자외선차단제(선크림) 등 화장품도 적극 제공한다.
왜 골프단 후원이 매력적일까 뷰티 업계의 후원 계약과 골프단 창단은 여자골프단에 주로 이뤄진다. 여자골프의 규모와 인기, 인지도가 높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 수월하기 때문.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여자골프(KLPGA) 출신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이들 선수를 후원하는 업체도 최고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매출이라는 순위로 매겨진 서열을 벗어나 골프대회에서는 얼마든지 선수의 기량에 따라 성적표가 매겨지기 때문에 중견업체들이 브랜드 실력 면에서 최고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 또한 선수의 스타일이 이슈가 되면서 선수를 후원하는 브랜드 역시 고급스런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스포츠인 데다 선수의 개인화면이 오래 잡히는 것도 화장품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여자 프로 골프선수들은 연예인 못지 않게 외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불러온다"며 "뜨거운 태양에 맞서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스킨 제품이나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유소연 선수는 “야외에서 경기하는 골프의 특성 상 평소 자외선 차단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운동 중에 수시로 사용하기 적합한 파우더 타입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뷰티업계의 마케팅 타깃이 골프 주 소비층과 맞아떨어진 것도 한 몫한다. 나재호 X-GOLF 채널 사업본부장은 "국내 골퍼 주 연령층이 50~60대였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최근 30~40대는 물론 20대 층의 대거 유입으로 골프 업종 소비 연령층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를 즐기는 오너들의 성향도 한 몫하고 있다. 골프에 관심이 높다 보니 선수 후원 등 골프산업 발전에 관심이 높다. 엘앤피코스메틱 권오섭 회장은 골프단 설립 당시 '경기침체로 골프단 등 국내 스포츠산업에 대한 기업 후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골프단 구성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시장 공략·콘셉트, 맞아떨어진 격 유럽과 미국에서의 높은 인기 탓에 이들 국가에 진출하려는 뷰티업계와는 자연스럽게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메디힐 골프단 설립은 국내 스포츠산업 활성화와 해외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목표로 한 모험(?)에 가깝다는 눈길도 있었지만 소속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면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
권오섭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한 것.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메디힐이 중국 선수 2명을 포함시킨 것도 중국에 진출해 있는 메디힐을 염두 해 둔 것이다. 토니모리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해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