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시작한 한-일 간 경제전쟁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일명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서로를 제외하는 등 맞대응 역시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8월 2일자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 의결)에 따른 수출입 영향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에 따른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불의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 3개…수입실적 없어
최근 대한화장품협회는 일본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의해 일본으로 수입하고 있는 전략물자 1천120개를 점검한 결과 화장품 원료의 경우 비민감품목 857개 가운데 3개가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장품협회 측은 “3개의 화장품 원료 이외에는 전략물자 품목에 해당하지 않으며 특히 화장품에 주로 사용하는 ‘고순도 이산화티타늄 분말’의 경우에는 전략물자 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더구나 트리에탄올아민과 알루미늄 분말, 철 분말 등 세 품목은 지난 3년 간 일본에서 수입된 실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화장품협회는 이와 함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화장품 원료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1억3천500만 달러·점유율 23.5%·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통계 자료 기준)이지만 전략물자 품목, 그 가운데서도 비민감품목에 3개가 해당될 뿐이고 그나마 3년간 수입실적도 없어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에 따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또 “화장품 원료는 범용 원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원료로 대체가 쉽다”고 전제하고 “예를 들면 트리에탄올아민은 독일과 미국, 알루미늄 분말은 미국에서 수입 중이고 철 분말은 이미 국내에서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원료 수급에 따른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거듭 확인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유통가는 고민 중
화장품 원료 수급과 관련한 별다른 영향은 없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사안은 유통가의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혐한 막말방송’으로 소비자의 퇴출운동 대상이 된 DHC는 차치하고 나머지 일본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DHC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온라인 상에서는 일본 주요 브랜드를 대체할 국산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일본 브랜드의 매출이 높은 H&B스토어 등 유통가의 고민이다. DHC의 클렌징 오일을 포함한 제품들을 매대에서 철수시키거나 보이지 않도록 진열하는 등의 조치를 이미 취했고 일부 매장은 아예 창고로 이동시키는 등 DHC의 영향권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고민은 있다.
DHC 이외에 H&B스토어에서 매출이 높은 시세이도의 센카를 비롯해 키스미, 뮤코타 등의 브랜드와 시루코토 화장솜 등 미용관련 액세서리 제품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 더구나 온라인과 SNS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될수록 일본 브랜드·제품 리스트도 업데이트되고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H&B스토어의 경우 이들 일본 브랜드와 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매장 철수나 안보이는 곳으로 진열대를 옮기는 등의 결정을 쉽게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불매운동이 2개월이 다 되도록 식을 줄 모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생소한 브랜드의 경우 제조원을 확인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는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본격화 이후로는 일본 브랜드 여부를 확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유통가의 고민을 더하는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