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에 들어가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철저하게 변하고 있다. 역사상 ‘바이러스’의 한 종류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에 가져온 전 세계 국가·지역의 파워와 경제, 이에 따른 생활과 문화, 소비환경을 이처럼 빠르고도 격렬하게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경우는 없었다.
‘뉴노멀’ ‘언택트’(UNTACT) ‘온택트’(ONTACT) ‘비대면’ ‘홈코노미’ ‘홈뷰티’ ‘집콕생활’ ‘생활 속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그 변화의 속도와 폭 만큼이나 신조어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사회상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신조어의 탄생과 유행, 일반화 과정은 소비생활의 변화를 여실히 반영하기 마련이다.
‘우한 폐렴’이라는 최초의 용어에서 시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거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국내 공식용어는 코로나19)으로 확정하기까지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수없는 혼선을 겪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만큼 코로나19는 미증유의 사태로서 전 세계를 휩쓸며 말 그대로 인류의 ‘모든’ 것을, 절대적이고도 완전하게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모닝은 창간 4주년 특집으로 전무후무한 역사적 사태에 직면한 화장품 산업의 현황을 냉철하게 통찰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이어지는 변혁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기획을 마련했다.
부연하자면 이번 기획의 각각의 테마는 별도로 존재하면서 독립성을 가지기 보다는 해당 주제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상호 연관성을 긴밀하게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만 편의상 카테고리를 △ 소비 트렌드 변화 △ 유통변화(온-오프라인) △ 마케팅 전략 △ 상품개발 트렌드 △ 수출 △ 온라인 플랫폼화(기획·생산·영업·전시회) 등으로 나누어 상·하편으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 1월 20일 이후 6개월 20일이 경과한 현재 전 세계인의 생활은 ‘새로운 일상’ 즉 ‘뉴노멀’을 향해 치닫고 있다.
‘2~3개월 내 종식 가능성’ ‘기온 상승과 함께 서서히 소멸’이라는 초기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WHO(세계보건기구)의 3월 11일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선언과 함께 인류가 겪어야 할 새로운 재앙에 직면한 상태다.
단순히 지구상의 한 국가, 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가 가져올 소비 트렌드 변화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온라인, 그리고 영상소비의 증가
디지털 시대와 함께 다가온 온라인과 스마트폰의 확대는 당연히 코로나19 이전에도 확산일로에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이의 속도와 시간, 그리고 비중을 그 이전의 수준을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의 상황만 보더라도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전 교육기관의 정상적인 일정 소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를 점치기에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2019년 기준 약 1천700만 명, 국내 인구의 34%를 차지(통계청 집계)하면서지난해부터 최대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용어)의 소비패턴과 여타 소비층의 트렌드까지도 변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다.
결국 온라인을 통한 영상 중심의 미디어&콘텐츠 소비 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동시에 SNS 사용시간 급증, 이에 따른 e-커머스의 일상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불안, 가격 민감도 상승 주요인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경제는 한 마디로 ‘충격과 경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분기 GDP 성장률은 G20국가 가운데 중국 만이 유일하게 성장(3.2%)했을 뿐 모든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기 때문.
이 같은 경제불안은 소비자에게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소비 성향 역시 가격으로 중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할인 프로모션을 포함한 가격에 대한 베네피트와 메리트에 집중하는 동시에 고가 제품 구입에 대한 주저함이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동일한 포지셔닝의 브랜드라면 가격이 더 낮은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소비행태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매킨지&컴퍼니가 지난 4월 리포트에서 전 세계 소비자의 3분의 2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영향에 대해 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낙관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기업에겐 새로운 기회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현재까지 국내 화장품 기업의 지원과 기부 등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화장품 기업의 경우 손 세정제와 손 소독제(의약외품 허가 필요)에 대한 빠른 생산·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예방활동을 위한 물품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는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사회공헌활동(지역·소비자 포함)과 지속성장가능성에 중점을 둔 기업·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우호의 감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증가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즉 단순한 상품 판매전략을 넘어서 기업과 브랜드의 이익환원 활동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그 가치와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프라인 매장, 구매보다는 체험공간
면세점과 H&B스토어, 백화점 일부를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의 약세는 디지털 시대의 본격화와 함께 이미 예견된 사안이긴 했지만 코로나19는 이 채널의 몰락을 급격하게 앞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라보지 않고, 맡아보지 않고 구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라는 온라인 채널 부상 초기의 전망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그리고 자신의 피부 상태와 톤, 심지어 기분에까지 부합하는 제품의 선택을 가능케 함으로써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발 빠르게 O2O(Online-to-Offline) 시스템을 구축한 일부 기업도 존재하고, 또 일정 부분 성공으로 보이는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오프라인 채널의 성장을 위한 기대감마저 무너뜨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앞으로 대중이 밀집하는 공간은 피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 심리를 감안할 때 오프라인의 향후 존재가치는 온라인이 구현할 수 없는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의 역할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밖에도 △ 새로운 제품·브랜드보다는 익숙한 제품에 대한 불편함 개선 통한 기존 고객 유지 △ 건강·보건·위생·안전에 대한 니즈 확대와 구매 등이 미래 소비 트렌드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별취재·코스모닝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