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지난 칼럼에서는 요부관찰이 문제된 사례였던 DRAGONFLY OPTIS사건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위 사례에서는 상표의 어느 부분이 요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위와 같은 기준과 관련된 사례를 추가적으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지난 주에 다룬 사례와 마찬가지로 본 사안에서도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사건의 경위
가. 이 사건 피고는 2005년 9월 9일 신사복·아동복·스웨터·티셔츠·슈우트·와이셔츠·스포츠셔츠·방한용 장갑·모자·혁대·원피스·스커트·슬랙스·롱코트·양복바지·승마바지·예복·투피스·자켓·콤비·반바지·오버코트·잠바·이브닝드레스·반코트·사파리·잠옷·수영복·수영모자·수영팬츠·조끼·카디건·블라우스·폴로셔츠·탱크탑·넥타이·양말·코르셋·운동용 유니폼·에어로빅복·스카프·거들·청바지·스타킹·속팬티를 지정상품으로 한 (이하 ‘선 등록상표’라고 합니다)라는 상표를 출원하여 2007년 12월 14일 등록하였습니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원고는 2012년 9월 7일 스킨케어용 화장품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cosmetic preparations for skin care)·귀금속제 액세서리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accessories of precious metal)·비귀금속제 액세서리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accessories not of precious metal)·가방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bags)·의류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clothing)·풋웨어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footwear)·캡모자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caps[headwear])·모자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hats)·수영모자 소매업(retail services in the field of swimming caps)을 지정서비스로 한 (이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 ’라고 합니다) 라는 상표를 출원하여 2015년 3월 12일 등록하였습니다.
다. 그러자, 이 사건 피고는 2015년 8월 10일 특허심판원에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서비스표권자인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스킨케어용 화장품 소매업’을 제외한 나머지 ‘귀금속제 액세서리, 비귀금속제 액세서리, 가방, 의류, 풋웨어, 캡모자, 모자, 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은 선등록상표와 그 표장과 지정서비스업 내지 지정상품이 유사하여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의 등록무효사유가 존재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귀금속제 액세서리, 비귀금속제 액세서리, 가방, 의류, 풋웨어, 캡모자, 모자 소매업’ 부분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라. 이에 특허심판원은 위 심판청구를 2015당4208 사건으로 심리하여 2017년 2월 1일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선등록상표와 그 표장이 유사하고 지정서비스업 중 ‘의류, 캡모자, 모자, 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은 각 선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유사하여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에 해당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하나, 지정서비스업 중 ‘귀금속제 액세서리, 비귀금속제 액세서리, 가방, 풋웨어 소매업’ 부분은 각 선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유사하지 아니하여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피고의 위 심판청구 가운데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의류, 캡모자, 모자, 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을 인용하고 나머지 ‘귀금속제 액세서리, 비귀금속제 액세서리, 가방, 풋웨어 소매업’ 부분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이 사건 심결을 하였습니다.
마. 이에 이 사건 원고와 이 사건 피고는 모두 위 심결에 불복하여 사건을 특허법원에 가지고 갔습니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
가. 특허법원의 판단(특허법원 2017년 10월 13일 선고 2017허1595 판결)
특허법원은 이 사건 원고 청구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기각하였습니다.
(1) 먼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 는 그 상단에 월계관 형상의 테두리 안에 개 형상의 가 합쳐진 도형 부분과 그 하단에 영문자 부분이 결합된 표장인데 전체적으로 이들을 분리하여 관찰하면 거래상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 중 영문자 부분은 ‘분홍색’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서 지정서비스업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색상을 나타내는 보통명칭에 불과하고 도형 부분 중 는 월계관 모양으로 다른 도형이나 식별표지를 강조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장식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인 ‘의류·캡모자·모자·수영모자 소매업’과의 관계에서 그 식별력이 미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비하여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도형 부분 중 개 형상의 는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의 성질을 직감시킨다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 부분만으로 지정서비스업의 출처표시 기능을 수행하는 요부로 볼 수 있다.
(2) 한편, 선등록상표 는 그 상단에 개 도형 부분과 그 아래의 영문자 부분이 결합된 표장인데, 이들은 분리하여 관찰하면 거래상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위 도형과 문자 부분은 모두 그 지정상품인 신사복·혁대·모자·넥타이·장갑 등의 성질을 직감시킨다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위 도형 부분과 문자 부분은 각각 그 부분만으로 지정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수행하는 요부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3) 나아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요부인 부분과 선등록상표의 요부인 부분은 각 그 몸통의 두께, 꼬리의 각도 및 굵기, 뒷다리의 기울기와 발의 모양 등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자세히 살펴보아야만 알 수 있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고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즉, 양 도형 부분은 모두 개가 서 있는 모습을 측면에서 평면적으로 형상화한 것이고, 개가 다리를 뻗고 좌측 전방을 응시하면서 서 있는 전체적인 모양이나 얼굴의 생김새, 몸통의 모양, 앞·뒤 다리의 배치 관계나 모양 등이 매우 흡사하여 구별이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4) 비록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 선등록상표와 유사한 서비스업이나 상품에 대하여 개 모양의 도형 상표가 등록된 예가 많아서 그 유사범위를 좁게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 서는 경우라도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상표의 요부인 양 도형의 유사성이 다른 모든 고려요소를 압도할 정도이므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상표가 전체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할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이상에서 살핀 바를 종합하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선등록상표는 그 표장이 유사하고 원고가 자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의류·캡모자·모자·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의 경우 그 취급하는 상품들이 선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모자, 수영모자와 동일·유사하고 의류 제품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의류·캡모자·모자·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은 선등록상표와 그 표장 및 지정서비스업 내지 지정상품이 유사하므로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에 해당한다.
(6) 그렇다면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의류·캡모자·모자·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은 모두 구 상표법 제 7조 제 1항 제 7호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심결 가운데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지정서비스업 중 ‘의류·캡모자·모자·수영모자 소매업’ 부분은 각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적법하고,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이와 같은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이 사건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후2697 판결)
이 사건 원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원고의 상고를 인용하였습니다. 대법원의 구체적인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는 그 구성 부분 전체의 외관, 호칭, 관념을 기준으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나 상표 중에서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 즉 요부가 있는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요부를 가지고 상표의 유사 여부를 대비·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법원 2017년 2월 9일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상표에서 요부는 다른 구성 부분과 상관없이 그 부분만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독자적인 식별력 때문에 다른 상표와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 대비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상표의 구성 부분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요부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1년 12월 14일 선고 2001후1808 판결, 대법원 2006년 5월 25일 선고 2004후912 판결 등 참조)
한편 결합상표 중 일부 구성 부분이 요부로 기능할 수 있는 식별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구성 부분을 포함하는 상표가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관하여 다수 등록되어 있거나 출원공고되어 있는 사정도 고려할 수 있고(대법원 1996년 3월 22일 선고 95후1494 판결, 대법원 2009년 4월 23일 선고 2008후5151 판결 등 참조), 이는 등록 또는 출원공고된 상표의 수나 출원인 또는 상표권자의 수, 해당 구성 부분의 본질적인 식별력의 정도와 지정상품과의 관계,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보이는 사정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년 3월 9일 선고 2015후932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지정서비스업을 ‘스킨케어용 화장품 소매업·귀금속제 액세서리 소매업·가방 소매업·의류 소매업·모자 소매업’ 등으로 하여 등록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 의 표장과 피고가 지정상품을 ‘신사복·와이셔츠·잠옷·넥타이·양말’ 등으로 하여 등록한 원심 판시 선등록상표 는 모두 ‘왼쪽을 바라보고 있는 서 있는 개의 옆모습 형상’의 도형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출원일인 2012년 9월 7일 이전에 그 지정서비스업과 동일·유사한 서비스업들에 관하여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도형 부분과 유사한 형상의 도형을 포함하는 다수의 서비스표가 서비스표권자를 달리하여 등록되어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 도형 부분의 식별력을 인정하기 곤란하거나 이를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에서 개의 옆모습 형상의 도형 부분 은 독자적인 식별력을 발휘하는 요부로 볼 수는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의 요부를 개의 옆모습 형상의 도형 부분 으로 보아 선등록상표의 표장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서비스표의 유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본 사안의 상표법상 의의
본 대법원 판례는 다수의 등록 예가 있는 부분은 식별력이 없어 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표법상 의의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요부관찰이 문제된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안승훈 변호사 약력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학석사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뉴욕대학교(NYU) 쿠랑트(Courant) 응용수학 연구소·
스턴(Stern)경영대학원 협동과정 석사
◇ 주요 경력
△ 금융결제원 금융정보보호부 과장
△ 법률사무소 헌인 소속 변호사
△ 변호사 이석환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 법무법인 서정 소속 변호사
△ 법률사무소 논현 대표변호사(현)
△ 강남경찰서 자문변호사(현)
△ 대법원 국선변호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