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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기자의 시각-“당신의 자료를 베껴다가 몇달은 먹었다”

오타까지 도용한 자칭 ‘화장품 전문가’? 디렉터파이의 민낯
희론과 허명을 경계하고 ‘제대로’ 알고 말해야 ‘진짜 전문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제목의 박준 시인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이상한 뜻’이 있는 생계는 복잡하기 마련이다. 뜻에 먼지가 끼는 순간 헛되고 허황되기 쉽다. 허황된 말로 화장품업계에 연신 먼지를 뿌려온 이가 있다. 디렉터파이 피현정 씨(이하 디렉터파이)다.

 

그는 자칭 화장품 전문가로 시작해 성분 분석가로 이름을 알렸다. 디렉터파이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98만 5천명에 달한다. 2018년 7월 27일 더파이컴퍼니라는 회사를 세우고, 브랜드 ‘더파이’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디렉터파이는 전문가답지 못한 태도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올해 1월 26일 유튜브에 니베아 유료 광고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 씨가 만든 자료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는 ‘시카크림, 기저귀크림, 바세린, 니베아 크림 국민템 4종 비교’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미네랄 오일의 등급 기준’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지현 씨가 2020년 7월 31일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유튜브에 소개한 자료를 그대로 갖다 썼다.

 

최지현 씨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기준’을 빼고 ‘화장품 안전 등에 관한 규정’으로 오기한 부분까지 베꼈다.

 

더구나 이 영상은 최 씨가 미네랄 오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디렉터파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디렉터파이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만 오려냈다.

 

디렉터파이는 니베아 영상에서 돌연 미네랄오일 구하기에 나선다. 그동안 미네랄오일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태도를 단박에 뒤집고서다.

 

그동안 디렉터파이는 ‘미네랄 오일은 석유 찌꺼기다’고 주장했다. ‘미네랄 오일은 석유 찌꺼기에서 추출한 광물성 오일이다’ ‘여드름을 유발한다’ ‘미네랄 오일에 어떤 불순물이 들어가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원료 납품자도 제조자도 연구원도 뭐가 들어가는지 몰라’ ‘화장품에 사용된 모든 원료의 등급은 문제 발생 시 (식약처가) 사후 확인한다’ 등 다양한 말로 화학에 대한 몰이해와 화장품 산업 시스템에 대한 몰상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니베아 영상에서는 말을 바꾼다. 그는 니베아크림이 미네랄 오일을 고함량한 제품이라고 소개하면서 보습감과 ‘무난한 사용감’을 강조한다. “니베아는 미네랄 오일 원료 등급을 처음 제공한 브랜드이며, 원료 등급을 확인해서 칭찬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극찬한다.

 

그는 니베아 크림 설명에서 “버려지던 (석유) 찌꺼기에서 필요한 성분이 있구나 발견하고, 고순도로 정제해서 불필요한 불순물을 제거하고 화장품에 사용한다”고 말한다. ‘석유 유래 오일을 쓰더라도 제대로 알고 쓰자’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모든 게 한 입에서 나온 말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사유를 희롱하는 논의를 ’희론‘(戱論)이라고 한다. 희론은 ‘허망한 언어. 무의미한 말. 헛소리. 관념’을 뜻한다. 이는 현상을 왜곡하고 세상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희론을 퍼트리며 허명(虛名)을 좇는 어떤 이의 ‘열심’이 화장품업계를 병들게 한다. 소비자는 미네랄 오일을 오해했고, 화장품회사는 10년 넘게 피해를 봤다. 그가 내리는 제품 ‘탈락’ 명단에 들까 무서워 미네랄 오일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량정보는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치러야 할 비용이 되어 돌아온다.

 

그의 말마따나 ‘제대로’가 중요하다. 오일만 제대로 알고 써야 하는 게 아니다. 말도 그렇다. 잘못 내뱉은 말, 몰래 가져다 쓴 말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화장품에 대한 말로 먹고 사는 이라면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카메라 앞에 앉기에 앞서, 지금부터라도 화학과 화장품법을 ‘제대로’ 공부하는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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