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세대 외국인 관광객들은 압구정동과 성수동에서 선크림을 산다. 가족 관광객은 명동·동대문을 가서 장바구니에 기초화장품을 담았다.’
이는 올리브영이 서울 주요 관광상권에서 많이 팔린 화장품을 분석한 결과다. 올 상반기 외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산 제품은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 측은 “해외 뷰티 유튜버나 틱톡커들이 꼭 사야할 K뷰티로 소개하는 제품이 자외선차단제다. 외국 자외선차단제는 얼굴과 몸에 같이 쓰는 제품이 대다수다. 한국 선케어 제품은 바르는 부위를 세분화하고, 발림성‧보습감까지 신경 쓴다. K선케어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라고 전했다.
Z세대의 성지 압구정‧성수…이너뷰티‧미용도구 인기
서울 압구정‧성수 올리브영은 Z세대의 방문율이 높았다. 이들은 K콘텐츠로 한국 문화를 접한 세대다. 가이드북 대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보며 여행하고 돈을 쓴다.
신생 관광상권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에서는 Z세대 코덕(코스메틱과 덕후의 합성어)이 즐겨 찾는 제품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비포 애프터 효과가 뚜렷한 기능성 화장품과 새로운 색조 브랜드 등이다. 또 Z세대는 이너뷰티와 미용 소도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인기 제품은 △ 리쥬란 턴오버 앰플 듀얼 이펙트 △ 무지개맨션 오브제 리퀴드 △ 비비랩 저분자 콜라겐 △ 메디테라피 속살 괄사 등이다.
‘화장품에 진심’ 관광상권 지형도 바꾼 코덕들
‘화장품에 진심’인 해외 Z세대가 K-뷰티 4.0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과몰입 코덕들의 덕밍아웃이 K-뷰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관광상권 뷰티시장의 판도 변화를 주도하는 코덕(코스메틱 덕후)은 화장품에 대해 깊이있는 지식을 갖췄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정보 교류에 적극적이다.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23’은 덕후들의 시대를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으로 정의했다.
디깅 모멘텀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야를 깊이 파는 이들이 많아지는 흐름을 가리킨다. 이는 가치를 두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는 MZ세대의 소비 방식과 맞물려 활성화되고 있다.
디깅러는 몰입하고, 돈을 쓰고, 자랑한다. 덕질 브이로그나 덕밍아웃을 즐긴다. 이는 브랜드의 입소문 효과로 이어진다.
소비자에게 몰입감을 주는 제품과 경험을 통해 브랜드 호감도와 로열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덕후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팬덤현상을 판매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었다. 덕후·디깅·과몰입·팬덤 현상을 학술적으로 분석해 4차 한류 동력으로 삼기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도 진행되는 상황이다.
트렌트코리아 2023에서는 "디깅러들의 입소문힘이 강해지면서 일반 산업에서도 이들의 마케팅적 역할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특히 순발력, 마이너 감성의 주류화,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 수 있는 매체 전략 등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가족 관광객 명동‧동대문서 기초화장품 구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서울 명동‧동대문을 찾았다. 이들은 기초 화장품을 주로 구매했다.
마스크팩만 사던 쇼핑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을 샀다.
△ 코스알엑스 어드벤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 △ 토리든 다이브인 저분자 히알루론산 수딩 크림 △ YNM 레인보우 허니 립밤 △ SNP 콜라겐 아이패치 등이 잘 팔렸다.
스위스인 안나(Anna·22) 씨는 “방탄소년단 RM을 좋아해 한국에 왔다. 평소 K팝 아이돌 영상을 즐겨보고 화장법을 따라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화장품을 사러 올리브영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K-뷰티가 가진 초격차 경쟁력에 연료를 더 주고, 불을 세게 지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한국 뷰티 브랜드는 빠르다. 소비자 의견을 바로바로 반영해 제품을 내놓는다. 이것이 K-뷰티의 강력한 차별성이다. 세계인들은 K-뷰티에 지갑을 연다. 해외 관광객들에게 품질력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알려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