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빅4 면세업체는 지난해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로 추락한 모습이다.
국내 면세업계에선 고환율과 방한객의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매출 하락이 지속됐다. 외국인들은 면세점 대신 다이소나 올리브영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량구매 대신 소량의 체험형 쇼핑을 선호하는 등 소비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면세업계는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중국인 보따리상 수수료와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은 악재로 작용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조2819억 원을 나타냈다. 영업손실은 697억 원으로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2060억 원, 영업손익 359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매출은 9721억 원으로 2.6% 줄고, 영업손실 288억 원을 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2024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922억 원이다. 4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돼 연간 천억대의 손실을 나타낼 전망이다.
이에 면세점 빅4의 2024년 영업손실은 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中 관광객 “면세점 대신 다이소‧올리브영”
◇ 면세업계의 품목별 매출 추이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관광객에 의해 좌우됐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 가운데 70%를 중국 관광객들이 일으켰다. 코로나를 거치며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이 달라졌고, 국내 면세사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면세점에서 화장품 판매 비중은 2020년 81.5%까지 치솟았으나 △ 2021년 78.4% △ 2022년 75.8% △ 2023년 62.3%로 줄고 있다. 따이공 수요가 줄고, 면세점의 알선수수료가 는 데 따른 결과다.
면세산업은 2019년 정점을 찍고 이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잠깐 회복세를 보였으나 2023년과 2024년 매출액은 코로나 이전보다 줄었다. 코로나 이후 내국인의 면세구매액은 증가햇으나 외국인 구매액이 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면세매출의 80%를 책임지던 중국인들의 경우 관광객수는 회복됐으나 1인당 객단가가 크게 감소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보릿고개 넘는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이 달라지면서 면세업계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패키지보다 개별여행을, 쇼핑관광보다 문화체험을 선호한다. 중국 MZ세대는 백화점‧면세점에서 고가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SNS 입소문템을 산다. 다이소‧올리브영‧화장품 매장을 돌며 개인 맞춤형 소비를 추구한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기보다 에스테틱숍‧헤어살롱에서 K-뷰티를 경험한다.
중국관광객의 소비행태 변화는 카드사용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카드소비 패턴을 보면 과거 면세점 위주에서 대형할인점(마트‧아웃렛 등)과 편의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패키지 관광객들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던 형태가 개인별 저가‧실속형 구매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면세사업 정상화를 위해 △ 면세사업자 간 조인트벤처 설립 △ 시내면세점 사업자의 과감한 철수 검토 △ 송객수수료에 대한 자정 노력과 정부의 시장감시 기능 강화 △ 4 K-콘텐츠와 면세점의 융합 등을 제안했다.
빅4 면세점, 외국인 관광객 잡기 안간힘

면세업계는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며 실적 반등에 나섰다. 이달 5천여 명의 해외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대만 암웨이그룹 임직원 1200명은 3일과 5일 롯데면세점을 방문해 논픽션‧탬버린즈 등 K-뷰티 쇼핑을 즐겼다. 롯데면세점은 이들에게 여행용 파우치 세트 6종을 선물했다.
2일에는 대형 크루즈 단체관광객 약 3천명이 롯데면세점 부산점을 찾았다. 이달 말엔 중국 화장품기업 인센티브 단체관광객 800명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방문한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월부터 중국인 보따리상과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일본‧중국 등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트렌드를 파악한다. 2월 말 중국‧일본‧동남아 관광 통역사를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외국인 특화 서비스를 도입해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면세점도 단체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쿠아리움 등 관광시설과 연계한 코스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금액에 따른 멤버십 혜택을 강화했다. 단체관광객 전용 데스크와 외국인 VIP 전용 라운지를 마련했다.